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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Apr 29. 2022

‘경험-몰입-확장’ 토스와 닮은 롱블랙

[포스트 코로나 IT 트렌드] 토스의 3E 플랫폼 확장 전략

잠에서 깨자마자 앱을 켠다. 지난밤 뉴욕 증시 상황을 체크한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올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주식 종목별 토론방에서 오늘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밥값을 계산한 동료에게 내 몫을 송금한다.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할 때도 이 앱에서 몇 번의 터치로 다운로드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만보기를 체크해본다. 1만 보 이상 걸었다면, 40원의 보상을 받는다. 적은 돈이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


하루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는 앱으로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금융 앱 토스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간편 송금 기능 하나만 제공하던 작은 앱이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하더니, 모바일 은행을 열고 보험사도 준비한다. 대출부터 주식 투자, 신용카드 관리까지 돈과 관련된 모든 일을 이 앱에서 할 수 있다. 시의적절한 서비스를 적시에 내놓아 고객들을 놀라게 한다. 작년 연말에 공개한 ‘연말정산 환급금 조회’ 서비스가 그랬다. 내가 얼마나 돌려받을지 국세청 사이트에서 찾아보며 어렵게 추정하던 환급금 조회를 터치 한두 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등장 이후 금융 시장의 판이 바뀌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기존 금융사들은 모바일 대응에 우선순위를 높게 두지 않았다. 지점에서 할 수 있는, 혹은 지점에서만 가능한 서비스가 금융사들의 메인 비즈니스였다. 모바일과 인터넷은 보조적인 수단에 그쳤다. 고액을 송금하거나, 대출을 받거나, 주요 상품에 가입하려면 꼭 지점에 방문해야 했다.


토스는 당연히 지점에서 해야만 하는 일들을 모바일로 옮겨놓았다. 매우 편하고 간단한 방식으로 선보였다. 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고객은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의 압도적 경험을 제공했다. 토스 등장 이후 기존 금융사들은 부랴부랴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했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등장했고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경쟁력1 : Experience] ‘송금을 간편하게’ 압도적 고객 경험


토스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사람들에게 각인됐다. 기존에 모바일에서 송금을 하려면 총 8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1)공인인증 2)이체 선택 3)출금계좌 선택 4)금액 입력 5)계좌 비밀번호 입력 6)송금 계좌번호 입력 7)보안카드 입력 8)인증서 암호 입력, 1000원을 보낼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쳤고 적어도 2~3분의 과정이 소요됐으며, 보안카드나 OTP 카드를 항상 가지고 다녀야 했다.


토스는 이 과정을 3단계로 줄였다. 1)금액 입력 2)연락처나 계좌번호 입력 3)암호 입력, 10초면 송금 할 수 있다. 상대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하다. 연락처만 알면 문자로도 송금할 수 있다. 혁신을 경험한 고객들은 금융 앱으로 송금할 때마다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이제는 은행 앱에서도 이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송금이 가능하지만, 이미 토스로 넘어간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토스 앱과 은행의 대표 앱인 KB의 월 순방문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2017년 토스 앱 220만 KB앱 464만 명으로 두 배 이상의 차이가 있었지만, 2021년 토스 앱은 1397만 명, KB앱은 1036만 명으로 역전됐다. (출처 : 모바일인덱스)


간단한 송금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토스는 치열하게 고민했고, 안 보이는 곳에서 수많은 핵심 기능을 배치했다. 자동출금(CMS) 기능을 활용하여, 매번 인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상대의 계좌를 모르더라도 문자로 송금을 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 스스로 계좌를 입력하게 하거나 본인의 토스 앱으로 받는 UX를 적용했다.  돈을 송금할 사람이 계좌번호를 물어보거나, 어딘가에 적어놓아야 한다는 고객의 Pain Point를 해소해주었다.


송금 수수료를 토스에서 제공한다는 점 또한 핵심적인 기능이다. 보통 타행 송금은 300~5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자사의 부담으로 돌려서 이용자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었다. 초기에는 10번만 무료로 제공했으나, 2021년 8월부터는 ‘평생 무료 송금’ 정책을 시작했다. 토스 이용자 10명 중 3명이 10번 이상 송금을 하고 있으며, 전 국민의 연간 송금 수수료 총합이 약 7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토스는 ‘매출보다 중요한 것은 불편함을 줄여달라는 사용자의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토스는 지금 현재도 수수료를 대신 내주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은 사람들이 토스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경쟁력2 : Engagement]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로 몰입감 제공



토스는 2021년 증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주식 용어부터 개선했다. ‘매도/매수’ 대신 ‘구매하기/판매하기’로 바꿨다. ‘매일 가는 그곳’이라는 주제로 스타벅스, 맥도널드 같은 주식을 설명했다. ‘만약 어제 알았다면’이라는 추천 리스트에는 어제 급등한 주식을 소개한다.


증권 서비스는 최근 커뮤니티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있다. 기존 증권사나 포털의 종목 토론방은 대부분 욕설 등 거친 표현이 오가거나, 가짜 뉴스 등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Pain Point를 해소하고자 토스의 종목 토론방은 실제 주식을 구매한 사람에게 ‘주주’라는 배지를 붙여서 표기했고, 이들의 글을 우선적으로 노출했다. ‘기존의 토론방은 불특정 다수가 남기는 정보에 신뢰성 이슈가 있다고 봤고, 과도한 비방글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익명석을 보장하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는 것이 토스의 설명이다.


1월 기준 토스 증권 종목 토론방인 '커뮤니티'에 방문하는 MAU는 70만 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30 세대가 68%를 차지했고 40대와 50대가 각각 20%, 8%의 비중을 기록했다. 토스는 이용자들이 서로 '팔로우'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할 계획이다. 팔로우를 하면 해당 투자자가 새로운 의견을 남길 때마다 알림을 통해 구독 형식으로 확인 가능하다. 또한 공개의사를 표시한 투자자들에 한해 실제 거래내역과 포트폴리오가 공유된다. 이를 통해 주식 기반의 몰입도 높은 커뮤니티 서비스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토스 주민센터’도 고객 니즈에 부합한 서비스다. 토스의 인증 기능을 활용해 정부와 협력해 모바일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등본 등 각종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주민등록등본을 뗄 수 있으며, 코로나 예방접종증명서,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 학교의 성적증명서까지 발급할 수 있다. 신분증이 없는 아이들의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탑승할 때와 같은 경우다. 이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성적증명서를 발급하기 위해 수년 전 졸업한 학교나 주민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 토스가 일종의 ‘모바일 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경쟁력3 : Expand] 금융 회사가 왜 모빌리티 회사를 인수했나?



2021년 10월, 토스가 타다를 인수한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토스는 쏘카가 가진 타다 운영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금융 서비스에 집중하던 토스가 모빌리티 영역까지 사업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타다 인수를 추진한 토스벤처스의 기업 전략 헤드(Head of Corporate Strategy)는 아래와 같이 인수를 추진한 배경을 밝혔다


“타다를 인수함으로써 낼 수 있는 시너지란 토스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토스의 사용자가 얼마나 더 많은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가에 방점이 찍혀있다.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온 토스에게 모빌리티 산업은 낯설었지만 ‘결제’라는 분명한 접점이 있는 분야였다. 이미 국내 택시 시장 규모는 연 매출 12조로 추정되고, 그중 스마트폰 앱을 통한 호출 비중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부터 혁신을 시작했다는 것도 토스와 타다 의 공통점이다. 현재 토스벤처스는 고착화된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토스 고객 모두가 타다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출처 : 토스 공식 블로그)


 토스의 수많은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만보기 서비스도 마냥 재미 요소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매일 1만보를 걸으면 40원의 보상금을 주고, 미션 장소라는 곳에 방문하면 20원~30원씩 준다. 이들의 데이터가 쌓이면 고객이 어디에 방문하며 얼마나 걷고 있는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활동량 데이터로 건강과 관련한 보험 상품과 연계할 수 있다. 활동 지역 데이터는 로컬 광고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다. 10년 후의 토스가 기대된다. 금융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토스와 닮은 콘텐츠 스타트업 ‘롱블랙’



콘텐츠를 하루에 하나만 발행하는 매체가 있다. 그마저도 24시간 내에 열람하지 않으면 다시는 볼 수 없다. 공짜도 아니다. 한 달에 4900원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다. ‘습관 형성 구독 서비스’라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콘텐츠 서비스 ‘롱블랙’이다.


롱블랙의 시작도 토스처럼 고객의 Pain Point였다. 다양한 종류의 지식 콘텐츠 서비스가 있지만 정작 읽을만한 콘텐츠는 많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루에 하나만 읽어도 현재 중요한 트렌드 흐름을 알 수 있게 큐레이션 방식을 적용했다. 유료 콘텐츠 서비스의 경우, 실제 구독률이나 이용률이 낮다는 이용자의 의견을 듣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타깃 고객은 기획력이 필요한 직장인이다. 다양한 국내외 비즈니스 사례를 발굴해 직장인들이 기획력을 키우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BTS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거나,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트렌트 코리아’의 김난도 교수를 심층 인터뷰한다.


롱블랙을 서비스하는 임미진 타임앤코 대표는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다가, 사내 신사업인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김종원 부대표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KOREA), 리디의 리디셀렉트, 중앙일보 폴인 등 다수의 구독 서비스 론칭에 참여한 바 있다. 창업자의 유료 구독 서비스 경험은 롱블랙의 큰 자산이 됐다.


‘습관 형성 구독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Experience)을 제공한다. 서비스 시작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구독자의 월평균 방문 횟수와 콘텐츠 완독률이 높다. 롱블랙에 따르면 유료 회원의 60% 이상이 일주일에 4회 이상 롱블랙을 찾는다. 노트 하나 분량이 평균 8000자가 넘는 긴 텍스트임에도 완독률이 85%다.


구독자들과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를 협업 플랫폼 ‘슬랙(Slack)’ 통해 운영하고 있다. 그날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롱블랙 운영팀 및 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구독자의 소속감과 몰입도(Engagement)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능성을 인정받아, 타임앤코는 지난 1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11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라 어떻게 확장(Expand)할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들은 이미 폴인 등에서 온-오프라인 콘텐츠 연결,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간 비즈니스 등을 실행해본 경험이 있다. 토스의 성공 방식인 ‘Pain Point 기반 3E’를 적용한 롱블랙의 미래가, 토스만큼 기대된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언론 전문 월간지 <신문과 방송> 4월호에 실은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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