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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Jul 20. 2020

당근마켓은 쇼핑앱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IT 트렌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장


당근마켓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끼리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입니다. 이 앱은 서비스 5년 만에 중고나라·번개장터 등 경쟁자를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월 사용자 수(MAU)가 올해 1월 480만 명에서 6월 89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누적 사용자 수는 1천200만 명, 월평균 거래액은 2천억 원에 달합니다. 넷플릭스를 제치고 올해 2분기에 국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 당근마켓은 쇼핑앱이 아니다

당근마켓 11번가 제치고 쇼핑앱 2위  이 소식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중고 거래 앱이 대형 커머스 앱들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며 다양한 언론에서 보도가 됐습니다.


근데 조금 이상합니다. 당근마켓을 쇼핑앱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앱의 형태는 보통 BM(Business Model)으로 나눕니다. 쇼핑앱의 BM은 보통 거래 수수료와 상단 노출 광고 등입니다.


당근마켓의 BM은 지역 광고입니다. 쇼핑앱과 BM이 완전히 다릅니다. BM 기준이라면 당근마켓은 커뮤니티 앱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카페, 밴드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1000만을 훌쩍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BM 기준 커뮤니티 앱입니다. 커뮤니티로 기준 월 이용자수는 중위권 정도입니다. KBO 신생팀이 5할 언저리 승률로 좋은 성적 내고 있는데, K리그 2위라고 하는 모양새 입니다  


순위는 밀리지만 그만큼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발전의 가능성은 큽니다.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쓰면서 다른 쇼핑앱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쿠팡은 한 번도 흑자인 적이 없습니다)


5주년 인터뷰에서 당근마켓 대표는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는데요. 이 또한 커뮤니티 서비스 장점입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지역 커뮤니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해외에 적용해볼 수 있는 겁니다. 해외에 유통망을 갖춰야 하는 쇼핑앱과는 다른 전략이 가능한 것이죠.


2. 전통의 카페 커뮤니티가 비즈니스로 변신


"제가 아이 둘 아빠다 보니 맘 카페에서 육아 용품 중고 거래가 활발한 게 눈에 들어왔어요. 직원이 열 명 있을 때인데 둘씩 짝을 지어 지역 맘들을 만나 '밥 토크'를 했어요. 밥 먹으면서 이용 후기를 듣는 거였어요."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조선일보 인터뷰 중


당근마켓의 뿌리는 지역 맘 카페입니다. 지역의 엄마들이 중고 물품을 직거래하는 모습을 보고 사업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이루어지던 행위를 플랫폼으로 옮겼고, 이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됐습니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으로 2001년 프리챌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는 우리나라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무신사가 2조 33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무신사는 단순히 옷만 파는 곳이 아니라 이른바 '패피(패션 피플,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로 불립니다. 차별화된 자체 룩북과 사진 등을 선보이고, 자체 매거진에서 콘텐츠를 발굴하며 패션 트렌드를 주도했습니다.


옷을 살 생각이 없는 사람도 스타일 후기를 콘텐츠처럼 소비합니다. 이런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보유한 무신사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관련기사] 몸값 2조원대, 가장 돈 잘 버는 '유니콘' 무신사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도 커뮤티가 강합니다. 네이버의 유명 인테리어 카페 레몬테라스와 비슷합니다. 본인의 홈 인테리어 사진을 자랑하듯이 올리고, 서로 칭찬을 주고받고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카페와 다른 점이라면 인테리어 견적을 낼 수 있고,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의집은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 서비스로 '온라인 집들이'와 '홈인테리어'의 유행으로 최근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습니다.


[관련기사] 오늘의집, 누적 앱 다운로드 1000만 돌파


3. '목적성과 비목적성'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매력


카페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은 카페가 상업화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광고성 콘텐츠가 공유되면 커뮤니티의 순수성과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업적인 글을 올리면 강력하게 제재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보 공유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seamless) 비즈니스를 끼워 넣으면 이 또한 정보로 받아들입니다. 위의 세 플랫폼은 이런 부분을 잘 설계했습니다. 양질의 정보를 공유함과 동시에 물건을 거래하거나 광고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비목적성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는 목적성과 비목적성으로 나뉩니다. '쿠팡에서 생수를 사야지'는 목적성 소비입니다. '당근마켓에 뭐 재밌는 게 올라왔나?'는 비목적성입니다. 의외성이 주는 재미를 추구합니다.


커뮤니티 요소가 강한 플랫폼은 비목적성 소비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목적성 소비보다 유저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며, 이에 따라 비즈니스의 확장 가능성도 커집니다.


4. 플랫폼 비즈니스의 힌트, 커뮤니티에 있다


무신사는 신발 카페에서 시작했고 당근마켓은 맘 카페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아직 사업화되지 않은 커뮤니티가 많습니다. 홈 트레이닝, 홈 인테리어, 홈 뷰티케어 등 코로나 이후 주목받는 홈코노미(Homeconomy)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도 존재합니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이 카페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세세하게 관찰해 플랫폼 서비스로 구현했듯이, 적극적으로 고객의 행동 패턴을 살펴보면,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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