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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Jul 23. 2020

'일본의 완벽주의' 중국에게 당하다

[포스트 코로나 IT 트렌드] MVP 생산 방식과 크라우드 펀딩

1. 제조업 침체 가져온 '일본식 완벽주의'


1990년대까지 일본은 제조업의 강자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국에 밀리고 2010년대에는 중국에 밀리면서 '메이드 인 재팬'의 저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7월 13일자 일본의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일본 제품이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원인으로 ‘일본식 완벽주의’를 꼽았습니다. ‘싸면서도 품질이 좋다’는 인식 속에 인기를 끌던 일본 제품이 ‘완벽’을 추구하다가 판매기회를 놓치고 경쟁자에게 시장을 내줬다는 겁니다.



2. MVP 플랫폼 프로젝트 방법론이란?


아이디어가 나오면 최소 기능으로 출시해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실행 가능 상품)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IT 플랫폼 산업에서는 매우 익숙한 방식입니다. 보통은 MVP 출시 이후 업데이트해서 베타 버전 출시하고, 이후 정식 버전을 출시합니다.


'스노우 볼'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눈덩이지만 계속 굴려가면서(고객 데이터 수집) 규모를 키웁니다. 제조업은 처음부터 완벽한 '스노우 맨(눈사람)'을 팔지만, 플랫폼 서비스는 눈덩이를 지속적으로 굴리면서 사업을 확장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첫 제품에 부끄러운 점이 없다면, 그건 출시가 너무 늦었다는 증거’라는 말도 있습니다. 1997년 아마존 첫 화면도, 2007년 아이폰 첫 상품도 아주 지금 보면 아주 거칠고 볼품없습니다. 하지만 MVP를 시장에 내고 고객 요구를 확인하고 빠르게 수준을 향상하면서 파괴적 혁신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도요게이자이는 중국의 사례를 제시합니다. 중국은 제조업에 MVP 사례를 적용해 세계 시장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 DJI는 합리적인 가격과 조립 후 즉시 쓸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웁니다.


2013년 출시한 '펜텀1' 드론은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능을 갖춘 MVP 상품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679달러)으로 선보였습니다. 이후 ‘팬텀2’ ‘팬텀3’ ‘팬텀4’ 을 출시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세계시장을 정복했습니다. 2006년 학생 벤처로 창업한 DJI는 2019년 세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선도기업이 됐습니다.


3. MVP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은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킥스타터, 인디고고가 대표적인 플랫폼입니다. 아이디어 단계의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의 펀딩을 받아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자금 모금의 효과도 있지만(수요 예측), 정식 출시 전 MVP로 고객의 반응을 체크(테스트 베드)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킥스타터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 이후 페이스북에 인수된 VR 스타트업 오큘러스(2.5조 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MVP의 중요성을 인식한 글로벌 기업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샤오미는 샤오미여우핀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합니다. 자사 제품은 물론 다른 스타트업의 제품도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소니도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퍼스트플라이트를 운영합니다. '입는 에어컨'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들이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소니 제품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의 제품도 함께 선보입니다. 심사 결과에 따라 사업화 및 판매까지 지원합니다.


소니의 담당자는 "이러한 시도는 자금 조달이 목적보다는, 제품 출시 전 얼리어답터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시장 반응을 살펴보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소니 퍼스트 플라이트에서 펀딩 진행 중인 유방암 검사기


4.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예상 효과


크라우드 펀딩은 MVP를 시장에서 테스트해보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플랫폼입니다. 'MVP식 제조'를 슬로건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아래와 같은 효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1) 고객 반응 체크 : 정식 출시 전 MVP로 고객의 반응을 체크해 더욱 고객 친화적인 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2) 고객 데이터 확보 :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고객은 적극적인 유저입니다. 탐색, 검색, 결제 등 정량적 데이터는 물론, 펀딩 후원자의 개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기반의 정성적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3) 스타트업 협업 생태계 구축 : 다양한 스타트업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업과 기업 간의 콜라보로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생태계' 또한 만들 수 있습니다


4) 기업 이미지 제고 : 전통의 제조 기업들은 이미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의 의견을 제조에 적극 반영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고객의 미래 기대감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우리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기 계획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장기 계획과 대규모 투자 기반의 매스(mass, 대량) 생산 방식은 리스크가 커졌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MVP식 상품 개발 방식과 크라우드 펀딩은 예측이 어려운 시대에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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