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무심하게 흘려 보내던 우리들의 일자리가 안녕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순식간에 우리 사회는 인간을 닮고, 인간을 뛰어넘으려는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대표적이다. 영국 의회가 기모 기계(gig mill) 사용 제한 법안을 폐지하자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기계를 파괴하는 극단적인 형태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도도하게 흐르는 시대적 대세를 거스르는 역사적 해프닝으로 결말을 맺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층 더 똑똑하고 힘이 세진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어떻게 우리의 일과 노동을 지켜야 할 것인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작년 뜨거웠던 여름에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우리가 직업생활을 할 때 필요한 능력을 마흔 네 가지로 정리한 뒤 인공지능과 로봇이 언제, 어느 수준까지 대체할 수 있는 지를 물어본 것이다. 전문가들의 응답을 정리해보면 앞으로 10년 뒤 단순 반복적인 직업부터 ‘기술적인 대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여기서 ‘기술적인 대체’라는 의미는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적응 능력 등이 고려되면서 일자리 대체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여건과 노력에 따라 일자리 대체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론 일부 직업에서의 대체는 특정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와 경제성을 고려할 때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진정한 고수는 싸움에 임해서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의 힘을 활용해서 손쉽게 되받아쳐 승리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인공지능 로봇과의 경쟁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일에서 어떻게 이것들을 활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의 일과 노동을 대체하기까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일과 직업에 대한 인식과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3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인공지능과 로봇이 흉내 낼 수 없도록 내 일에서 ‘인간다운 가치’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내가 만들고 제공했던 상품과 서비스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작은 날갯짓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볼 때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는 일에서 신기술과 도구를 현명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과 개인을 막론하고 기술변화에 따라 부상하는 산업이 어디인지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거는 “로켓에 올라탈 자리가 주어진다면 어떤 좌석인지 물어보지 마라. 그냥 타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과 신기술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있어야 한다.
둘째,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수명이 길었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 기업에 들어가서 기업과 함께 쭉 평생을 일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기술 변화가 워낙 급격하게 일어나고 산업 재편이 빠르게 일어난다. 기업이 개인의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싶어도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평생직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정 회사를 벗어나서도 일할 능력을 길러야 하고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자기만의 업(業)으로서 직업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를 대할 때 일하는 장소, 공간으로서의 직장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1인 창업’ ‘1인 스타트업 기업가’ 등도 이런 맥락에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자기 일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노동과 일은 더 이상 화폐와의 교환을 위한 경제적 수단일 수만은 없다. 나를 온전히 표현하고 인간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때 일과 노동은 우리 앞에 모습이 남아있을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성찰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신의 내면에 귀기울여 자신만의 ‘소명으로서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 결국 일과 노동은 사람들과 만나고 연결해주는 여러분과 나, 곧 우리의 분신(分身)이자 또 하나의 ‘소통을 위한 채널’이 아닐까?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과 삶의 균형’ 문제이다. 다양한 융합기술을 통해 일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시간을 좀더 창의적인 여가와 휴식에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 4일 근무제를 표방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선진국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시리즈]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의 자리를 묻다
프롤로그_일자리 4.0시대,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
I. 일자리4.0이란 무엇인가 / 현황과 담론
Ⅱ.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 일자리 4.0과 일자리
Ⅲ. 직장과 근무환경의 변화 / 일자리 4.0과 기업
*Ⅳ. 교육이 시작이다 / 일자리 4.0과 교육
Ⅴ. ‘일자리 4.0’ 그리고 ‘나’ / 일자리 4.0과 개인
Ⅵ. ‘큰 그림’이 필요하다 / 일자리 4.0과 정부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