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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무사 Sep 27. 2021

김여정은 왜 종전선언 좋다고 했나

김여정 담화는 북한의 대중국 석탄수출 맥락에서 이해해야

김여정 종전선언 수락 담화 의미 - 9월 들어 북한은 두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9월11일과 12일 사정거리 1500km에 이르는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9월15일에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두발을 발사했다. 특히 9월1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철도기동연대가 움직이는 열차에서 발사한 것으로 사정거리 800km의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됐다. 9월16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철도기동미사일 체계는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 대응 타격수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9월의 미사일 발사는 3월 미사일 발사의 재현

 북한이 이처럼 순항미사일에 이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연쇄적으로 발사한 것은 5개월 보름만이다. 지난 3월21일 일요일 아침 북한은 이번처럼 순항미사일을 먼저 발사했다. 당시 한미 군 당국이 순항미사일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언론에 알리지 않고 지나갔다가 그 다음주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그리고 그 4일 후인 3월25일 북한은 이번처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3월26일 당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으며 탄두 중량 2.5t의 개량된 무기체계"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 미사일에 대해서도 이번처럼  기존 이스칸데르(KN-23) 미사일의 길이와 직경을 확대한 것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순항미사일은 앞에서도 언급한대로 유엔 안보리 제재에 해당하지 않지만 탄도미사일은 2006년 10월14일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에 저촉된다. 이 안보리 결의 1718호는 그 5일 전인 10월9일 있었던 북한의 첫번째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그이후 2017년까지 모두 11번에 이르는 대북 유엔 제재의 효시였다. 1718호 이후 유엔결의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유엔헌장 제7장에 따른 강제제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제7장 41조는 경제제재이고 42조는 군사제재이다.  군사제재 발동요건이 까다로와 실제로는 경제제재 위주로 운용되는데 과거 이라크의 경우처럼 일단 경제제재가 유엔안보리 이사회에 의해 결의되면 해제도 안보리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대상국의 경제가 파탄나거나 아니면 원인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진행된다. 

유엔안보리는 당시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1718호를 결의하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발사도 못하도록 규정해놨다. 따라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결행하는 것은 어지간한 각오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 1718호 뿐 아니라 그 이후 이를 보다 구체화한 또다른 유엔 결의 때문에라도 북의 도발은 앞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었다. 

바로 2017년 12월23일 통과된 유엔안보리 결의 2397호 규정 때문이었다. 2397호는 그해 11월29일 북한이 발사한 사정거리 1만km 대인 화성15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결의를 통해 북한의 한해 원유 수입량 400만 배럴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제유는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대폭 줄어들었다. 50만 배럴이면 북한 연간 사용량의 10분의 1이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할 경우 정제유 뿐 아니라 원유 수입 허용치 마저 기존 규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였다. 북한이 죽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더이상의 추가도발은 어려우리라는 게 당시 국내의 합리적 판단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다시 탄도 미사일에 손을 댄 것이다. 비록 단거리이긴 하지만 안보리 제재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문제는 이 도전이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는 점이다. 1년중 상반기 최대 명절인 4.15 태양절을 기해 3000톤급 잠수함 진수식과 SLBM 발사, 나아가서 ICBM의 포물선 발사까지 준비 중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북한은 무슨 배짱이었을까. 바로 중국이 뒷배가 되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2019년 하노이 회담 무산 이후 북한의 무력도발과 중국의 경제보상이라는 콜라보레이션 체제를 구축해왔다는 것은 여러차례 언급했다. 올해 4월 중순을 기해 또다시 그 시도를 했었다는 점도 이미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은 미중관계의 갑작스런 악화로 인해 중국이 북한과 함께 대북 안보리 제재 무력화라는 모험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금년 1월20일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서로 탐색전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은 3월18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전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격돌했다. 회담 이후에도 그 여진이 계속됐다.  북한 측으로서는 중국이 미국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도 북의 무력도발에 댓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은 북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4월 중순 단동역을 출발하기로 한 평양행 식량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9월의 미사일 발사는 10.10 당창건일 준비용


  9월11일,12일의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와 9월15일의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등장을 보면서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3월의 연쇄 미사일 발사와 그것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했던 바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출연진이 똑같지 않은가. 순항미사일에 이은 탄도 미사일의 조합. 먼저 유엔 안보리 제재 바깥에서 간을 보다가 안보리 제재의 선을 넘되 단거리 미사일에 국한함으로서 제재까지는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 처음 시작 장면이 서로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 다음 북한의 최대 명절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지난 3월의 연쇄 미사일 발사는 모두 상반기 최대 명절인 4.15 태양절을 위한 식량과 생필품, 방역및 의료용품 조달을 위한 것이었다. 안보리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로 북한이 한꺼번에 이를 조달할 방법은 중국의 지원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하반기 최대 명절인 10월10일 당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래저래 필요한 게 많은 시점이다. 이와관련 북한이 발사한 두 종류 미사일의 용도가 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항 미사일은 중국이 지난 7월 말까지 식량 10만톤을 지원해준 데 대한 감사 인사 차원에서 발사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의 10만톤 지원에 대해 도와줘서 고맙지만 여러모로 불만이 많았다. 5월 말에 주겠다고 내부에서 결정해놓고 질질 끌다가, 견디다 못한 북이 7.27일 남북통신선을 전격 연결하자 깜짝 놀라 허겁지겁 주는 모양새가 됐으니 그리 고마운 마음이 들리가 없다.


 그래서 그동안 김여정의 8월1일 담화와 8월10일 담화를 통해 통신선 연결 이후의 남북 일정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선에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나서 이번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함으로 중국이 그토록 바라는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순항미사일이 이처럼 기존의 채무관계 정산의 뜻한다면 탄도 미사일은 당연히 미래의 새로운 거래를 지향한다. 3월25일의 탄도 미사일이 4월 태양절 즈음 SLBM 도발의 전초전이었던 것처럼 9월15일의 탄도 미사일은 10.10  당창건일을 겨냥한 거래의 전초전이라 할 것이다. 


  북한은 최근의 미중관계 역시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중국측으로 하여금 또다시 북한과의 거래에 관심을 가질만한 상황에 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미중 대립이 더욱 심화되면서 중국의 고립도 깊어가고 있다. 미국의 갑작스런 아프간 철군 단행으로 중국은 아프간 쪽으로 부터 오는 안보 위협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중동에서 철수한 미군이 인도태평양으로 몰려오고 유럽국가들까지 이 지역을 자신들의 안보 관심지역으로 설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9월15일 출범한 미국.영국.호주의 3국동맹인 '오커스(AUKUS)'는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다. 


이런 마당에 중국의 동북방면을 담당하는 북한이 어느 편에 서는가 하는 것은 중국에게 절체절명의 문제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3,4월 보다 훨씬 선택지가 많아졌다. 대중 협상력이 높아진 것이다.  3월에는 중국을 움직여 대규모 지원에 나서게 하려면 북한도 위험을 감수하며 무력도발에 나서야 했지만 지금은 그것말고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3,4월 보다 대중 협상에서 유리해진 북한


  그중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이 언제든 대남 카드를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에게 대남카드는 중국에 기대어 식량과 생필품을 해결하는 기존의 대중의존전략이 벽에 부딪혔을 때 자극을 가하거나 잠정적으로 대체하는 '플랜B'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 통신선 연결을 통해 남북 채널이 일단 연결되니 여기서 파생되는 다른 관계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지난 8월23일 서울에서 열린 미러 북핵대표 회담 이후 진행 중인 러시아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9월11일 순항미사일 발사 때까지의 상황은 북한이 이렇게 새롭게 형성된 관계들을 활용해 어떻게 중국을 요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8월23일 미러 북핵대표회담 이후 러시아 내부에서는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북한에 파견할 특사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중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외무장관의 특사를 보내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그 정도 레벨로는 먹힐 것 같지 않자 푸틴의 특사 얘기가 나오다가 라브로프 장관이 직접 가는 방안이 검토 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중국 측이 놀라 지난번 북한 정부 창건일인 9.9절에 맞춰 중국이 먼저 특사를 보내려고 타진을 했으나 북한 측으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특사를 받을 수 없으니 코로나 끝나고 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코로나 얘기는 중국 특사를 거절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그러자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일 정도로 곡진한 마음을 담은 친서를 9.9절에 맞춰 보내는 한편 왕이 부장의 한국 방문을 갑작스럽게 결정했다.  친서를 통해 북을 달래고 왕이 방한을 통해 외교적인 압박을 가하는 식이었다. 


북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중국을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직후다.  남북채널에 이어 러시아까지 등장해 초조감에 빠진 중국에 식량 10만톤에 대한 감사 인사를 뜻하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해줌으로서 조선은 역시 중국 편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한 마디로 병주고 약주고, 들었다 놨다 한 것이다.


  그리고 9월25일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이르는 사이 북중간에는 모종의 협상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안보리 제재 위반을 감수하고 레드라인을 밟았다는 것은, 앞으로 있을 10.10  행사에 맞춰 중국으로부터 받을 것에 대한 협상이 시작됐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이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겠나.

바로 이 부분은 최근 김여정이 두차례 담화에서 밝힌 종전 선언과도  관련돼 있어되어 대단히 중요하다.


10월 당창건일 둘러싼 북중의 협상 물목은?


  최근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첫번째는 백신이다. 그동안 북한에 중국 백신이 꽤 들어갔다고 한다. 따라서 백신 공급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두번째가 바로 평양종합병원 진단설비다.  평양종합병원은 지난해 이래 김정은 총비서의 숙원사업으로 늘 거론돼왔다. 매번 경축일이 올 때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면서 지금까지 개원이 미뤄져왔다. 중국이 약속한 핵심 진단설비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북측 주장이다. 이번 10.10  행사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의 설비를 도입해 병원 문을 열겠다는 것이 북측의 생각이라 한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석탄이다. 유엔 제재와 코로나 방역으로 수출이 중단된 북한산 무연탄을 중국이 다시 수입하는 것이다. 2017년  8월6일  안보리 결의 2371호로 북한의 석탄 철광석 납 등 광산물과 해산물 인력송출 중단 등으로 북한의 대외수출 30억 달러 중 10억 달러가 날아갔다. 이중 4억 달러는 석탄 수출이 차지했었다. 북한으로서는 다른 것은 놔두더라도 우선 석탄 수출만 재개되더라도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석탄에 관한한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지난해 10월 호주와 화웨이 문제, 코로나 기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호주산 석탄을 수입 중지시켰다. 매년 호주에서 4250만톤의 석탄을 들여와 중국내 화력 발전의 57%를 담당해왔다. 그런데 아무 대안없이 수입을 중단한 해 지난해 겨울 중국 내 여러 도시에서 전력난이 심각했다. 올해 들어와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다. 주요 석탄 산지인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홍수 피해, 그리고 콜롬비아는 탄광폐쇄로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과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최대 석탄수입국인 중국은 남부 지방이 가물어 수력 발전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석탄 화력 발전 수요가 더욱 커지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6일 석탄의 국제 시세가  톤당 160  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해 9월 40 달러 선의 3배이고 올해 초와 비교해도 두배에 해당한다.


석탄 부족으로 애가 타는 중국과 쌓아놓고도 못파는 북한 사이 최대 관심사는 북한 산 석탄의 대중국 수출 재개이다. 안보리 제재가 있기 전인 2016년 한해동안 북한은 2239만톤의 석탄을 수출했다. 2017년 8  월 안보리 결의 2371호 통과 이후에도 밀수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해왔다.  올해 3월31일 발표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최소 400여 차례에 걸쳐서 북한에서 중국으로 250만톤의 석탄 수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와있다.  당시 미국측은 중국에 대해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7월 이후 돌연 수출이 중단된 것으로 나온다.  코로나로 인한 방역 강화 때문으로 설명하나 북한 석탄 무역에 종사했던 북한 출신 관계자들은 중국과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이야 말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비공식적으로라도 수출을 재개하고 싶다는 게 북측 입장이고 이에 대해 중국 측 실무선도 동의한다. 북한과 중국이 윈윈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 최고위층이 아직 결단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여정 담화는 북한의 대중국 석탄수출 맥락에서 이해해야


  여기까지 상황 설명을 토대로 이글의 애초 문제의식이었던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김여정 담화의 반응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돌아가 보자.

  문대통령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에 의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9월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였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7.27  통신선 연결로 시작됐던 남북채널이 8월10일 김여정 담화 이후 중단된 데 따른 대통령 차원의 채널잇기 시도다. 8윌23일 한미 북핵대표 회담을 계기로 남북 채널 가동에 대한 한미간 합의가 있었던 만큼 미국 측도 종전선언 자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차원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은 3일간 침묵을 지킨 끝에 9월24일 오전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몇백번 선언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7시간만에 등장한 김여정 담화는 완전 반전의 메시지를 내놨다.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있는 제안이자 좋은 발상이라고 하면서 조건을 확 낮췄다.  적대시 정책이 아니라 적대시하는 태도나 이중잣대를 버리고 언동을 심사숙고해서 하면 남북 사이 소통과 관계회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발표한 두번째 담화는 보다 구체적으로 북이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지 드러냈다.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지력 확보로 미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이중기준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자신들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공정한 태도를 보이면 종전선언,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리태성 담화는 종전선언 문제를 담당 부서의 원론적인 답변에 불과하다. 김여정 담화는 북중관계(플랜A)와 남북관계(플랜B)를 동시에 아우르는 김정은 총서기 차원의 관점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10월10일 당창건 행사를 앞두고 북중관계에서 북한이 관철하고 싶은 최대 소망사항은 북한산 석탄의 수출 재개다. 처음에는 밀수출 형태로라도 시작해 공공연하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석탄 수출은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묶여 있다.  안보리 결의 2371호의 원인이 됐던 화성 미사일 발사는 자위권 차원에서 한 것이고 그같은 미사일 발사는 남쪽도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들만 도발이라고 하면서 안보리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자기들이 석탄 수출을 재개하는 것 역시 막을 명분이 없으니 앞으로 시비걸지 말란 얘기다. 남쪽이 북의 석탄 수출 재개에 시비걸지 않고 묵인하는 대가로 종전선언-연락사무소 재설치-정상회담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김여정 담화에서 드러난 북의 입장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다시 역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이 자신만 빼놓고 남쪽과 종전선언을 얘기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렇잖아도 통신선 연결 이후 북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북이 느닷없이 김여정 담화로 남쪽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온 배경을 모를 리 없다.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 해서라도 석탄 수입에 나서라는 것이다. 과거 남북 채널이 없을 때는 북이 중국에 자기들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위험을 감수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것 외에도 남북채널이라는 지정학적인 레버러지를 쓸 수 있게 됐다는 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일 수 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국제적인 감각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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