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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무사 Oct 22. 2021

화성-8호 미사일 발사와 설리반-양제츠 회담의 진실

앞의 포스팅에서 북한의 SLBM 발사와 관련해 "협상이 깨졌으니 당연히 치고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한 부분에 대해 의문을 느끼신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협상이라니 무슨 협상을 말하며 어떤 내용을 가지고 협상을 했는데 깨졌다는 것인가.  그 전에 올렸던 글의 연장선에서 운만 띄우는 식이어서 이어지는 글들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하셨을 것입니다.


  9월 중순 이후 펼쳐진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는 나름의 뚜렸한 목적성을 띤 것으로 파악해왔습니다. 즉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수출 길이 차단된 북한산 석탄의 대 중국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에 의해 금지 되기 전까지 북한은 1년에 약 2000만톤의 석탄을 중국에 수출해왔고 중국에 수출된 석탄은 제련용과 난방용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1년에 석탄 수출만으로 북한은 약 4억 달러의 수입을 올려왔지요. 안보리결의 2371호에 의해 석탄 뿐 아니라 철광석 납 수산물 노동력 등까지 모두 합쳐 10억 달러어치의 수출 길이 막힘으로서 북한 대외 수출의 1/3이 날라가버린 셈인데 이중 단일 품목으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석탄입니다. 따라서 다른 건 놔두더라도 석탄만이라도 수출할 수 있게 되면 어려운 중에도 버틸만 하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발상을 하게 된 데에는 당연히 중국의 석탄 부족 사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겠지요. 중국이 호주산 석탄 문제를 잘못 취급하는 바람에 발전용 석탄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이 심각해졌고 특히 올 겨울 동북3성 지방의 난방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상태입니다.  북이 볼 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지요. 중국만 안보리 제재에 눈을 감아주거나 아니면 무시하거나, 미국을 설득하거나 해서 북한산 석탄의 수입을 재개해준다면 지금 당면한 식량난 등 여러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요.


  북중간의 큰 이벤트들이 상반기에는 4.15  태양절을 중심으로 하고 하반기에는 당 창건일인 10월10일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관례대로 이번에도 10월10일 당 창건일 어름이 북측의 이같은 목표를 관철시킬 시기로 설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직전에 변수가 하나 생깁니다. 10월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갑자기 미중 고위급 회담 일정이 잡힌 것이지요.


  9월 중순부터 시작된 북의 도발 패턴은 올 상반기 4.15 태양절을 목표로 기동할 때와 똑 같았습니다. 즉 단거리 순항 미사일을 먼저 발사해 간을 보고 그 다음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수위를 높여가는 패턴 입니다. 

3월23일의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3월25일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가 그것이었지요. 거기서 더 나아가 3000톤급 잠수함 진수식이나 SLBM  발사 등의 전략적 도발로 에스칼레이트 해나갈 예정이었으나 거기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됐지요.


  전에 언급한 바대로 9월에 이뤄진 미사일 발사의 패턴을 보면 3월의 패턴이 좀더 업그레이드 되서 재현됐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9월11,12일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9월15일 달리는 열차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 게임체인저의 등장


  문제는 9월28일 이뤄진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입니다. 북측에 의해 화성-8호라고 명명된 미사일인데 처음에는 다들 이게 뭐야 했다가 점점 그 반응들이 심각해지더군요. 앞의 순항미사일이나 탄도 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또 시작이군 이런 정도의 반응이었다면 9월28일  화성-8호 발사는 발사 직후 부터 미 국무부 뿐 아니라 유엔 대변인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합니다. 10월 초에 들어가면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들이 미국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경악하는 분위기까지 읽혀집니다. 


화성-8호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한미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의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CNN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배치하면 아시아 지역의 군사방정식을 바꿀 수 있다"라고까지 합니다.  


화성-8호를 발사한 당일 북한 측의 움직임  또한 매우 흥미롭습니다. 9월28일 새벽 6시40분에 발사하고 이날 오후 유엔주재 북한 대사인 김성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합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라며 늘 해오던 얘기 끝에 뜬금없이 "우리의 강력한 공격수단(핵무기)은 누군가를 겨냥해 사용하고 싶지 않으며 이웃나라의 안보를 침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라고 한 것이죠.


  김정은 총비서도 다음 날 등장합니다. 9월29일은 최고인민회의 2일째 회의가 있는 날인데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10월 초에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북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김성 대사의 얘기를 반복합니다. "남조선을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고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병주고 약 주는 식인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북 스스로도 화성-8호의 위력이나 그것이 불러올 파장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국면상 쏘긴 쏴야겠고 그것을 쐈을 경우 파장이 확산되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단거리 순항미사일이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다 느닷없이 극초음속미사일이 등장한 것은 몇단계를 뛰어넘는 비약입니다. 중국의 기호에 맞는 한반도의 분란 조성 차원을 넘는 특정 대상에 대한 강한 압박의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과 얼추 비교되는 사례가 바로 2020년 6월16일의 개성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이지요.  


당시 국내에서는 주로 남북관계의 측면에서 주로 조망했는데 사실 이 사건은 남북 관계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지요. 당시 미국이 대선 기간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내세운 점이 자기 재임기간 북의 도발을 막았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말짱 헛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북한이 만일 대선 직전 SLBM이라도 발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심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심이돼 마치 레이건 시절 반공 십자군을 연상케 하는 대대적인 반중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바로 이 사건이  터졌고 북의 후속 도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인 양제츠가 연락을 해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인 6월17일 하와이에서 두 사람이 회동을 하게 되는데, 폼페이오가 북의 후속도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털어놓자 양제츠가 협조할 의사가 있다며 자기들 요구 사항을 제시합니다. 중국에 대한 공세를 멈추라는 것이었고 사실 그 회동 이후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공세에 급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미국은 두번 속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이 화성-8호를 발사하고 나서 딱 1주일 만인 10월5일 미국 백악관이 발표를 합니다. 이번주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미중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것이었지요. 이 발표가 있은 바로 다음날인 10월6일 회담이 열렸는데 미국 측에서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참석했고 중국에서는 양제츠 정치국원이 참석한다는 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양제츠의 이름을 보는 순간 아,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이 회담은 지난 9월9일(현지시간) 있었던 바이든-시진핑 전화통화에 따른 후속 논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9월9일 양 정상이 서로 통화한 후 미중간에 후속 고위급 회담을 언제 어디서 열지 실무적인 논의가 계속 진행되었겠지요.


그런 사실이 당연히 중국을 통해 북에 알려졌을 것이고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강력한 어필을 하려면 이 보다 좋은 기회가 없었겠지요.  또한 중국도 미국을 압박하려면 우리 말 안들으면 큰일 난다 라는 뭔가 보여줄 거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중러 정도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 중인 극초음미사일이라는 절대무기를 북한이 꺼내들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판단이 듭니다. 그런데 비장의 무기를 꺼내 휘두르면서 자기들도 그 후폭풍이 겁이나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고 톤다운을 시도한 것이겠지요. 


즉 이것은 특정의 협상을 위한 도발이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위한 협상인가?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입니다. 북한이 저러는 거는 안보리 제재 때문인데 다는 아니더라도 석탄 만이라도 풀어주면 안되겠나,  미국이 양보하면 우리가 나서서 북한을 진정시키는 데 협조하겠다. 아마 양제츠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가지 않았을 상상을 해봅니다. 


  두 사람의 회동 결말을 알기 위해 워싱턴발과 베이징발 소식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는데 딱 한 군데서 보도가 나오더군요.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을 그대로 전한 10월7일자 중앙일보 보도였습니다. 기사 후미에 "특히 설리반 보좌관은 지구온난화와 핵비확산 등 양국이 공통의 국익을 가진 문제들에 대해 중국이 협력을 조건으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시도에 반대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이지요. 


'핵비확산 등 양국이 공통의 국익을 가진 문제들' 이라고 뭉뚱거려져 있어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가 빼버리고 보도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 앞에 제가 살을 붙인 내용을 오버랩 하면 무슨 얘긴지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양제츠는 지난해 하와이에서 했던 논법 그대로 설리번을 설득하려 했으나 설리반이 넘어가질 않은 것이지요. 2020년에야 트럼프 정부가 대선기간이었기 때문에 알고도 당했다지만 지금이야 그럴 이유가 없었겠지요.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도발을 명분으로 북한에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해왔습니다. 결국은 중국의 영향력만 키워준다는 것이지요. 대신 미국이 주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에도 미국이 강력하게 반대해 평양행 열차가 출발을 못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제동을 건 셈이지요.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번에 중국이 진단설비를 지원해 10월10일에 맞춰 평양종합병원을 오픈할 예정이었는데 오픈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그것도 제동이 걸려 못들어간 것이 아닐까 십습니다. 


북미 접촉의 성공, 북한의 대답은?


 10월6일 미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중국의 제재 완화 시도를 차단한 뒤 미국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성공했다는 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미국 측으로부터 대북접촉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10월 들어 3차례 나타났습니다. 첫번째는 10월1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우리는 북한과 논의를 위한 구체적 제안을 했지만 지금까지 반응이 없었다"라며 "우리는 모든 범위의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라고 한 바 있지요. 이때만 해도 미국이 북측과 직접 접촉했다라는 늬앙스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러다 10월14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는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며 "북한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5일 후인 10월19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코리아소사이어티 만찬 연설에서 "미국이 북한과 직접 접촉했다"면서 "북한에 적대적인 의사가 없고 전제조건없이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세개의 발언을 연속선상에서  볼 수도 있고 국무부측 발표인 14일과 19일의 얘기를 따로 볼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미국이 중국을 통해 북측의 의중을 파악한 이후  그것까지 고려한 미국 측 안을 제시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또다시 고민에 빠진 듯 합니다.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난 4월에 이어 10월에도 또다시 중국이 대북 관계에서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이 미국과 한판 붙을 각오를 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는데 10월6일 미중 양측이 합의한 것을 보면 심지어 "갈등을 관리하고 충돌과 대립을 피하기로 했다"는 것이니 답답한 노릇이겠지요. 


그러니 또 다시 중국만 믿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돼 이번에는 미국을 만나 일단 얘기라도 들어보자고 했을 수 있겠지요. 바로 10월14일, 19일  미 국무부가 밝힌 얘기와 연결되는 흐름일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제안으로는 성이 안찰 것입니다.  미 행정부 뒤에 미 의회가 눈을 부릅뜨고 대북 제재에 손을 대는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북한이 언뜻 받을 만한 안이 제시됐을지 의문입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또다른 압박의 모양새를 취할 필요도 있었겠지요. 10월20일 오전 10시20분께 동해상으로 발사한 SLBM은 미사일 크기 등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본격적인 도발이라기 보다는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기술의 습득을 위한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데까지는 나가지 못했는데 거의 비슷한 시점에 러시아 해군이 동해에서 기동 훈련을 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이번에 러시아 기술진이 SLBM  발사를 도왔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겠지요. 중국을 계속 믿고 가자니 번번히 실행이 따르지 않고 그렇다고 미국의 제안을 받자니 성이 안 찰 것입니다. 그러니 지난 10월11일의 국방발전전람회 같은 것을 통해 자기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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