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7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이 바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 강화였다. 그런데 정작 미국의 핵심당국자가 '윤석렬 정부가 강조하는 확장억지 자체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한 발언이 보도됐다.
에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26일 미 씽크탱크 우드로월슨센터 토론회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지 강화에 합의했지만 북한의 도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당국자의 말대로 확장억지의 효과가 없어서 문제인 것인지 현 바이든 정부가 그것을 효과 있게 사용할 의지가 없어서 문제인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한미정상 합의문의 확장억지와 관련한 대목은 겉보기에만 그럴 듯 할 뿐 강제 규정력이 과거 정부의 그것 보다도 못한 것으로 귀결하는 것 같다. 확장억지는 결국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배치로 귀결되는데 2016년 12월 당시 한미고위급 합의 당시의 정례배치나 2017년 10월 SCM에서의 순환배치라는 문구에 비해 이번에는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한다고 됐다.
이 문구가 과연 어떻게 가동되는지에 대해서는 5월25일의 한미 국방장관회담 전화통화가 잘 보여주고 있다. 신임 이종섭 국방장관은 이 정부에서 미국 전략자산 전개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직접 공언하기도 한 인물이다. 그런데 정작 북한이 ICBM과 중거리 미사일을 섞어쏘기라는 새로운 양태로 도발을 한 지난 25일 한미 국방장관간 통화는 이 정부에서 미국 전략자신 전개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이날 양장관은 "북한의 지속된 도발에 대해 한미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억제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과 앞으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더라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원론적으로는 밝히면서도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에 대비한 미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고위급 확당억제전략협의체 (EDSCG) 조기개최 필요성을 강조"한 이종섭 장관의 발언에 대해 로이드 오스틴 미 긕방장관이 뭐라고 했는지가 없는 것이다.
즉 가장 실질적인 조치인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이 장관의 '시의적절한' 제안에 대한 '조율된 방식'의 전개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 조율이란 말 뿐이지 결국은 칼자루를 쥔 미국의 뜻대로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앞으로 새로운 뭔가가 더 나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여기까지인 듯하다.
미 당국자는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지만 사실 찬성하기 어렵다. 트럼프 정부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미 전략자산 편대가 한 밤중에 신포 앞바다까지 날아간 것은 분명 북 지도부를 공포에 떨게 했다. 그해 말부터 확산된 코피작전 실행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2018년 2월10일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김여정을 특사로 보내도록 한 이면의 힘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의지다.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대화로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의 강도로 밀어붙일 수 있는가, 또 대화로 나올 경우 북이 받을만한 협상안을 제시할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다. 아직까지는 보여진 바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