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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zam Sep 17. 2021

마키아벨리안 상사 밑에서 일하기

모든 상황과 타인을 스스로의 통제 하에 두려하고,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나르시시스틱한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들은 마키아벨리즘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하는 건 개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몇 달 전 이미 유사한 유형에게 크게 데여 이에 대한 선행학습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표현은 부드럽게, 그러나 결과적으로 던지고자 하는 내용물은 더럽다. 이미 정해진 답은 스스로의 머릿속에 있고, 모든 것은 그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충언을 하면, 좋은 제안이라며 칭찬으로 시작하나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냥 입 다물고 네네 해주다가 다같이 등산하는거지 뭐.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본인이 오해한건데, 타깃이 된 비난의 대상을 공개적으로 비꼬며, 절제된 감정을 마치 승리자의 표식인양 자랑스럽게 내비춘다. 본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타인의 흠을 마치 정말 그런 것처럼 간주하고, 실존하지도 않는 타인의 태도와 의도를 비난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룰을 집단, 관계의 법칙으로 만들려 하며, 이로써 통제권을 갖는다.


이렇게 약아빠진 것들은, 강자에겐 매우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데, 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기준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강자로, 감정적이거나 약간의 이익을 포기하면사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은 약자로 인식한다. 이들에게 강자로 보이는 건 매우 쉽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들에겐 이들이 생각하는 강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오늘도 마키아벨리즘에 절여진 상사는 상황의 단편만 보고 폭주하면서, 본인의 머릿속 생각을 내뱉었다. 아무도 그렇게 하겠다 한 적 없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는 것들을 나열하면서, 팀원들을 쉽게 병신 만들더라. 하지만 놀랍게도 나도 이제는 이런 부류에게 결코 상처 받지 않는 내공을 쌓은 상태이므로, 나름대로 현명하게 해결했다. 결과적으로 상사는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실수를 인정하거나 지랄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근데, 이마저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왜냐면 사과할 줄 모르는 부류의 인간들이거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양, 두 손 들어 제스춰까지 취해주며, 아주 친근하게, 내게 화이팅을 외치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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