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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이 Dec 17. 2015

#15 나부터 먼저 사랑하기로 했다, 중국 드라마!

랑랑에게 중국이란...

정말 별일이다. 중국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30몇년동안 살았던 토박이로선 미안한 얘기지만, 중국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극 소수 작품을 제외하곤 말이다.


초등학교 땐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겨봤었다. "잇큐상", "도라이몽" "세인트 세이야" 등 캐릭터에 한창 빠져있었을 때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나름 성인티를 내면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중국 본토보단 홍콩이나 싱가폴 드라마를 많이 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만 드라마는 아직 본토로 들어오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중국 방송에서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중국어 더빙판 "별은 내 가슴에". 지금도 기억나는데, 홍콩이나 대만에서 더빙을 했는지 억양이 묘했다. 배우 안재욱을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멋있는 남자도 있었구나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얼굴 잘 생기고, 키도 훤칠하고 노래까지 잘 부르는 훈남...(후에 알고보니 키는 카메라 감독의 "사기"였던 것. 안재욱이 나왔던 장면마다 카메라를 아래에서 위로 찍어서 그런지 키가 엄청 커보였다는 ...)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한국 드라마의 신세계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 나. 대학교때는 일본과 한국 드라마를 넘나들기에 정신이 없었다. 드라마란 드라마는 모두 찾아봤던 것 같다. 어떻게 봤냐고? 중국의 비디오 방의 힘을 믿어라! 그곳엔 없는 게 없단다. ㅋㅋㅋ물론 중국 드라마를 아예 거들떠보지 않은 건 아니다. 가끔 가다 눈길을 끌었던 좋은 작품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한국에 오면서 나는 드디어 사랑하는 한국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항상 잡초처럼 강인하고 착해빠진 여주, 그런 여주 옆엔 항상 키다리아저씨같은 순정파 남주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주는 알고보면 어마어마한 재벌2세라는 것! 결혼하려고 하면 항상 방해꾼으로 나오는 남주의 어머니, 그러다 남주는 가출을 하고, 결국 사고로 기억상실까지 되고...온갖 시련을 다 겪고나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안 봐도 비디오다. 언제봐도 거창하고 화려한 한국 드라마, 30을 넘은 내가 봤을 때, 우리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다.


최근에 한국 직장동료분과 식사를 하다 충격을 먹었던 일이 있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 분, 중국 역사에 대해서 거침없이 이야기를 해주는데, 바보처럼 듣기만 했던 나. 그리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뭐하고 살았을까? 내가 알아야할 것들, 내가 가진것들은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남의것들만 바라고 흠모하고 부러워했던 것 같다. 국내에선 손톱만큼도 없었던 애국정서가 , 외국에서 갑자기 불타오를 줄이야! 일단 중국 원서들을 한꺼번에 10여권을 사놓고, 한권한권씩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중국의 5000년 역사, 다시한번 돌이켜보기로 했다. 기본적인 역사지식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최소한 대답이라도 할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은 싫어했던 중국 드라마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에겐 아주 큰 장점이 있지 않은가? 자막없이 언제 어디서나 중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발견한 사실, 중국 드라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발전되었다는 것. 물론 아직은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한국 드라마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하이생소묵"이나 "타래료, 청폐안" 과 같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런 좋은 중국 작품들을 주위에 한국 친구들에게 많이 소개시켜주고 싶었다. 특히나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친구들에게 말이다. 물론 내가 보지 않은 작품에 대해선 절대 섣불리 추천하지 않을 것- 내가 세운 기본원칙이다.

나조차도 사랑하지 않고 공감가지 않은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부터 먼저 사랑하고 먼저 관심을 보이자!


이미지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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