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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중국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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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랑랑이 Dec 26. 2015

#5. 전통과 현대가 그려낸 화려한 산수화

탄웨이웨이(谭维维)의 너에게 색깔을 입혀주겠어

인터넷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중국의 국보급 음악이 있어서 흥분을 금치 못하고 늦은 시간에 포스팅을 올려봅니다. 내일 아침 일찍 학원 가야 하는데...ㅠ ㅠ

给你一点颜色(급니일점안색)
너에게 색깔을 입혀주겠어

제목 : 给你一点颜色(급니일점안색)
발행 : 2015.12.5
노래 : 탄웨이웨이
작곡 : 탄웨이웨이，리우쩌우(刘洲)
작사 : 탄웨이웨이, 천쭝쓰(陈忠实)，루쑤쮠(路树军)

탄웨이웨이 - 너에게 색깔을 입혀주겠어

给你一点颜色(급니일점안색) . 탄웨이웨이양이 직접 작곡, 작사한(루쑤쮠의 "관중고가" 일부 시 구절을 인용함.) 곡인데요, "中国之星"(스타 오브 차이나)에서 이 곡을 선보인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답니다. 평소에 록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이 곡을 굳이 이렇게 올리는 이유는 바로 편곡이 너무 신선했다는 점. 젊은이들한텐 이미 너무 오랜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중국의 민간 예술을 되살리고 싶은 그녀의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는 게 강하게 전달되어 온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이 곡을 듣고 한동안 흥분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 아니에요.

탄웨이웨이 - 너에게 색깔을 입혀주겠어

그렇다면 "给你一点颜色" - 제목의 의미를 한번 알아볼까요?

일단 이 곡의 핵심은 颜色라고 생각해요.
颜色： [yánsè] 색, 색깔 , 본때

颜色는 원래 색, 색깔을 의미하는데요, 상황에 따라 본때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답니다.

예 :
1. 涂颜色:색을 입히다.
2. 给你/他一点颜色 : 너/그에게 본때를 보여주다.

제목만 봤을 땐 사실 두번째 의미: 본때가 맞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정작 가사를 읽어보니 원래 뜻 - 색깔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사를 대충 풀이하자면 : 하늘은 왜 회색으로 변했나/대지엔 왜 초록색이 없나/마음은 왜 빨갛지 않나 /눈 덮인 산은 왜 검정색으로 변했나/코뿔소는 왜 뿔이 없어졌나/코끼리는 왜 상아가 없어졌나/상어는 왜 지느러미가 사라졌나/새들은 왜 날개를 잃었나/별들은 왜 생기를 잃었나/꽃들은 왜 만발하지 않나/세상은 왜 이리도 칙칙한가/우리는 왜 이런 결말을 알면서도 계속 세상을 허비하고 있나/이젠 이 세상에 색깔을 다시 입힐때가 됐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하루 하루 생기를 잃어가는 이 세상에 다시 열정과 생기를 불어넣자란 의미로 "세상에 아름다운 색깔을 입혀주자"라고 시적으로 표현한 것 같네요. . 가사가 너무 맘에 들고, 제목 또한 묘하고 기발하네요.

탄웨이웨이가 "中国之星"에서 선보였던 "너에게 색깔을 입혀주겠어"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바로 : 화인라오챵(华阴老腔)과 록 음악의 완벽한 조합이라는 점이에요. 이 곡으로 그녀는 경연에서 당당하게 1등을 거머쥐기도 했죠.

화인라오챵(华阴老腔),그렇게 대단한 건가?

화인라오챵은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 때부터 시작된 민간 1)희곡인데요, 2)산시 성 화인현의 어느 한 장 씨 가족이 최초로 불렀다고 합니다. 화인라오챵은 가락이 높고 우렁차며, 호탕하기도 하면서 그 기세 또한 아주 대단하죠. 실제로 어떤지는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길... 보통은 한 명이 메인으로 부르면, 주위에서 함께 3)탁강을 해 준다. 심플하게 설명하자면 아이돌 그룹엔 항상 메인 보컬과 옆에서 화음을 맞춰주는 멤버가 있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 싶네요. "화인라오챵"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그 반주에 있어요. 다른 민간 가락에서 많이 사용하는 수르나이(Surnay) 대신 전문 4)박자 판이란 걸 만들어서 리듬감을 살린다죠.

화인라오챵

이렇게 나무 의자 비슷하게 생긴 박자판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등장하는 아저씨들. 노래가 시작하면 아예 바닥에 앉아서 악기를 연주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6,70세 되시는 분들이 이렇게 나이답지 않게 역동적으로 "율동 "하면서 박자판을 치는데요, 치는 위치가 다름에 따라 소리 또한 제각각이래요. 이것도 기술이네요. 이 나이에 이렇게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창피해지는 1인. 노력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게 만들잖아요.

화인라오챵

중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화인라오챵, 그렇기 때문에 또 오랜 시간 동안 끊기지 않고 전해져 내려온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이런 가락을 많이 좋아하죠. 하지만 본 민족의, 같은 성씨의 가족원들에게만 계승 자격이 있다는 한계 때문에, 현재 화인라오챵 또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어 대책이 시급하기도 해요. 이번 무대의 출연자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60,70대의 할아버지였거든요. ㅠㅠ

화인라오챵

사실외국 분들 말고고 중국의 젊은이들한테도화인라오챵은은 많이 생소할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가고 있는 이 화인라오챵이 바로 중국의 국보급 문화유산이라는 걸 아시나요? 탄웨이웨이는 이번 무대에서 바로 이 국보급"화인라오챵"과 본인의 독특한 창법을 교묘하게 결합시켜 새로운 음악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거죠. 전통과 현대, 소박함과 화려함, 약간의 촌스러움과 약간의 모던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경이로운 무대였어요. 모든 시청자들, 그리고 최건 등 3명의 톱 중견 가수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지게 한 탄웨이웨이, 그녀는 역시 엄청났어요! 무대를 보고 난 후 최건(중국 로큰롤 음악의 대부) 님의 소감을 빌리자면 : "여러분들이 방금 들은 건, 교과서급의 중국식 록 음악이에요!"

"너에게 색깔을 입혀주겠어" 라이브 무대

오랜만에 살아있는 음악을 들은 것 같아서, 피가 제멋대로 들끓는 것 같네요. 고향의 황토 냄새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느껴보는 느낌이에요!

"너에게 색깔을 입혀주겠어" 라이브 동영상

탄웨이웨이의 무대를 보면서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영웅이 있었어요. 그누구냐면요... 바로 한국의 불멸의 피겨 여왕 - 김연아랍니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김연아냐고요? "죽음의 무도 ", "제임스 본드 메들리""레미제라블",", 그녀는 우리에게 수많은 걸작들을 안겨줬잖아요. 그렇지만 랑랑이가 그녀를 떠오른 이유는 이 작품들 때문이 아니에요. 2011년 세계 선수권에서 그녀가 선보였던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 ", 아직 기억나시는지 모르겠네요. 기타 작품들 속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 했던 아쉬운 작품, 하지만 랑랑이에겐 정말 대단했던 프로그램이었어요. 한국의 전통미를 당당하게 세계인들 앞에서 내세우려 했던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아름다운 강산을 그려놓은 수묵산수화 의상을 입고, 구슬픈 한국의 판소리 가락에 맞춰 빙상 위를 슬프게 날아다녔던 그녀의 몸짓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한국의 전통 가요 "아리랑 ", 그리고 한 맺힌 판소리 가락이 넓디넓은 빙상 위에서 울려 퍼질 때, 랑랑이는 아주 주제넘게 가슴이 뭉클했네요.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이 제아무리 감동적이라 한들, 과연 이것과 비교가 될까요?

수묵산수화 의상, 너무 예쁘네요.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점점 남의 것에 호기심이 동하고, 갖고 싶고 따라 하고 싶어지고 있죠.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건 바로 내 집에 있었다는 걸 잊어버린 채로 말이에요. 요즘 오디션을 보면 팝송을 부르는 친구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나쁜 건 아니지만, 막무가내로 따라 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본 민족의 소울과 고유한 장점을 죽이진 말았으면 좋겠네요. 그거야말로 글로벌 시대에서 내가 다른 사람과, 내 나라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 탄웨이웨이의 시도는, 오랜 기간 동안 묵혀두었던 중국의 국보 화인라오챵이 세계에로 한 발짝 크게 내딛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랑랑이의 꼬치꼬치 캐고드는 주석 :

1).희곡(戏曲): 중국 전통극.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경극(京劇)과 평극(評劇)·월극(越劇)등의 지방극의 총칭.
2).산시성성 : (‘陕(Shǎn)’ 또는 ‘秦(Qín)’으로 약칭하며, 성도는 시안(西安)임.
3).탁강(拖腔)： (중국 전통극에서) 창을 할 때에 특정 글자를 길게 늘여서 발음하다
4).박자판 : (민간 타악기의 하나. 딱딱한 나무 세 쪽을 묶어 박자를 맞추며 노래함)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 경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