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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이 Mar 23. 2016

#8. 리리안,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

[중국 나가수4] 서가영(徐佳莹)의 리리안(莉莉安)

중국 나가수 4에서 서가영이 불렀던 곡들은 대부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많이 안 알려졌던 곡들도 서가영이 부르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재조명이 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랑랑이가 가장 아끼는 곡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할 송동야의"리리안"이다. 


리리안 : 3명의 주인공이 만들어낸  하나의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 


"리리안"은 중국 현대 민요풍 곡이다. 예전에 랑랑이가 올렸던 "얼룩말, 얼룩말"을 불렀던 가수 -송동야의 또 다른 작품이다. 물론 "얼룩말,얼룩말"만큼 유명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 노래의 모티브는 굉장히  특이하다. 공포스럽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송동야의 정신질환이 있었던 여성 친구의 상상 속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곡이라 한다. 정신질환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이 여성은 병원에 있는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런 이야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자신의 몸속에 여인 A, 여인 B 그리고 남자 A가 있었다. 사랑에 빠진 여인 A와 남자 A,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남자. 고통의 늪에 빠진 여인 A는 여인 B에게 남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혹시 훗날 언젠가 그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자신의 이름이 리리안안이라고 전해달라고 한다. 송동야는 바로 이 여성 친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 가사를 꼼꼼히 음미해보면 알겠지만, 이 노래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는 듯하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한사람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송동야 - 리리안 

송동야는 과연 이 곡을 통해 무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사랑? 그리움?  애매한 가사는 노래를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게 한다. 뭔가 느낌이 올 듯 말듯한, 손에 잡히지 않는 어떠한 윤곽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리하여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섞어서 제멋대로 이해를 하기 시작한다. 나를 포함해서. 결국 애매한 가사, 독특한 분위기의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들마다 저도 모르게 공감을 하고 있다.  


개개의 섬과도 같은 우리, 그 섬에는 나와 너만의 기억을 가두고 있다. 멀리 사라져버린 너의 그림자를 안고, 섬에 가둬놓은 너와의 추억만으로 나는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깊은 밤에,  그리고 해 뜨는 새벽에, 나는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너를 추억 속에서만 더듬고 있다. 그렇게 섬에 갇힌 내 추억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어느덧 하루하루 말라 가고 있다. 그런 어두운 추억의 섬을 표현하고자 바닷가란 장소를 설정했을까? 그리고 노래 끝날 때쯤 고작 한번 나오는 그 이름 : 리리안.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내 추억 속에서마저 사라져버릴까 봐 두려워서였을까? 

서가영 - 리리안 무대 

송동야의 원곡 버전도 너무 좋았지만, 서가영 버전이 대중들에게는 조금 더 쉽게 와 닿는 편곡이지 않았나란 생각을 해 본다. 송동야가 부른 리리안은 이야기 속에 군데군데 구멍을 낸 느낌이라면, 서가영의 리리안은 그 구멍마저 빽빽이 메꿔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송동야의 리리안은 사랑에 대한 상처를 남겨줬다면, 서가영의 리리안은 절망속에서 용기를 찾는 느낌이 든다. 똑같은 리리안이지만, 극과 극으로 다른 두 리리안. 참고로 4차 경연에서 서가영은 이 곡으로 3위의 영광을 안았다. 


언젠가 서가영이 이런 얘기를 한 적 있다. 매번 경연을 마칠 때마다 내 몸속의 서랍 하나가 열린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나의 서랍들이 더 많이 열렸으면 한다." 그만큼 매번 무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녀의 간절한 소망. 그 덕분에 항상 그녀의 다음 무대가 기다려진다.  다음 무대에는 어떤 서랍이 열릴까 하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말이다. 

서가영의 라이브 무대, 눈 감고 한번 들어보자.

중국 나가수 4 - 서가영 <리리안>


제목 莉莉安(lilian)
앨범 안하교북(安河桥北)
작곡 송동야(宋冬野)
작사 송동야(宋冬野)
노래 송동야(宋冬野)
장르 민요 


번역 랑랑이 


她发现孤独的人
准备动身
于是就祷告着黄昏
直到夜里
她转头听见
悲伤的呜咽

떠날 준비를 하는 고독한 사람,
그런 그를 발견한 그녀는
황혼 속에서 기도를 하네. 
밤이 될 때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면 들리는
구슬픈 오열 소리

一个善良的女子
长发垂肩
她已跟随黄昏
来临

착한 여인은 
어깨를 덮는 긴 머리를 하고
황혼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네. 


翠绿的衣裳在炉火中
化为灰烬
升起火焰
一直烧到黎明 

청록색의 옷가지는 난로 속에서
잿더미로 타버리고,
그 위로 불꽃이 타오르네.
새벽까지.


一直到
那女子推开门离去
她自言自语

그 여인이 문을 열고 떠날 때까지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네. 

在离这很远的地方
有一片海滩
孤独的人他就在海上
撑着船帆

여기서 멀리 떨어진 그곳엔
바닷가가 있었네.
바다 위에선 고독한 그 사람이
돛을 달고 있다네. 


如果你看到
他回到海岸
就请你告诉他
你的名字
我的名字

혹 그 사람이 바닷가로
돌아오는 걸 본다면
그에게 전해주다오.
당신의 이름은
나의 이름은

莉莉安
리리안 


송동야의 리리안은 어떤가? 

송동야 - 리리안 /영화 <后会无期>(후회무기) 주제곡


이미지 출처 : 바이두
동영상 출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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