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우 Jun 30. 2016

금수저 일기 2

금수저(?)의 진실을 밝혀라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며 인사를 할 때 이어지던 대화의 흐름은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YOU : 주우씨 어디 가?

ME : 아버지 밑에서 일 배워 보려고요.

YOU : 주우씨 금수저였어??

ME : 아, 뭐 금수저까진 아니고... 아버지께서 작은 공장을

YOU : 이제 사장님 되는 거야? 우와~~


대화가 이쯤 진행되면 난 이미 금수저로 찍혀(?) 버린 후다.


수저의 계급론을 다룬 아래 기사에서 분류하고 있는 계급표를 들이대며 굳이 항변하자면, 내가 들고 있는 수저는 동수저쯤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수저 일기'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는 까닭은 글을 읽는 독자들을 기만하기 위함도 아니고 내가 동수저라는 걸 자랑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선택할 기회조차 없는 이들보다는 나은 환경임을 인정하고 분발하자는 의미다.


전편에서도 말했듯이 난 운이 좋게도 사장님 아들이다. (내가 태어날 당시 아버지는 백수였다)

'사장님'이란 단어의 무게는, 조직이나 자본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으나 내가 목도한 아버지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자영업자 중 한 명일 뿐이다.


현재는 매출 매입 자료를 확인하며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이다. 적지 않은 연세임에도 홀로 공장을 꾸려 온 아버지가 커 보인다. 과연 내가 밥값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수저 일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