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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뼘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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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Aug 01. 2020

[한뼘독서] 밥 벌어먹는 일은 모두 마케팅이다.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 후기


영업점에서 '영업'을 할 때는 하루빨리 본사로 가고 싶었다.

카드 1개, 청약 1좌 추진을 위해 

비굴해져야 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고객이나 지인이 상품 가입을 거절하면 

마치 내가 부정당한 것 마냥 

의기소침해졌다.

본사에 가면 영업은 하지 않아도 되니, 

그럭저럭 나와 잘 맞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본사로 옮겨 4년째 근무 중인 지금,

나는 마케팅 부서, 

마케팅 팀에 속해 있다.

하지만 '마케터'로 불리는 일은 

아직도 이질적이고 

때론 거리감마저 느껴진다.

마케팅 관련된 책을 따로 찾아 읽거나 

별도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왜냐? 

회사일은 99% 

나와 '안 맞는 일' 투성이라 

생각했으니까.

또 '마케팅'은 회사 좋은 일만 하는 거라 

느껴졌으니까.


영업점에서는 

영업과 진상고객이 싫었고,

본사에서는 의전, 

의미 없는 페이퍼 작업, 

딱딱하기만 한 문화가 

불편하고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맡은 일에서 실력을 키워봤자,

나는 이 일로 성공할 생각도, 

퇴사하면 이 일을 이어나갈 생각도 

전혀 없으니

굳이 공부하고 실력을 쌓을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내 돈 내산'으로 

읽은 이유는

강혁진 대표님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처음 퇴사 학교 원데이 클래스에서 

대표님을 뵈었을 때가 생각난다.

나와 같은 업계에서 일하시다가 퇴사하시고 

본인만의 업을 만들어가고 계셨다.

그 이후 '월간 서른'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시고 

운영하신다는 이야기를

SNS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퇴사할 용기도, 준비도 없이 

여전히 그 자리를 맴도는 나는 

그저 부러웠다.


몇 주 전,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교보문고 신간 리스트를 살펴보다가

대표님의 성함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즉시 책을 주문해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쉽게 잘 읽혀서 단숨에 완독 했지만

책이 주는 깨달음은 묵직했다.


책에서는 마케터로서 성장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을 키우는 것.


전임자가 해왔던 대로 

'거기서 거기'인 마케팅만 좇아가며

'안전한 게 제일이지-'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시도는 거부했던 나였다.

고민 없는 마케팅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이름 만으로 

홀로 서야 하는 순간이 오면?

매너리즘에 빠져

경험도, 질문도, 관점도

희미한 상태에서

회사 밖 정글 속에 던져질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책을 읽으며 돌이켜보니 

몸서리치게 싫어했던 영업이 

곧 마케팅이었고,

회사 좋은 일만 시킨다고 생각했던 

마케팅은

후에 회사 없이 내가 홀로서기 위해 

꼭 배워야 하는 공부였다.


언젠가, 그리고 반드시

나는 회사 이름 없이 내 이름 석자만으로 

홀로 서야 할 테다.

그때를 위해, 

지금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마케터가 될지 

충분히 공부하고 경험해보려 한다.


그렇게 나만의 관점을 연단시켜 나가면

나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그때가 되면 

세상은 얼마나 크게 보일지,

그리하여 나는 회사 없이도

나라는 브랜드를 키우며

훌륭한 마케터로 성장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P.S. 책은 내 돈 내산으로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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