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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Dec 10. 2022

[3년의 고통] 층간소음은 범죄다.

오늘 아침, 기사 하나를 보고 참 씁쓸했다.

대전의 아파트에 사는 어떤 부부가

우퍼스피커로 윗집에 헤비메탈, 생활소음 등을

10여차례 송출해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


아랫집이 오죽하면 저런 방법까지 썼을지

층간소음 피해자였고 아직도 피해자인

나는 그 마음이 이해된다.


찾아가서 좋게 대화하기?

관리실 통해 주의 부탁드리기?

초반 1년간 우리가 가장 많이 한 방법이 그랬다.

왠만하면 말하지 않고 참으려했고

심할 때도 인터폰 하기가 조심스러워

몇 번씩 고민했다. 내가 예민한 걸까봐,

아랫집이 자꾸 연락하면 되려 기분상해서

열 번 조심할 것도 한 번 하게될까봐 자제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마지막 부탁이였다.

대화해봤자 그 순간일뿐, 바뀌는 것 없는 현실은

오히려 더 절망적이었으니까.


그 이후 본격적으로 녹음을 시작했다.

법적으로 해결할 생각이었으니까.


소음일지 기록하기,

매일 출근하며 녹음기 켜놓기,

종일 녹음된 파일을 퇴근 후 돌려보며

소음 편집해서 증거로 모아놓기 등등.


퇴근하고 책상 앞에 앉아,

12시간짜리 파일을 돌려보며

내가 없는동안 벌어지는

윗집 애들의 만행을 소리로 느끼는 일은

정신적 피로가 상당했다.


우리가 집에 없으면 저렇게 소리 지르고

뛰어 다녀도 아무도 혼내지 않는구나.

그러니 저녁이나 주말에도 못 참는거구나.

부모가 교육을 아예 안 하고 내버려두는구나.

그래도 꾸역꾸역 녹음을 했다.

언젠가 내 피해를 입증해 줄 증거자료니까,

화가나도 들었다.


어느 날은 파일을 듣다가 엉엉 울었다.

나는 분노를 삭이며 파일을 편집하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애들이 깔깔거리며 웃고

윗집 아줌마가 하하호호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해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내는데

피해자는 피해를 입증하고 피해자임을 인정받고자

쉬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층간소음만 생각하며

퇴근 후에도 바빠야 되는구나.


편집하지 못한 녹음파일들이 쌓여갈즈음,

이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무조건 탑층만 찾았다.

여기저기 동네도 다녀보고

등기부등본도 떼어보며

소음이 아니라 아침햇살이 눈부셔서 일어나는

그런 집을 찾으려고 했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한편으론 억울했다.

우리집은 작았지만 시장도 근처에 있고

근처에 산도 있고 교통도 편리한 곳에 있는데.

윗집만 아니면 이사갈 이유가 없는데

내가 도망치는 것 같아 싫었다.


그렇게 나는 지난 3년간, 녹음-이사알아보기-다시 녹음-이사알아보기의 무한루프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윗집과 다시 대화를 하기도 했다.

화나는 마음에 집에서 고래고래 욕을 하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소리도 질렀다.

주말엔 거의 밖에 있었고

호캉스를 층간소음을 피하기 위해 갔다.


아직도 근본적인 소음들은  바뀐것이 없다.

발망치소리, 자정이 되어서도 떨어지는 물건소리,

의자끄는 소리, 새벽 여섯시부터 와당탕 바닥에

무언가가 내팽겨쳐지는 소리, 애들이 작은방에서

꽥 소리지르며 점프하는 소리 등등.


그럼에도 나는 우리의 첫 집이자,

출퇴근에 가장 적당하며

윗집 빼고는 특별한 불만사항이 없는

작은 우리집을 아직까지 떠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의 나는

가해자들이 꼭 벌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가 치밀면 일기를 쓰고,

소음에 잠식되는 내가 싫어

책을 보고 야구를 보러다니고 운동을 하고

밖으로 나다녔다.

노이즈캔슬링 헤드셋과 슬립버즈도 쓴다. 


가해자들이 층간소음으로 제대로

처벌받았다는 기사는 아직 본 적 없는듯하다.

있다면 누가 알려주면 좋겠다.


층간소음은 정신적인 폭력이자 범죄다.

피해자들이 그 피해를 입증하기위해 고군분투하고

그와중에 생업을 놓지않으며

소음에만 신경쓰기 싫어, 바쁘게 사는 것만큼

가해자들도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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