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된 엄마와..
“엄마! 여기 누워봐. 어깨 마사지해줄게”
등과 승모근이 딱딱- 하게 굳은 엄마를 오랫동안 봐오다가, 생각 난 김에 엄마를 마사지해주기로 했다.
누워 있는 엄마의 얼굴 위에
내 얼굴을 마주하고,
나는 엄마의 승모근을 마사지 하기 시작하는데..
엄마의 입에서 예전 외할머니의 냄새가 슬며시 올라왔다..
“외할머니가 78세에 돌아가셨으니, 나도 그 정도에 마감하지 않을까? 늙으니까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니? 죽으러 무덤으로 막 달려가는 거 같다..”
무덤으로 달려가는 거 같다니..
세상에서 듣던 말 중 가장 슬픈 말이었다.
오늘 엄마한테서 돌아가신 외할머니 냄새가 나면서 몇 년 전에 한 대화가 다시금 떠올랐다.
엄마도 이제 정말 그때 외할머니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오히려 스스럼 없이 더 묻는다.
“엄마. 엄마도 죽는 게 두려워? 죽은 후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난 여한 없다. 너네 다 키우고 할 거 다 했다. 너무 오래 살아도 추해”
“엄마는 외할머니 돌아가신 후에 안 슬펐어?”
“장례식장에서는 슬프긴 했지만, 꿈에 한번 안 나오더라. 나는 외할머니한테도 도울 수 있는 선에서 다 해드려서 그런가 봐”
“엄마는 죽으면 묻어 줄까? 화장해 줄까?”
“너네 알아서 해! 엄마는 이미 죽어서 모를 텐데.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세상 쿨하신 이 칠순을 보세?!
“엄마 몸이 지금은 이렇게 체온이 따뜻한데, 죽으면 이 몸이 차가워진다고? 외할머니도 입관했을 때 차가웠어?”
“응 정말 찼지. 그리고 입을 벌리고 돌아가셨어.. 막내 이모가 자꾸 외할머니 만지길래 내가 만지지 말라고 했어. 난 좀 무섭더라고..”
자기를 낳아준 엄마의 몸의 차가움이 무서웠다는 건, 이제 정말 그 혼이 우리를 떠났다는 것을 말하나 보다. 누군가가 아닌, 그저 잠시 빌려 입은 껍데기였던 걸까?
제사 때문에 아빠와도 가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늙어서 정신 못 차리면 그냥 존엄사 해줘.”
“네??? 아빠!! 존엄사 한국은 합법이 아니고 하려면 스위스를 가야 하는데, 조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봅잡해요.. 그리고 약 1억 원 든대요!!”
“1억 원?”
“네에~ 1억 없으니까 곱게 늙읍시다 아버지?!”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