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후 일주일
금요일이다. 첫 출근을 시작으로 정신없는 한 주가 지났다. 그동안 찍을 일이 없던 교통카드가 정신없이 삑삑 울려댄다. 출, 퇴근길 지하철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두 번이나 놓치고 가방을 손으로 들지 않아도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중력의 공간. 거기에 KF94 마스크까지 나는 숨도 못 쉬겠는데 모두가 익숙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앞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작은 글씨조차 다 들어오는 지하철에서 새삼 밥벌이의 무게를 실감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해 이직도 없이 다닌 곳. 뭐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일했고 그러다 보니 승진에 승진을 거치며 바쁘지만 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육아휴직에 휴직 연장까지 공백은 생각보다 길었고, 그 사이 후배들은 눈에 띄게 성장해있었으며 특히 공백기가 없는 남자 후배들의 위치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또 한 번의 승진심사를 앞두고 임신, 출산, 육아로 기회를 잃어버린 흔한 대한민국 워킹맘 중 하나였고 아기를 낳고 기르며 애써 마음을 내려놓았는데 회사생활을 지속했던 선배, 동기, 후배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잊고 있었던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려놓은 것이지,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며 나의 마음을 엿보는 시간.
업무는 달라진 점이 꽤 많았다. 코로나, 불경기, 인력감축 등 여러 가지 영향이 있었겠지만 한 사람이 수행해야 몫이 더 많아졌다. 그만큼 빠르게 적응해 이전처럼 내 몫은 물론 그 이상을 해야 하는 상황. 오랜만에 출근이라 정신없는 와중에 퇴근 후에 집에 돌아와 매번 새벽까지 밤을 지새웠다. 그간 비워뒀던 시간을 갚아나가려면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새벽.
제발 나아줬으면 하던 지독한 기침감기는 복직 날까지도 결국 낫지 않았고, 목캔디를 입에 넣고 고군분투해봤으나 결국 기침이 멈추지 않아 하루에 두세 번씩 화장실로 달려갔다. 헛구역질은 물론 구토까지 정말 쉽지 않았던 한 주.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식당에서도 밥을 챙겨 먹는 게 무서워서 식사량도 눈에 띄게 줄고 크게 할 생각이 없었던 다이어트가 저절로 되고 있다.
내가 신입사원도 아니고, 늘 해오던 업무라 업무는 금방 익숙해지겠으나 체력이 정말 예전 같지 않다. 몸이 좋지 않아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겨우 일주일 일했을 뿐인데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고 밤을 새우고 일할 때도 정말 많았는데 새벽에 책상을 지키는 일도 쉽지가 않다. 주변에서 입만 열면 건강, 운동 이야기를 하는 이유, 그 이유를 실감하는 요즘.
회사에 있으면 하루 종일 아기 생각이 날 줄 알았는데 집중해야 하고 할 일도 많다 보니 생각보다 그럴 정신이 없다. 복직 첫 주 아기는 아빠의 출근은 이해해도 엄마의 출근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 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없으니 “엄마는?.” 하고 묻는 모양인데 출근이라고 설명해줘도 아직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아빠는 회사!.” 하던 녀석인데 “엄마도 회사.” 하고 대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심지어 금요일인 오늘 아침에는 나를 찾다가 “엄마 아파?” 하고 물었다니 아무래도 코로나로 방에서 격리할 때 곁을 지키지 못한 것을 떠올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픈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늘 안아주고 이름을 불러주던 엄마가 없으니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는 건 어쩌면 나보다 내 아기. 나야 다니던 직장이지만 아기는 난생처음 엄마의 공백을 겪어내고 있다.
퇴근 후에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줘야지 하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할 일은 너무 많고, 겨울의 짧은 해는 이미 저만큼 저물어 달이 떠야 만나는 일상. 어제도 업무를 따라가느라 새벽 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쌓인 피로와 긴장으로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주말은 아기와 함께 보낼 수 있으니 없는 힘이라도 짜내 볼 생각.
본격적인 워킹맘 일상 시작. 이미 출발 신호는 떨어졌으니 뒤로 달릴 수는 없다. 회사도, 육아도 힘을 내보는 수밖에. 일주일만 해봐도 이렇게 힘든데 대한민국 워킹맘들은 그간 어떻게 버텨왔고 어떻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건지 새삼스럽게 경의를 표하며.
눈을 뜨면 찾아올 월요일을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