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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May 05. 2024

나에게 넌, 너에게 난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된 이후, 매 순간 경이롭고 때로는 당혹스러우며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 덮을 때고 있습니다. 과거엔 시도해 본 적 없는, 타인을 온전히 믿고 사랑하는 일을, 인내하는 법을, 한 생명체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가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제 삶은 이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져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중입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나 자신의 성격적인 결함이나 여러 구멍을 마주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저는 계속해서 아이가 저라는 사람이 더 넓은 사람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혼자가 아닌, 아이와 함께 하기에 이전의 저 개인의 운명을 넘는 확장의 세계에 들어선 거죠.


신생아 시기에는 정신없이 망망대해를 어푸어푸 헤엄치기에 바쁜 항해자였다면, 지금은 나름 바닷물을 좀 먹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잠깐 돛단배에 몸을 뉘어 쉬기도 하고 다시 바다를 헤엄칠 때엔 나름의 계획과 계산을 갖고 달려들기도 합니다. 여유가 생기면, 육아와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하고요. 그렇게 조금씩 저와 아이는 서로에게 발맞추며 착실히 항해 중입니다.


타인의 삶 중 가장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원칙을 세우다가 네이딘 버크 해리스의 책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동기에 겪은 불행과 성인기 건강 사이의 관계에 대한 책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불행은 단순히 ‘나쁜 일’이 아니라 아동에게 벌어질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사건들을 말합니다.


‘ACE(‘Adverse Childhood Experiences)’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질병에 걸릴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게 책의 골자입니다. 아래 자가 평가 항문을 넣어두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해보세요. 평가 항문을 읽어보면 심장이 쿵 할 정도로 질문의 강도가 셉니다. 누군가 아래 항문에 1개라도 경험했다고 한다면, 조용히 다가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요.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 운이 나빴던 거라고. 불행의 흔적이 희미하게 옅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떤 점에서 운이 좋았던 제가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ACE 같은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이 많다는 이유로,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나의 욕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보지 않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말이죠. 반려자와의 관계 또한 당연하게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상대의 언어와 마음을 잘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것도요.




*ACE 자가 평가 항문 (당신이 18세가 되기 전, 성인이 되기 전)

1. 부모나 집안의 다른 어른이 자주 당신에게 욕설을 하거나, 모욕하거나, 조롱하거나, 굴욕감을 주었나요? 또는 당신이 몸을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도록 행동했나요?

2. 부모나 집안의 다른 어른이 자주 당신을 밀치거나 세게 움켜잡거나, 손찌검을 하거나, 당신에게 무언가를 던졌나요? 또는 당신에게 맞은 자국이 생기거나, 다칠 정도로 세게 때린 적이 있나요?

3. 어른이나 최소한 당신보다 다섯 살 많은 사람 사람이 한 번이라도 당신을 만지거나, 애무했거나, 또는 당신에게 성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만지게 강요한 적이 있나요? 또는 당신에게 구강, 항문 또는 질 성교를 시도했거나, 실제로 한 적이 있나요?

4. 당신은 가족 중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당신을 중요하거나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또는 가족들이 서로를 위하지 않거나, 가깝게 느끼지 않거나,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자주 느꼈나요?

5. 당신은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거나, 더러운 옷을 입어야 한다거나, 당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또는 부모가 술이나 마약에 너무 취해 있어서 당신을 보살피지 못한다거나, 필요할 때 당신을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다고 자주 느 꼈나요?

6. 당신의 부모는 별거한 적이 있거나, 이혼했나요?

7. 누가 당신의 어머니 또는 양어머니를 자주 밀치거나, 세게 움켜잡거나, 손찌검을 하거나, 그녀에게 무언가를 집어던졌나요? 또는 이따금 혹은 자주 발길질을 하거나, 물거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단단한 것으로 때렸나요? 또는 적어도 몇 분 이상 계속해서 때렸거나, 총이나 칼로 위협한 적이 있나요?

8. 당신은 술 문제를 일으키거나, 알코올중독자인 사람 또는 마약을 하는 사람과 함께 살았나요?

9. 가족 구성원 중에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에 걸렸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나요?

10. 가족 구성원 중에서 감옥에 간 사람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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