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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라 Jun 14. 2022

2. 기자 (1)누가 적성에 맞나
<1>무모/대담/집요

20년 기자 경험으로 기자에 적합한 인재에 대해 논한다.

20여 년 동안 수많은 성공한 기자와 실패한 기자를 봤다. 깨달은 내용을 간략히 공유한다면 우선 기자는 기본적인 자질을 갖는 게 중요하다. 경륜이 쌓이면서 꽃을 피우는 기자도 없진 않지만 아무래도 초반에 두각을 나타낸 기자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길게 간다. 


대성할 기자 떡잎부터 보여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선배들의 후배 코칭이 채 반년도 되지 않는다. 언론 교육프로그램 등 이론 교육을 제외한 순수 실습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다. 대개 한두 달 꼼꼼한 코칭을 받은 후에는 자신이 직접 기사를 찾아 만들어야 한다. 코칭은 대개 선배와 함께 취재받고, 취재원 인터뷰 내용 체크, 동선 체크, 출고한 기사 체크 등이다. 단기간인 데다가 취재라는 게 정해진 틀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사실상 기자 본인이 동물적 감각으로 아이템을 잡고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기자 초년병 시절에 기사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일주일 또는 한 달에 한두 개 작성하는 게 아니라 매일 하나씩 아이템을 건져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다. 날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초조해진다. 좋은 아이템이 없을 경우다. 예를 들어 저녁 6시까지 다음날 쓸 기사 아이템을 보고해야 한다면 오후 2~3시부터 식은땀이 난다. 아이템(기사거리)이 더 안 보인다. 취재원과 만나서 작성한 메모를 아무리 뒤져봐도 아이템이 안 보인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만난 사람에게 다시 물어봐도 아이템은 없다. 대개 취재원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기자에게는 아이템을 흘려주기도 하지만 주니어, 그것도 신입기자에게는 쉽사리 제공하지 않는다.


문제는 더 있다. 대개 신입기자에게는 비중이 떨어지는 출입처(취재영역)가 할당된다. 그러면서도 하늘 같은 고참 선배와 동일하게 현장에서 하나의 취재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아직 능력은 떨어지고 아이템(기사거리)도 많지 않은 영역에서 기사거리를 건져야 하는 셈이다. 신입 기자에게는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내성적 성격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무래도 초기 안착에 잘 맞다. 소위 취재원에게 '형님 저 아이템 없으면 박살 납니다. 하나만 흘려주세요~'라는 식으로 출입처에서 능청을 부려야 한다.


선배는 언제나 '지적질'...대범해야


대범함도 필요하다. 기사거리를 못 찾고 또는 직속 고참의 아이템 ‘킬(반려)’ 불호령이 떨어지면 대개 신입기자들은 크게 낙담한다. 어렵게 어렵게 아이템을 찾았는데 그게 킬 됐을 때 박탈감은 적지 않다. 대범하게 다른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기자 자질이 없나'라고 돌아보면 답이 안 나온다. 작성한 기사도 마찬가지다. 사실 신입기자는 신문어체가 익숙지 않다. 당연히 여기저기 문제 투성이다. 선배들은 선배 티를 낼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고치고, 때론 킬 시킨다. 신입은 멘털을 잡아야 한다. 필자가 알던 후배 기자는 굴지의 매체에 들어가서 여러 차례 밤 12시까지 기사를 고치고 그리고 '킬'되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사표를 냈다. 멘털을 잡지 못한 것이다. 


취재에 두려우면 안 돼


대담함도 요구된다. 아무래도 취재원이 기자에게 예우를 해주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필요에 따라서는 강하게 나가야 한다. 국민을 대표해서 취재를 하는 만큼 협조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해야 한다. 사례를 들겠다.


사건 기사를 다루는 TV 뉴스에서 종종 봤을 것이다. ‘살인’ 등 큰 범죄자에게 기자들이 당당히 질문한다. “왜 죽이셨나요?” “고인과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으신가요?”

아무리 기자라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은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유교 문화가 작용했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기자생활을 하다 보면 취재원에게 어렵고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불난 집에 기름 붓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대방이 듣기 거북한 질문을 직설적으로 해야 한다. 홍보 담당자를 하다 보면 수도 없이 유사하면서도 다양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사실이 아님에도 단정적으로 결론을 이미 내리고 질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실 유도 신문을 하는 것으로 이때 기자들의 다양한 취재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다.


스킬이 떨어지는 기자는 단번에 티가 난다. 뻔한 질문을 하거나 또는 기사 작성과 별반 관계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다. 질문도 '혹시 확인이 가능할까요?'와 같이 주저하며 애매하게 묻는다. 주로 ‘신입’이나 ‘주니어’ 기자다. 상대방이 껄끄러운 질문을 하는 게 익숙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선수(프로 기자)는 다르다. 속사포처럼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줄줄이 질문을 던진다. 하나를 건지기 위해서다. 여기에서는 유도신문도 포함돼 있다. 홍보 담당자가 사실을 인정하도록 온갖 방법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취재원 정신줄 놓을 정도로 집요하게 질문해야


필자가 홍보담당자로 있던 시절 MBC PD수첩 취재진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필자의 기억으로는 하나의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해 유사한 질문을 7번 받았다. 원하는 답변이 안 나오자 돌리고 돌리고 돌리며 질문하는 것이다. 분위기상 ‘아까 똑같은 질문을 하셨잖아요’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신입 기자 시절 선배로부터 인터뷰 관련 제대로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인지도가 꽤 놓은 기업 회장을 만나, 마치 지인에게 질문하듯이 편하게 여러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취재원인 회장 입장에서는 거북한 질문도 일체 주저함 없이 물었다. 상대방인 취재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답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편하면서도 공격적이었다. 생각건대 주저하며 질문을 했다면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죠!”라고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물러서면 안 된다. ‘이건 꼭 듣고 싶습니다’ ‘이것 때문에 어렵게 인터뷰를 잡았습니다’ 등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기자의 집요함이 때론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예컨대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대외비 문서를 들고 나오는 경우다. 20년 전만 해도 사실 ‘쉬쉬’하며 넘어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절대 안 된다. 이런 행동은 '불법'이고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반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과 기관, 정부에서는 분쇄기가 잘 갖춰져 있어서 이 또한 의미가 없어졌다.


너무 특종 욕심에 과한 행동은 자제해야


무모함이 선을 넘는 경우는 대개 과한 의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종 욕심 또는  낙종을 했을 때 이를 만회하려고 무리를 하다가 발생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낙종 했을 당시는 상당히 창피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다. 하지만 그건 나만 그렇게 생각할 뿐 다른 사람들은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특종도 나만 오래 기억할 뿐 다른 사람은 대부분 잊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론 무모함이 필요하지만 지킬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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