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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성형 AI를 써야 하는 이유

개발자도 아니고 IT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아니,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이런 사람 있었죠. 스마트폰은 나랑 안 맞아. 전화기가 전화만 잘되면 됐지. 그보다 10년 전쯤에는 이런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는 휴대폰 문자 안 보내고 꼭 전화 거는 사람들. 또 그보다 10년 전에는 '컴맹'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꼭 어른들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말이죠.


과연 이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실까요. 어디 산자락에 마을을 만들어 함께 디지털 없는 세상을 살고 계실까요. 물론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튜브 보면서 카카오톡으로 링크 보내고 계시겠죠.


새로운 기술 중에서 어떤 기술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삶의 일부가 되곤 합니다. 천천히 적응해도 사는데 지장은 없겠죠. 다만, 마치 미뤄둔 방학숙제처럼, 결국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적응해야만 합니다. 시간을 돌려 다시 선택한다면, 그분들은 여전히 천천히 적응하는 편을 택하실까요?



챗GPT가 처음 주목을 끌었던 작년까지만 해도 호들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하고, 없는 얘기를 지어내기도 하죠. 그림을 그려주는 AI들도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걸 어디에 쓰라는 건지 별로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 인상은 지금도 어느 정도 남아있습니다. 주로 개발자들이 쓰고, 그 외엔 IT 종사자들 정도가 쓸만한 도구로 여겨지죠. 개발자도 아니고 IT 업계 종사자도 아닌 분들이 지금 챗GPT 유료버전을 돈 내고 쓰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지금 이 시점이 여러분의 방학숙제를 미루지 않을 수 있는 시점입니다. 조금만 지나도, 방학은 끝날 거예요. 생성형 AI를 바로 지금부터 써야 하는 이유, 하나씩 들어보죠.



첫 번째. 이미 생성형 AI을 쓰면 일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개발자들에게는 벌써 작년부터 꽤 많이 쓰이고 있었죠. 그런데 올해 챗GPT 4 버전이 출시되면서, 그리고 구글이 제미나이를 출시하면서 생성형 AI가 웹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까지는 AI가 알고 있던 지식 안에서 대답을 했다면 이제는 최근 정보를 검색하면서 답을 합니다. 그래서 자질구레한 일에 꽤 쓸만한 답을 해주기 시작했어요.


잘 생각해 보면, 일할 때 과연 정말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더 많은 시간을 무언가 찾는데 쓰거나, 꼭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맡아서 하게 되죠. 생성형 AI는 그런 일을 꽤 잘합니다. 내가 하는 것보다 퀄리티는 좀 떨어질 수 있는데, 훨씬 빠르죠. 어떤 경우에는 내가 평소에 일하던 습관에서 벗어난 답을 해주기도 하고, 그 경우엔 일의 퀄리티가 오히려 더 좋아지기도 합니다.


적게는 5~10%, 많게는 50~60% 시간을 절약한다면 일하는 속도가 2배 빨라진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챗GPT를 써서 일을 빠르게 잘하자,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나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 중에 나보다 일을 2배 빠르게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나는 아직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데, 누군가는 엑셀로 몇 초 만에 똑같은 일을 끝내놓는 것처럼 말이죠. 생성형 AI는 점점 발전할 거고, 그 사람은 점점 더 활용을 잘할 겁니다. 그만큼 나와 그 사람의 업무속도 차이가 벌어지겠죠. 그건 결국 일하는 실력이 될 겁니다. 일하는 실력의 차이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 것이 생성형 AI를 써야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생성형 AI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에도 엑셀하고 비교해 볼까요. 보통 사람들은 엑셀에 숫자 넣고, 수식으로 합계 구하고, 적당히 서식을 꾸미는 정도로 씁니다. 좀 잘하는 사람들은 어려가지 함수들을 써서 수많은 숫자와 텍스트 사이에서 원하는 값을 찾아내고 가공하죠. 고수들은 거의 프로그램 수준의 엑셀을 만들어냅니다. 개인차가 큰 도구라는 얘기죠. 물론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로 배울 수 있지만, 사람마다 일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에 맞는 노하우를 만드는 건 내 몫입니다.


생성형 AI는 ‘프롬프트’라고 하는 방식을 쓰는데, 문장으로 명령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마치 사람 사이의 대화처럼 ‘아 다르고 어 다른’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똑같아 보이는 일을 시켜도 말을 어떻게 하느냐, 한 번에 시키느냐 끊어서 시키느냐,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차이가 꽤 큰 편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는 이런 식으로 명령을 해야 결과가 잘 나오더라, 하는 노하우를 축적하려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생성형 AI와 이러쿵저러쿵 씨름을 해보는 경험 하나하나가 나의 노하우를 만들어갑니다. 처음엔 챗GPT가 바보같이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걸 어떻게 업무에 쓰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요하게 계속 물고 늘어지세요. ‘이렇게 하니까 이게 되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나만의 노하우가 하나 더 생긴 순간입니다. 다른 사람이 그걸 따라잡으려면,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만 합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생성형 AI를 쓰는 방식은 지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화면에 알파벳만 가득했었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터미널이나 DOS로 컴퓨터를 쓰셨을 겁니다. 그러다 매킨토시가 나오고 윈도가 보급되면서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는 GUI가 시작됐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고 키보드로 글씨를 쓰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도 그렇죠.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는 저마다 다른 스타일의 작동방식을 사용했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안드로이드가 보급되면서, 스마트폰을 쓰는 방식은 10년 넘게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기술은 너무 일찍 손을 대면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접근 방식이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지금의 생성형 AI가 아직 초기 단계이니 벌써부터 알아둘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그 말은 틀렸습니다.


생성형 AI가 갑자기 떠오르게 된 것은, 지금 거론되는 AI들의 기반이 되는 AI모델 구조가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transformer 모델을 채용하면서부터입니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지니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인간의 언어를 기계가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했는데 그게 다른 방식에 비해 결과가 너무 좋았던 거죠. 그래서 요즘 나오는 생성형 AI들이, 문장을 바탕으로 구동되는 비슷한 형식을 띠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방식에 비해 확장성이 너무나 좋습니다. 말이라는 건 인간의 생각이나 의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니까요. 개발언어는 기계가 이해하는 데에 중점이 맞춰져 있어서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마우스로 도형을 배치해서 개념을 전달하는 방식은 복잡 미묘한 개념을 설명하기에 적당하지 않죠. 결국 인간이 기계에게 복잡 미묘한 무언가를 명령하는 데에 ‘말’만큼 적당한 건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AI기술은 우리가 평소에 쓰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유지되면서 대중화될 것입니다. 어떤 전문적인 용도의 AI는 여전히 코드를 사용하거나 복잡한 변수를 지정하거나 설계도를 그림으로 그려야 할지 모르지만, 그런 건 말 그대로 전문적인 용도의 도구들일 겁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AI는 지금처럼 문장으로 명령을 할 거라는 거죠. 키보드를 글자를 치느냐, 목소리를 내어 입으로 말하느냐 정도의 차이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지금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쌓은 노하우는 분명 앞으로도 큰 자산이 될 거고, 지금 들여두는 시간은 분명 방학숙제처럼 나중에 산더미처럼 할 일이 쌓이지 않도록 예방해 줄 겁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생성형 AI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들이나, 나만의 노하우를 쌓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쉽게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편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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