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린갓 Jan 08. 2018

단점 하나가 너~무 큰 SK텔레콤 평창 광고 캠페인

어린 광고 리뷰 12. SK텔레콤&지상파3사 2018 평창 응원하기

감사하게도 학교 교수님이 인턴을 추천해주신 덕분에 지금 학생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월 28일까지만 회사에 출근하고 바~로 개강을 맞이할 운명입니다. 제가 왜 이야기를 하냐면, 2년 전인 상병 때부터인가요? '하아... 평창올림픽.. 보고시펑(의도된 오타).. 다 볼 거야..'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그 대사를 머릿속으로 읊곤 했는데요. 그땐 방학 때 인턴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회사에 있을 시간인 오전과 오후 올림픽 경기는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짝짝) 정말 아깝지만, 저녁 시간대라도 볼 수 있는 것이 어디입니까. 쇼트트랙은 대부분 저녁에 하더군요. 다행입니다.


제가 왜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냐면, 평창올림픽을 노린 좋은 광고를 만들었지만, 근데 그러면 안 되는(?) 광고를 이번 리뷰글로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공동으로 선보인 '2018 평창 응원하기' 광고 캠페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49eetGKN8c

SK텔레콤 2018 평창 응원하기 6종(합본)




신선한 소재가 곧 좋은 크리에이티브

다른 건 제쳐두고 광고 내용만 살펴봅시다. 메인 모델 김연아가 등장하여 평창올림픽을 응원하는 방법은 겨울 스포츠 종목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러 동계올림픽 종목들을 직접 배워보고, 초보 티 팍팍 내면서(피겨스케이팅은... 제외) 경험해보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클립 영상처럼 편집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컬링, 피겨스케이팅, 스켈레톤, 스피드스케이팅 6종목만 소개되었지만 시간을 두고 다른 종목들도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광고 캠페인은 보면 볼수록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무려 5가지가 있는데요! 짧게 짧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보통 '일단 시작해라. 그러면 하고 있을 것이다'의 의미를 지니지만,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시작이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직접 체험해본다는 소재는 그냥 들었다면 그저 무난한 아이디어였을 순 있겠지만, 생각해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올림픽 관련 광고 중 이런 콘셉트를 가진 광고, 보신 적 있나요?


(2). 진지하지 않은, 경쾌한 분위기 연출
예전에도, 지금도 올림픽을 응원하거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특정 선수를 후원하는 광고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어두운 배경에 쓸쓸한 조명 하나를 비추고, 그 안에 선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난, 국가대표다', 이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거 말이죠. 물론 그런 크리에이티브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but! 레퍼토리가 비슷비슷해 시선이 가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반면에 우리의 김연아 님께서는 여러 종목을 체험하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군요. 지금까지 올림픽이나 각종 대회 소재를 촬영한 광고들은 진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만, 이번 광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올림픽 응원을 핑계로 한 놀러 다니기 같은 콘셉트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3). 비인기 종목도 공평하게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동계올림픽 인기 종목은 무엇일까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아니면 피겨스케이팅일 수도 있겠군요. 올림픽을 중계해주는 방송사도 인기 종목들 위주로 중계해주는 와중에, SK텔레콤은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컬링 같은 비인기 종목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이 점이 참 마음에 드네요. 앞으로 또 어떤 종목을 소개할지는 봐야 알겠지만, 이미 나온 광고들만 보더라도 다른 비인기 종목도 소개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다시피 한 종목도 모두 똑같이 소개해주는 취지는 정말 좋다



(4). 광고 제작에도 편리한 크리에이티브
이번 SK텔레콤 광고 캠페인은 제작 시의 장점도 있는데요. 첫 번째, 전문가를 섭외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올림픽 응원 콘셉트를 진지함으로 잡고 간다고 가정해봅시다. 진지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종목의 국가대표나 전문가를 모델로 섭외해야 하겠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미간에 아무리 힘줘봤자 멋있지도 않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종목의 국가대표를 섭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간적 여유도 없고, 금전적인 부담도 있죠.

(가장 최근에 나온 스피드스케이팅과 스켈레톤 편을 보니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와 윤성빈 선수를 섭외했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이라 섭외 걱정은 없는 것인가)


두 번째. 한 모델을 모든 종목에 돌려쓸 수 있습니다. 그 모델이 어느 특정 동계올림픽 종목을 못해도 되고, 여러 종목을 못해도 됩니다(?). 넘어지고 자빠져도 분위기가 활기차고 어차피 그것이 콘셉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김연아이기 때문에 다 용서할 수 있습니다.


(5). SK와 전혀 관련 없이 평창올림픽을 응원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현빈이 모델로 등장하는 진짜 올림픽 후원사 KT 광고는 올림픽을 자신들의 5G를 알리기 위해 활용한 반면, 이번 SK텔레콤 광고 캠페인은 그런 거 하나도 없죠. '우리 SK가 짱이에요!'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 없이, 종목만 다를 뿐, 지금까지 공개된 6편의 광고 모두 단순히 올림픽을 응원하는 내용밖에 담겨있지 않습니다.


장점을 5개나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광고입니다.




모델 선정도 적합

소재 자체도 좋았지만, 올림픽과 큰 연관성이 있는 김연아를 모델로 섭외함으로써 그 효과가 배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지만, 이번 크리에이티브가 크리에이티브다 보니 워낙  모델에 대한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웠는데요. 한 번 살펴봅시다.


첫 번째, 우리나라의 스포츠 스타일 것. 물론 일반 연예인도 모델로 출연 가능하지만(동계올림픽을 응원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올림픽을 경험해 보았던 선수일수록 시청자들에게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만약 선수라면 은퇴한 선수여야 하는데요. 한 편의 광고가 아닌 여러 개의 광고로 묶인 캠페인에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현역 선수들은 광고 촬영이 어렵겠죠? 마지막 조건은, 무엇보다 신체적인 외모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건데요. 우리는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광고 모델로는 외모만한 게 없다.. 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모델은 아무래도 김연아가 유일해 보입니다. 이 광고를 보며 생각을 정리할 때, '아, 아무래도 이건 김연아만 할 수 있는 광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위에 이야기한 세 가지 조건과 더불어 광고의 취지와 모델의 평소 행적, 보이는 경쾌한 이미지까지 모두 맞물려 이번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손색없는, 그야말로 김연아가 없었다면 이 광고 캠페인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광고였습니다. 여담이지만 피겨에 힘쓰시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어쩌다 보니 신비주의 이미지를 지니게 됐는데, 이번 광고를 통해 김연아의 평소 성격과 행동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관심은 더욱 집중될 것 같네요!

자빠지는 김연아, 엉덩방아 김연아, 휘청이는 김연아, 썰매 놓친 김연아




그렇지만 앰부시 마케팅

하지만 이렇게 마음에 들었던 광고도 엄청나게 큰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앰부시 마케팅 논란 때문입니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스포츠대회를 후원하지 않는 기업이 그 스포츠대회를 후원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FIFA나 IOC가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마케팅이기도 한데요.


스포츠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주고 그 스포츠대회의 로고, 이름 등을 사용하여 광고할 수 있는 권리를 얻습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한 광고나 마케팅은 그 효과를 굉장히 톡톡히 누리고 있는데요. 앰부시 마케팅은 후원금은 후원금대로 내지 않고 그 스포츠를 활용해 이득을 보려는 행위입니다. 고로 후원을 하지 않는 기업들은 어느 스포츠 이벤트의 직접적인 이름이나 로고, 또는 그것들을 연상시킬 수 있는 요소를 마케팅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듯, 어느 기업은 그 '연상시킬 수 있는'이라는 애매한 규정들을 활용해 오묘히 비껴갑니다.


KT 광고를 살펴볼까요? KT는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사입니다.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광고에 넣고, 평창 로고를 자사 로고와 함께 박아 넣습니다. 반면, SK텔레콤 광고에는 그런 거 보이지 않습니다. 평창 로고 없고요, 올림픽이라는 단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미래를 응원합니다'라는 카피에도 올림픽, 없습니다. 때문에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 SK텔레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냥 겨울 스포츠를 응원하는 거라는 거죠.


하지만 평창 자체가 이미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되었고, 그 평창에 동계스포츠를 엮었다면 당연히 평창올림픽을 노렸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 광고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연아와 함께 2018 평창 응원하기'이라는 표현은 빼도 박도 못하게 올림픽을 노린 앰부시 마케팅에 속합니다. 후에 'PyeongChang'이라고 2018을 빼고 평창을 영어로 바꾸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2018 평창이라 대사를 치는 김연아가 있기 때문에,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소개된 종목 모두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입니다.


만약 누군가 평창은 예전부터 겨울 레저를 즐기는 곳이었다, 겨울 레저와 스포츠를 응원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빙상 종목은 다 강릉에 있는데 왜 강릉은 응원 안 하냐고 되물어봅시다. 왜 아이스링크는 목동에도 있는데 목동은 응원 안 하니?

광고 그 어디에도 올림픽 관련 상징과 카피를 찾아볼 순 없지만, 명백하게 평창올림픽을 연상시킨다.




결론 : 성공한 앰부시 마케팅

이 SK텔레콤 광고 캠페인은 앰부시 마케팅이 맞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광고를 보면 평창올림픽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법 여부를 상관하지 않고 바라본다면, 이 광고 캠페인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벌써 성공 궤도에 안착했습니다. 동계스포츠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모델 섭외에 성공했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델의 평소 성격과 일상적인 모습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상업적인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반면 공식 후원사인 KT는 올림픽을 자신의 5G 홍보 수단으로만 사용했고, 자신의 기술을 광고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이 되지 못했습니다. SK텔레콤과 KT, 어느 광고에 더 호감을 갖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올림픽이 더 가까워질수록 SK텔레콤 광고 캠페인은 더 큰 성과를 달성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SK텔레콤이 잘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명백한 앰부시 마케팅이고, 이는 FIFA 또는 IOC 규정을 위반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허나 국내법으로는 불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조직위 측은 이 광고 캠페인에 대한 결정권을 IOC 측에 넘긴 상황이라는데요. 하지만 IOC 측이 뚜렷한 시비를 가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출처 : 더피알)


평소 앰부시 마케팅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광고 캠페인을 보면서 앰부시 마케팅은 무언가 윤리적인 문제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광고를 적극적으로 내보내고 있는데도 책임은 나한테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 거기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평창조직위. 기업은 당연히 이윤 추구를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지만, 법의 테두리를 미세하게 피해가면서 일을 진행하는 게 과연 괜찮다고 봐도 될 일인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달의 민족 광고는 카피가 다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