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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갓 Jan 11. 2018

기승전오버워치 광고,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어린 광고 리뷰 13. 오버워치


제가 유일하게 플레이하는 게임은 카트라이더입니다! 요새 들어 자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 2005년부터 이 게임을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14년 차군요. 2009년, 17살 때에는 그랑프리에서 전국 139등도 해 카트리그 오프라인 예선에도 한 번 나가보고, 나름대로 전국에서 노는 실력이었습니다. 헌데 군대를 다녀오니 뭐 톡톡이라느니, 비틀기라느니, 이상한 드리프트 기술이 많이 생겨 아직까지 적응이 힘든 상태입니다. 역시 오래된 게임은 고수들만 남는다는 게 사실이군요. 그런 걸 고인물 게임이라고도 합니다.


분명 오버워치 광고 리뷰 제목을 보고 들어오셨을 텐데 왜 게임사도 다른 카트라이더 이야기를 하냐고요? 왜냐면 12월 말에 한 게임 방송사에서 정말 오랜만에 카트라이더 대회를 열었기 때문인데요. 보니 딱 한창 대회를 시작하고 있던 시간이었고, 오랜만에 대회나 한 번 생방송으로 봐볼까 해서 그 채널을 틀었습니다. 중간중간 광고가 흘러나오는데, 전 오버워치 광고밖에 본 기억이 없습니다. 엄~청 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오버워치 <옵치 한 판?> 광고 시리즈를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s1U-eTVCzQ

오버워치 직장인 편


https://www.youtube.com/watch?v=XS4B33PpgxY (오버워치 대학생 편)

https://www.youtube.com/watch?v=4w5v5B--Mn4 (오버워치 고등학생 편)






게임 속 캐릭터들의 대사 인용과 광고 속 상황의 조화

오버워치 광고 시리즈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크리에이티브 요소는 현실에서 오버워치 캐릭터(영웅)들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 했다는 점입니다. 일상적인 상황으로 시작해 캐릭터 대사를 읊어가며 점점 오버워치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옵치 한 판?'이라는 짧고 굵은 카피로 끝납니다. 마지막엔 결국 모두 오버워치하러 PC방에 갔군요.


'대사를 따라 하자'는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이 결과물에서는 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고등학생 편에서 메인 모델인 육성재가 어느 영웅의 필살기를 외치자 모두가 거기에 동참하고, 육성재 부장(김치찌개)을 피하기 위해 조용하지만 처절한 사투를 캐릭터 대사로 벌이고, 대사만 아닌 유명했던 드립인 한조각(한조 각, 한 조각)도 써먹고 있습니다.

이거 먹고 영웅 한조 고르지 말아줘(이미지 출처 : 오버워치 유튜브)



대사만 그대로 따왔다고 훌륭한 건 아닙니다. 이 광고 시리즈는 각 대사가 현실 상황에서 맞아떨어지게 만들었는데요 이는 완성도를 더 높인 요소라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인 편의 '영웅이여 일어나세요'는 캐릭터 대사를 따라 하면서도 '니가 오늘 부장님 케어해라'라는 의미도 숨어있고, '아무도 내게서 숨지 못해'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김치찌개를 먹으러 갈 운명이라는 것을, '안녕 친구들, 해결사가 왔어'는 조별과제 모임에 항상 늦었는데도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사용하는 등 적재적소에 대사를 잘 버무렸습니다. 그러면 그런 게 없는 고등학생 버전은 어떻게 설명하냐고 물어보시면, 전 그냥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삼천포로 빠졌다고 정당화할 겁니다. 고등학생 버전도 육성재가 일본어를 읽으래서 읽었건만 그것이 오버워치 필살기 이름이었고, 육성재를 시작으로 모두가 오버워치 대사를 읊는 건 완전히 뜬금없는 상황은 아닐 겁니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처음에는 일상적인 모습(김치찌개, 26번 읽어봐, 조별과제)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오버워치로 끝나버립니다. 광고에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군요. '야, 오버워치는 어때?'로 갑자기 들이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버워치를 생각나게 하는 크리에이티브는 꽤 오래 공을 들였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광고라 할 수 있습니다.

류승룡 기모찌를 제외한 모든 대사는 실제 게임 캐릭터들의 대사이다(이미지 출처 : 오버워치 유튜브)




대사에 캐릭터의 분위기까지 실었으면

또 캐릭터들의 대사만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 기존 대사의 억양을 그대로 살렸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뭐 일본어로 필살기를 외치는 장면이나 '한조, 대기 중'은 게임상 캐릭터의 분위기, 억양까지 실렸기 때문에 좋은 연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영웅이여, 일어나세요.'와 '날아간다' 등, 현실 세계에 어울릴 법한 대사를 구사하다 보니 콘티에 들어간 글자만 같지 오버워치를 표현했단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과장으로 시작해서 과장으로 끝납니다. 그냥 음료수를 마시는 것일 뿐인데 광고는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을 온몸으로, 내 얼굴에 존재하는 모든 안면근육을 한껏 끌어모아 맛있음을 표현합니다. 머리카락도 휘황찬란하게 휘날리고 말입니다. 실제로 그 음료수를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안면근육이 요동칩니까? 만약 진짜 현실 세계처럼 표현했다면 그 음료수는 정말 매력 없는 제품이 되었을 겁니다. 그냥 무표정으로 쪽쪽 빨리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운명... 이런 건 절대 광고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상과 CG는 충분히 표현이 잘 되어 있으니, 오버워치 느낌이 더 들 수 있도록 대사만 조금 더 과장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캐릭터의 특징들을 알아도 게임과 현실 중간 지점을 찾느라 애를 먹었던 것 같군요. 그에 비해 성재는 굉장히 자연스럽군요. 대사도 차지게 찰 치고요. PC방 좀 다녀봤나 봅니다.

CG는 적절하게 들어갔으니 더 오버워치스러워지자(이미지 출처 : 오버워치 유튜브)




광고를 보고 타깃을 추리해보자

모든 마케팅 활동이 그렇고, 광고 또한 어떤 특정한 타깃을 정해놓은 뒤에 기획하고, 제작하고, 매체를 선정하고, 집행합니다. 무조건 정확한 타깃을 기본으로 하여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쥐어짜 냅니다. 다른 광고들은 타깃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광고는 '아, 이 광고의 타깃은 어떤 사람이구나'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걸 생각해보는 것도 꽤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 단서를 드릴 테니 한 번 추리해보도록 합시다.


게임 점유율 : FPS 장르에서 줄곧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해오던 오버워치가 17년 9월을 기점으로 배틀그라운드에게 FPS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18년 1월 현재는 점유율 상 압도적으로 밀린다.


오버워치 광고 역사 : 게임을 론칭할 당시(2016년 5월) 이후로 광고를 집행하지 않다가 17년 12월에 다음 광고 시리즈가 등장하였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 적극적으로 오버워치 대사를 크리에이티브 요소로 활용하고 마지막에는 '옵치한판?'으로 게임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광고 집행 매체 : 게임 채널에 무자비하게 틀고 있다.


추리하셨나요? 타깃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전 타깃을 '오버워치를 하다가 배틀그라운드로 넘어간 유저 + 오버워치를 아는 유저'로 보았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하도록 할게요.


일단 게임 채널에 무자비하게 틀고 있다는 단서는 의도된 낚시였습니다! 당연히 게임 광고니까 게임 채널에 틀어야죠. 너무나도 당연한 단서였군요! 아마 낚이신 분들은 없을 것 같아요. 게임 점유율을 볼까요? 오버워치가 점유율을 점점 잃더니 역전을 당했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는 같은 FPS 게임이다. 즉, 점유율을 잃었다는 건 뺏겼다는 것이고 이건 오버워치를 하다가 배틀그라운드로 넘어간 유저가 있다는 뜻이 되겠죠.


오버워치 광고 역사를 보면, 딱 점유율을 뺏기고 대략 두 달 후에 광고를 집행했군요. 2위로 밀려난 오버워치는 게임 이용 제고를 위해 정말 오랜만에 광고 집행의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그리고 광고 크리에이티브 요소로 오버워치 캐릭터들의 대사를 따라 했다? 이것은 오버워치를 알거나, 플레이했던 유저를 노렸다고 볼 수 있겠죠. 오버워치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은 타깃이 아닙니다. 대사를 쳐도 저게 재밌는 건지 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타깃이 신규 유저 영입을 위한 것이라면 이번 광고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타겟층은 배틀그라운드로 넘어간 유저 + 오버워치를 아는 유저라고 제 맘대로 정했습니다! 무언가 단서에 함정이 많았던 것 같지만, 그만큼 적은 단서로도 타깃을 추리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광고를 만들었다는 뜻이 됩니다.

스쿼드 치킨 먹었다!!!(이미지 출처 : 오버워치 유튜브)





지금까지 본 게임 광고 중 제일 낫다

요즘 게임 광고는 99% 모바일 게임 광고인데요. 보다 보면 이게 뭔지.. 싶을 정도로 조악한 게임 광고들이 많습니다. 도대체 뭘 홍보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광고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는 새로 론칭하는 게임인데도 게임 장면 하나 나오지 않는 광고도 있더군요.


이번 오버워치 광고 시리즈도 다른 모바일 게임 광고처럼 게임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인지도가 높고 타깃도 오버워치를 플레이'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게임 장면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게임의 한 요소인 '캐릭터 대사'를 광고의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상황과 적절히 짬뽕을 이루게 만들어 소소한 재미를 유발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대사의 분위기가 조금 아쉽습니다. 전체적인 한 줄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현실과 게임의 적당한 조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광고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 광고가 배틀그라운드를 이기고 다시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까요? 아니면 아예 저 깊은 심해로 빠져들어갈까요? 나름대로 심오한 질문으로 글을 마치면서, 저는 이만 카트라이더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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