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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갓 Jan 29. 2018

헤라 광고가 너무 괜찮다고 전헤라

어린 광고 리뷰 14. 헤라

화장품이란 무엇일까요? 일단 간단하게 말하면 얼굴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얼굴에 로션 하나 바르지 않는 저로서는 여성들의 화장품 세계란 참 심오하기만 합니다. 똑같아 보이는 것도 이거 다르고 저거 다르답니다. 아니 이게 빨간색이지 다른 빨간색이라뇨. 버건디고 뭐고 전 입술에 빨간 걸 바르고 얼굴에 뭘 톡톡 거리며 묻힐 일은 없기 때문에, 관심은 크게 가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게 관심이 없었던 화장품 광고 중에 제 눈을 사로잡은 광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지현의 헤라 광고였습니다. 전지현이어서 눈을 사로잡은 건 아닙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헤라 광고를 리뷰해보도록 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ZWVk66aJ2mI

ROUGE HOLIC CREAM

https://www.youtube.com/watch?v=2mZNAOnnO8I

ROSY-SATIN CREAM






기가 막히게 내리 꽂는 BGM


이번 두 편의 헤라 광고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요소는 'BGM'입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소리는 음악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는 '우리는 광고 콘셉트를 음악 선곡으로 끌고 가겠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소리는 영상의 보조 도구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소리는 어떤 사람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전달할 때, 더 깊이 들어가면 사람들의 무의식을 건드려 어떤 행동을 유도할 때 큰 힘을 발휘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음악의 중요성을 알고 싶으시다면 유튜브에 '브금의 중요성'이라고 검색해 동영상을 시청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이처럼 소리나 음악은, 분위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화면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 말은, 광고에 내레이션이나 그 외 또 다른 효과음 없이 음악 하나만 넣겠다고 결정했다면, 당연하겠지만 선곡의 중요성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과 어울리면서도 광고가 원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음악이 그리 많진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헤라 광고는 그 어렵다는 선곡을 해냈습니다. 오히려 광고에 쓸 음악을 먼저 정해놓고 그 이후에 영상을 만들었다 싶을 정도로, 영상과 음악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기가 막히게 내리꽂습니다. 영상과 음악이 따로 노는 것 같다가도 또 이만한 음악이 없는 것 같은, 굉장히 절묘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음, 아이돌 무대를 살펴봐도 춤과 음악이 서로 안 맞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춤과 음악의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고 무언가 쿠왕!이러면 더 큰 전율을 느끼는, 뭐 이렇게 설명해야 할까요? 느낌으로만 설명하려니 굉장히 어렵군요. 음, 서로 성격이 반대인 죽마고우 같습니다.

BGM은 캡처할 수가 없어서 아무거나 캡처했다(이미지 출처 : HERA 유튜브)


- 헤라 광고에 사용된 BGM

ROUGE HOLIC CREAM(대략 검은 광고, 립스틱) : <Booty Killah> (2014), Elliphant

ROSY-SATIN CREAM(대략 하얀 광고, 크림) : <Thunder> (2017), Imagine Dragons

(이미지 출처 HERA 유튜브)





화장품 광고 중 가장 세련된 영상


(화장품 톤)우리 한 번 눈을 감고, 화장품 광고를 떠올려 볼까요?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조명, 하얀색 아니면 살색 실크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여성 모델. 그리고 무언가에 아주 만족한 듯 전화받는 톤의 목소리로 화장품에 대해 친절히 이야기하는 여성 모델. 제품 등장. 로고. 똭. 끝.


한 때 헤라도 김태희 모델 시절엔 이처럼 평범한 광고를 하긴 했습니다(평범한 화장품 광고였어도 헤라는 어두운 배경을 활용해 다른 광고와 차별화를 주었다). 전지현으로 모델이 바뀌면서 헤라의 광고 분위기가 싹 바뀌게 됩니다. '우리 화장품이 짱인 이유는 이렇고 저렇고...'같은 내레이션 위주에서 벗어나 조금 더 화장품의 원래 목적에 맞는 콘셉트로 다가갑니다.


이번 헤라 광고의 영상 콘셉트는 '신비로움'입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콘셉트입니다. 화장품은 단순히 여성의 외모를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아닌, '나'를 표현하는 수단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매력을 느끼고 '나'가 누군지 알고 싶게 만드는, 애매하고도 말로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 어려운 그 무언가를 '신비로움'이라는 콘셉트 안에서 굉장히 고급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배경과 조명, 보랏빛과 분홍빛이 주가 되고, 역동적인 모습과 정적인 모습이 적절히 교차되고, 그것이 또 음악과 어우러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인 모델인 전지현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가 굉장히 신비롭습니다. 평생 꽃 만지면서 살 것 같은 비주얼입니다. 게다가 우리에게 말을 걸지도 않는데 지그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기만 하니 더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동적인 장면은 물론이고 색감이나 사물의 배치, 조명 등이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이미지 출처 : HERA 유튜브)





메시지는 없는데 강렬한 메시지(?)


광고를 느끼지 말고(?) 분석해볼까요. 제가 항상 중요하게 얘기하는 게 있죠. '메시지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가'. 요새 들어 광고 회피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만큼, 광고 메시지는 더 정확해야 하고, 간결해야 합니다. 시청자가 거부할 틈도 없이 메시지가 머릿속을 헤집어 놓아야 합니다.


BUT, 헤라 광고는 메시지가 없습니다! 로지 사틴 크림 광고는 그래도 화면상으로 이 크림이 좋다고 몇 번 이야기는 하지만 그것이 핵심 메시지는 아니고, 립스틱은 그런 것도 찾아볼 수 없죠. 오히려 날 부드럽게 죽이는 중(?)이라고 이상한 말만 합니다. 감성을 제외하고 이성적으로만 바라본다면 이 광고에 핵심 메시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성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메시지가 이렇게 강렬할 수 있습니까. 광고에 메시지가 없는 듯 하지만 30초 분량의 영상과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 그 메시지는 또 굉장히 단순해(예쁘고 신비로운 모델 = 헤라 화장품은 예쁘다) 시청자들을 매혹시킵니다. 만약 영상과 음악이 그지(?) 같았다면 당연히 메시지도 없을, 그저 그런 광고였을 수 있습니다. 

립스틱 편은 아무 설명이 없었음에도 '예쁘면 되지'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깔 만한 요소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이번 광고 리뷰는 분석을 하는 게 아니고 감상문을 쓰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좋은 음악으로 하여금 듣는 사람들을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오게 하는 것처럼, 이번 광고는 뭔가 신기합니다. 자사의 제품을 알리고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마케팅 활동 중 하나인 광고에서, 그냥 멋진 영상을 찍기 위해 립스틱 소품을 쓴 것처럼 표현되고 아무런 메시지를 던지지 않음에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는 정말 잘 만든 영상과, 적절한 음악 선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저보고 이런 광고를 만들라 하면, 전 절대 못 만들 것 같습니다. 광고 리뷰를 쓰면서 안 그래도 폭발했던 평론가 기질이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카피를 쓰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감성을 건드리는 광고? 제가 그런 광고를 기획한다면 그 날은 해가 서쪽도 아니고 뜨지 않는 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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