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광고 리뷰 15. 요기요
제가 배달음식을 시킬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앱은 정보수집용일 뿐'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배달시킬 곳을 고른 다음 바로 주문하지 않고, 직통 전화번호를 따로 찾아 주문하는데요. 아무래도 앱으로 주문할 때마다 업자에게 수수료가 떼이고, 그것 때문에 제 소중한 배달음식의 양이 적게 올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못 됐나요? 앱을 이용하면 할인이 많이 된다고는 하지만, 정작 할인을 많이 시켜주는 곳은 그 할인을 다 해도 여전히 비싼 곳이 많기 때문에 차라리 이 방법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요기요 광고가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들고 광고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무려 <마션>을 패러디했다는데요. 화성에서 도대체 요기요를 어떻게 이용할지, 이번에는 요기요 광고를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QGtK41Wj3o&t=24s
무려 3분 39초짜리 풀영상을 보고 든 의문은, '아니 도대체 왜 화성이지?'였습니다. 처음엔 '아 화성까지 배달이 될 정도로 배달이 안 되는 곳이 없다는 걸 알리고자 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광고에서는 '수많은 할인'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풀영상을 보시면 아실 수 있겠지만, 광고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주된 내용은 화성으로의 배달입니다. 화가 나는군요! 화성은 당연히 배달이 안 되는 곳인데! 거기까지 배달을 갔다는 내용을! 광고에 넣었으면 당연히 배달이 안 되는 지역까지 요기요는 배달이 됩니다! 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정작 요기요에서 내세운 광고 메시지는 '할인이 엄청 크다'인데요. 이는 광고에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표현돼 있습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장면에 쏙 끼어들어 있어요. 왜 다른 배달 앱은 안 되냐고 묻자 다른 앱은 할인이 안 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할인 여부가 중요합니까. 게다가 핵심 메시지로 내세운 할인은 대사가 속사포로 지나갑니다. 뭐로 할인, 이거로 할인, 저거로 할인... 그래서 요기요!
화성에 고립된 화성인(대한미국놈)은 '화성까지 배달이 와 추억의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다'에 감동한 것이지, '우와 할인 많네 돈 굳었다!!'에 그 소중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건 아니란 겁니다. 광고를 기획할 때 '할인'을 주 메시지로 내세우기로 결정했으면, 애초에 화성 같은 정말 뜬금없는 콘셉트는 아예 버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척박한 행성에서의 생존 일기를 콘셉트로 잡은 걸 보면 광고주가 최근 <마션> 책이나 영화를 정말 감명 깊게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 머릿속에서 순간 이상한 생각이 지나갔는데요. 설마 '할인의 스케일이 다르다'라는 카피 하나 때문에 정말로 콘셉트를 스케일이 다른 화성으로 정한 건 아니겠죠..?
뭐 일단, 화성에서 요기요 주문이 들어와도 기어코 배달을 간다는 크리에이티브로 보아 이 광고는 과장 기법을 사용해 시청자들을 웃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무언가를 큼지막하게 과장하는 크리에이티브는 흐름상 유머에 가장 잘 어울리고, 또 실제로 과장이 들어간 광고는 대부분 유머를 활용한 광고입니다. 이번 요기요 광고도 유머 코드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아..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광고가 재미있지 않습니다. 전부 다요. 화성시에 가놓고 여기가 화성이 맞냐는 소위 부장님 개그부터, 철가방이 자동인 것, 우주선이 1인용이라서 넌 못타 하하하하하까지. 꽤 많은 개그가 쏟아졌지만 그럼에도 전 해맑게 웃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즐거움을 주겠다는 의지가 더 크게 느껴져 제 얼굴엔 연민의 눈빛이 드리웠습니다. 결국 처음엔 동영상을 다 보지 못하고 다른 인터넷 창으로 유튜브 화면을 급하게 가리고 말았습니다.
요기요 광고에 사용된 개그는 사람들마다 취향 차이가 확연히 갈릴 수 있는 개그를 사용했습니다. 제일 한숨 쉬기 좋다는 동음이의어 개그는 물론이요 그 밖에 얼굴 개그, 사회 풍자 없는 슬랩스틱 코미디, 방방 뛰는 목소리 등. 취향이 갈리는 개그라고 했습니다만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 개그일 것 같습니다.
광고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메시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메시지가 없는 광고란 글 없는 편지와 같습니다. 그러면 편지를 받아 든 사람은 장난하냐고 심한 욕을 하겠죠. 이처럼 요기요 광고는 마치 편지지에 글은 있지만 그 내용이 심히 혼란을 가져오는 편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목에도 적혀 있듯, 제가 봤을 땐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단 219초라는 굉장히 긴 영상에서 요기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할인'을 소개하는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앞에서 인공지능이 요기요를 추천하는 장면에서는 10초, 배달원이 가격을 말해주는 장면에서는 13초. 반면 화성으로 배달 주문하는 장면은 24초, 배달지가 진짜 화성이었음을 알게 되는 장면 33초 등으로 핵심 메시지와 관련 없는 배달 거리만 더 강조한 꼴이 됩니다. 이는 화성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한몫했습니다.
할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좀 그렇습니다. 인공지능 화면에 그냥 할인된 가격들 띄우고 알아서 읽으라는 건 굉장히 불친절한 방법입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배달원이 할인됐다고 얘기는 해주지만 이것마저도 할인된 가격을 속사포로 읊어주는 것이라.. 음... 별로라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메인 모델로 나선 대한미국놈이라 불리는 울프 슈뢰더의 연기력이 부족해 할인에 대한 리액션 또한 그리 좋지 않습니다. 중요한 메시지인 할인은 안중에도 없는 표정이네요!
광고는 관심종자여야 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합니다. 지금도 광고는 이를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합니다. 요새 들어서는 여러모로 B급을 내세운 개그야 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가장 좋죠. 하지만, 관심만 받는다고 다 해결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광고는 브랜드 인식을 넘어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게 유도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메시지 전달이 잘 되어야 합니다. 반면 요기요 광고는 이 메시지 전달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광고의 주 메시지는 '할인'인데 정작 내용은 '멀리까지 배달 간다'가 되어버렸고, 할인 내용은 속사포로 정말 짧게 짧게 지나갑니다. 만약 이 광고의 목표가 요기요 브랜드 인지도만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뭐 그럭저럭 괜찮다고 할 수 있겠으나, 진짜 목표는 '요기요를 이용해서 할인받으세요'인 이상, 기획 시작단계부터 방향이 틀어진 광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화성이 할인을 다 잡아먹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