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린갓 Nov 11. 2018

카피 두 놈이 서로 딴 얘기를 해요

어린 광고 리뷰 16. 네이버 시리즈

웹툰, 저도 좋아합니다. 저는 네이버 웹툰을 위주로 보는데요, 일별로 4~5개의 웹툰을 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적은 수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많은 수일 수도 있겠군요. 하여간 네이버에서 최근 네이버 웹툰 애플리케이션이 있음에도 네이버 시리즈라는 어플을 출시했는데요.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에 웹소설과 웹툰이 아닌 만화도 포함시켜 통합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건 여담이지만, 네이버 시리즈가 광고 시리즈를 내는 바람에(...) 너무 '시리즈'라는 단어를 남발해서는 안 될 것 같네요. 이번에는 네이버 시리즈 광고 4편을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YhqBgcS9Vs

네이버 시리즈 '잠깐이라도 행복하자' 아빠 편.



구성과 비주얼은 무난해

광고에 대한 내용을 공통적으로 설명하자면 회사에서의 일, 육아, 잠깐 가져버렸던 환상이 깨지는 등의 힘든 일을 잠깐이라도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재미를 얻는다는 내용입니다. 직장인은 상사의 눈을 피해, 아빠는 숨바꼭질을 핑계로 숨어버리고, 엄마는 아기를 재우고 난 뒤, 만찢남 편에서는 잘생긴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잊기 위해 소소한 행복을 네이버 시리즈로 채웁니다.


인간은 언제나 재밌는 걸 추구합니다. 시험 기간이 되었거나, 큰 과제 마감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는 벽의 무늬를 바라보는 것조차 재미있죠!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일상에 치이다 소중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마주하면 그 기쁨은 배가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쁨을 알고 있습니다. 광고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단 것은 호평할 만합니다. 실제로 일하다가 짬짬이 웹툰이나 웹소설 보는 사람도 많을 거고요. 화면 연출이나 색감, 모델들의 연기 실력도 높은 수준입니다.


광고의 전체적인 비주얼, 모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호평할 만한 요소이다(이미지 출처 : tvcf.co.kr)


다만 정작 광고해야 할 네이버 시리즈에 대한 설명은 크게 긴 편은 아닙니다. 30초라는 긴 시간 동안, 네이버 시리즈 소개는 좀 후반에 몰려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그마저도 좀 짧고요. 전반부에 네이버 시리즈를 읽기 위한 상황 만드는 내용(상사 눈 피하기, 아기 재우기 등)에만 치중되다 보니, 네이버 시리즈를 연상할 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이죠. 광고 좌측 상단에 네이버 시리즈 로고라도 계속 박는 게 어떨까...


이 시리즈들은 모두 30초 분량의 광고들입니다. 광고 구성이 이렇다면 기존 30초 분량의 광고를 TV광고 기준인 15초로 줄이기엔 편할 것 같군요! 꼭 15초로 줄일 필요는 없지만 네이버 시리즈를 즐기기 전까지의 내용을 꼭 다 살려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걸 약간 시간을 늘려야...(이미지 출처 : tvcf.co.kr)




광고의 메인 카피와 서비스 슬로건의 불협화음?

원래 자잘하게 구별해서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일단 네이버 시리즈 '광고'의 메인 카피와, 실제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인 '네이버 시리즈'의 슬로건을 구분해 봅시다. 광고에서 사용하는 카피란 어떤 광고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리한 문장이고요, 슬로건은 어느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짧은 문구입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카피는 광고의 내용에 초첨을, 슬로건은 제품에 초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4편의 광고에서는 광고 카피와 제품 슬로건이 모두 등장합니다. 광고의 메인 카피는 '잠깐이라도 행복하자'이고, 네이버 시리즈의 슬로건은 '시리즈로 달린다'군요. 저는 광고를 봤을 때, 이 2개의 문장이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요. 왤까요? 잠깐이라도 행복한 건 짧은 시간일 것이고, 시리즈로 달린다는 건 여러 편을 쭉 읽는다는 뜻이므로 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걸 얘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를 스토킹 하는 상사의 눈을 피해서,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아기의 눈을 피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면서 낄낄 거리는 것. 좋습니다! 다만, 이 시간을 시리즈로 달린다면 상사에게 깨질 것이고, 아기는 울고 말겠죠.


육아는 괜찮지만, 회사에서 시리즈로 달리는 것은 퇴사를 향해 달리는 것과 같다(직장인 편과 엄마 편 아니고 아빠 편, 이미지 출처 : tvcf.co.kr)


물론 광고 시리즈이기 때문에 메인 카피와 슬로건이 둘 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2개(직장인 편과 아빠 편)는 카피의 상황에만 맞고, 2개(엄마 편과 만찢남 편)는 슬로건의 상황에만 맞는다는 것이 조금 그렇군요. 엄마 편에서 아기가 잠에 빠져들어 시간이 굉장히 널널해졌으므로, 잠깐이 아니고 몇 시간 동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시리즈로 달릴 수 있어요. 만찢남 편에서 그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걸 안 슬픈 상황에서도,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시리즈로 달릴 수 있습니다. 반면 직장인 편은 상사의 눈을 피해 잠깐 웹툰을 보는 것이고, 아빠 편도 아기가 아직 머리가 빵꾸똥꾸라는 점을 100% 활용해 잠깐 네이버 시리즈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니, 슬로건처럼 '시리즈로 달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카피처럼 '잠깐이라도 행복할 수는' 있습니다.


이 문제는 네이버 시리즈 애플리케이션이 원하는 방향성과, 만들어진 광고의 메시지가 서로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광고는 짧은 시간을 이야기하는데, 네이버 시리즈는 오~랜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좀 아쉬울 따름이네요. 물론 웹툰은 짧은 시간 볼 수도, 긴 시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장인 편과 아빠 편은 슬로건을 빼고, 엄마 편과 만찢남 편은 카피를 빼는 게 좋겠네요.


너님들은 오랜 시간 행복할 수 있는데 왜 잠깐만 행복해지려고 하세요...(엄마 편과 만찢남 편, 이미지 출처: tvcf.co.kr)



장단점이 있는 광고

웹툰과 만화, 웹소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고, 짧은 시간 또는 긴 시간 즐길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네이버 시리즈는 이들을 한데 묶어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는데요. 하지만 네이버 시리즈는 처음부터 쭉 읽어나가는, 이른바 '정주행'을 추구하는 플랫폼입니다. 네이버 웹툰처럼 매주 한 편씩만 짧게 읽어나가는 플랫폼은 제가 봤을 땐 아닙니다. 그래서 슬로건이 '시리즈로 달린다'가 탄생한 거죠.


광고에서 이야기하는 가치가 네이버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와는 조금 방향이 틀어진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네이버 시리즈로 꼭 길~게 읽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틀렸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에 등장하는 2개의 문구인 카피와 슬로건의 시간 개념이 다른 건 아쉽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가는 일상적인 상황을 잘 연출하고, 소소한 반전, 자연스러운 모델의 연기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광고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기요 광고는 결국 짐 싸고 화성으로 떠났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