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광고 리뷰 19. 신한플러스
학교에서는 제품 종류에 따라 크리에이티브도 어느 정도 구분된다고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식품은 맛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맛있어야 하고(?), 집이나 자동차같이 한 번 사면 돌이키기 힘든 것들은 광고에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광고도 금융 관련 광고인데요. 금융 쪽은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고급, 믿음을 줄 수 있는 모델(예를 들어 유재석 등)을 기용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요즘 광고계는 그런 게 무의미한가 봅니다. 많은 광고들이 틀에 박힌 광고가 아닌 정말 다양한 광고를 만들어내고 있네요. 이번 신한플러스 광고 또한 그렇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광고는 신한플러스 바이럴 광고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ZSy8RKzj4
딸을 먼 타지로 보내야 하는 어머니. 어머니는 어떤 당부의 말을 하고, 버스가 출발하자 어머니는 연신 신한플러스를 부르짖습니다. 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도 신한플러스!!를 외쳐댑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결국 엄마가 신한플러스 신봉자였던 겁니다. 딸은 신한플러스에 찍혀있는 삼천만 원대의 돈을 살펴보며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도 엄연히 트렌드가 존재합니다. 요즘 만들어지는 광고들은 세 가지의 크리에이티브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승전 광고, 두 번째는 무뜬금 광고, 마지막 세 번째는 막무가내 광고입니다. 기승전 광고는 처음에는 광고가 아닌 것처럼 구성을 해 사람들이 영상을 보게 하다가 마지막에 광고를 때리는(?) 크리에이티브고요, 무뜬금 광고는 서로 안 어울리는 것들을 짬뽕시키거나 뜬금없이 다른 요소를 집어넣는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대표적으로 배우 김영철이 왕으로 등장한 배스킨라빈스 광고가 있겠군요. 마지막 막무가내 광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광고 제품을 부르짖는(?) 광고입니다. 그 예로 전현무의 오로나민 C 광고가 있습니다. 이 크리에이티브들은 모두 유머 코드이고, 기억에 잘 남고, 메시지가 간결하다는 공통된 특징이 존재합니다.
이번 신한플러스 광고는 이 크리에이티브 세 가지가 모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광고인 줄 모르고 아, 딸을 떠나보내서 슬퍼하는구나 싶다가 중간부터 신한플러스 광고임을 드러내고, 금융 광고인데 괜히 안 어울리게 딸을 떠나보내는 콘셉트고, 엄마가 끝내 오열하면서 신한플러스만 연신 외쳐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요소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군요. 그냥 갑자기 신한플러스를 외치면 당연히 이상하겠죠. 하지만 이 광고에서는 신한플러스에 엄마의 사랑이라는 상징을 부여해 신한플러스를 총 14번 막무가내로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명분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유머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간단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는 제품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 무슨 궤변을 늘어놓냐고 물으실 순 있겠지만, 그게 사실인데요 뭐. 광고는 간결하지만 확실해야 합니다.
이번 신한플러스 광고는 ‘신한플러스는 좋으니까 쓰세요’라는 매우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신한플러스가 어떤 것인지까지 제대로 설명했습니다. 신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욱여넣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휴대폰 슬라이드를 넘기는 장면을 충분한 시간에 걸쳐 보여주고, 거기에 어플을 설명하는 간결한 내레이션까지 들어갔기 때문이죠.
감동이 알고 봤더니 유머였던 광고는 정말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광고 모델들의 연기력이 상당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반전의 효과가 더 커지고, 광고를 본 사람들은 기억이 더 오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광고의 엄마 모델은 연기력으로 상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처음으로 모델 이름이 궁금해졌는데 안타깝게도 찾진 못했네요... 딸에 대한 애틋하고 끔찍이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 정말 잘 전달되어 감동과 유머의 격차를 크게 벌렸고, 반전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화에 당장 캐스팅돼도 이상하지 않을 연기력입니다!
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핵심은 '딸이 떠날 때 신한플러스를 외쳐대는 건 일반적으로 어색한 상황이다'의 생각과 '신한플러스로 딸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으니 신한플러스를 외쳐대는 건 이해할 수 있다'라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생각이 서로 충돌되어 만들어지는 유머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조건인데, 이걸 잘 해냈네요. 광고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광고가 하나 나왔습니다. 덕분에 광고를 보면서 오랜만에 웃어봤네요. 메시지도 간결하고 그렇다고 설명이 부족한 것도 아닌, 괜찮은 광고 한 번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