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광고 리뷰 20. 피자헛
광고에 있어서 모델의 이미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모델을 바라보는 생각과 호감 정도가 광고의 제품에 그대로 옮겨지기 때문인데요. 만약 어떤 잘 나가던 모델이 난리부르스를 피워대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면? 광고가 아무리 잘 만들어지고 좋다 한들, 그 광고는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해 버립니다! 이 때문에 요새는 어떤 연예인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 그 사람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광고, 드라마 프로그램 등 모든 곳에서 꼬리 자르기에 들어갑니다. 짠내투어에서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살리고자 자막 신공을 발휘해 김생민을 모두 가려버리는... 눈물 나는 편집에 시청자들은 응원을 보냈더랬죠.
이번에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의 좋지 못했던 행보가 알려지게 되면서, 마이크로닷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피자헛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광고에 손을 대는데... 이번에는 새로 나온 피자헛 광고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4rl1kZA2u8
https://www.youtube.com/watch?v=lMLRUG8nh8Q(동아리 편)
먼저 광고만 살펴봅시다. 재미없는 아재 개그를 하는 동아리원, 낚시 때문에 틀어져버린 부부가 등장하고, '그 사람'이 나와 이 분위기를 녹이겠다면서 갈릭 마블 스테이크 피자를 내밉니다! 그러고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등장하는 부분은 모두 콘티로 쓰였던 이미지로 바뀌어 있습니다! 배달원이 사실은 2D였던 겁니다! 아무래도 광고 론칭 3일 전이다 보니 광고 내용을 전반적으로 수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그 사람' 부분만 급하게 가려 수정한 것이죠!
무엇이든지 그렇겠지만 한 번 광고를 수정하려면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 다시 해야 한다는 좌절감)이 듭니다. 그것도 3일 남겨두고는 정말 막막했을 것 같아요. 콘티 이미지를 그대로 끌고 와 화면에 넣는 것이 그나마 다시 찍는 것보단 간단한 작업이었겠지만, 저 정도만 수정하려 해도 꽤 오랜 시간이 들었을 것 같네요. 이 광고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그 사건이 터진 뒤 시름시름 앓았을 광고주의 모습, 비상사태에 스트레스 오지게(?) 받았을 광고대행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생각났을 겁니다. 돈을 엄청나게 박아 넣은 광고를 어떻게든 살리고자 근 며칠간 고생깨나 했을 광고 관련자들에게 고생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군요.
옛날 같았으면 절대 이렇게 콘티 이미지를 급하게 넣어 광고를 온에어 시키지 못했습니다. 얄짤없이 광고를 내려야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게 가능합니다. 왜일까요? 피자헛이 궁여지책으로 상대적으로 저퀄리티인 콘티 이미지를 박아 넣고도 광고를 론칭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크리에이티브가 뜬금없는 축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뜬금없는 크리에이티브를 사용하는 광고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것이 지금은 유머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확실히 콘티 이미지를 넣는 것은 뜬금없는 것이고, 그 뜬금없음이 요새 크리에이티브 트렌드였던 것이죠!
물론 크리에이티브를 이렇게 만들어도 그게 트렌드라 충분히 전파를 탈 수 있지만, 무엇보다 확실히 모델에 대해 꼬리 자르기를 해냈고, 그 사건이 지금 가장 큰 이슈이고, 이 때문에 그간 제작진이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을 사람들이 모두 알기 때문에 좋은 반응이 오는 것이죠. 그분들이 이 광고를 색다르게 만들어 줬군요.
그분들의 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원래의 의도대로 제작되었던 광고는 어땠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전 이걸 리뷰로 쓰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정말 재미없는 크리에이티브였거든요. 아무리 뜬금없는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했을지라도 그 제품과의 연관성은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광고하는 갈릭 마블 스테이크 피자가 더럽게 재미없는 아재 개그와 소원해진 부부의 관계를 해결한다는 콘셉트는 이해하기 조금 힘들군요. 굳이 연관성을 찾아보자면 '부드러운 안창살은 입 안에서 녹는다 = 싸해진 분위기를 녹인다'인데,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게다가 아재 개그를 모짜렐라로 하길래 치즈로 분위기를 녹인다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안창살이 핵심인 피자였군요.
전에 리뷰한 신한플러스 광고도 마찬가지로 뜬금없는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했죠. 하지만 그 광고는 신한플러스에 엄마의 사랑이 녹아들었기 때문에 뜬금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광고였지만, 이것은 상황과 제품이 서로 연관된 그 연결고리가 한없이 약하기만 합니다. 평소에 분위기가 싸해질 때 피자로 분위기 업 시키지는 않잖습니까!
오히려 연관성은 콘티 이미지에서 생깁니다. '왜 콘티 이미지를 넣었는가? - 온에어 3일 전에 그 사건이 터졌기 때문입니다'가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광고 내용은 연관성이 없습니다... 원래는 없었을 연관성이 그 사건으로 인해 생겨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광고는 원래 크리에이티브보다 사고 때문에 광고를 급하게 수정했다는 상황적인 이해가 더 이슈를 만들어 낸 광고였습니다. 물론 크리에이티브가 엄청 뛰어나도 크리에이티브가 이슈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피자헛은 어쩌다 터진 이슈를 제대로 활용해 이득을 보아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마냥 운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피자헛의 '이 광고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대단했기 때문에 광고가 원래의 광고 집행 계획대로 론칭되었고,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냥 사고 터졌다고 광고를 내렸으면 이런 반응은 없었을 테니까요. 마이크로닷의 그 사건이 피자헛 광고를 살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피자헛의 광고를 어떻게든 살리겠다는 처절한 노력이 이 광고를 더 빛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