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광고 리뷰 22. 아큐브 오아시스 난시용
전 난시 때문에 안경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력이 엄청나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안경을 벗으면 불평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만약 안경을 얼굴에 얹고(?)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안 그래도 못난 얼굴 하루 종일 찡그리고 다닐 겁니다. 이제 안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제 신체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안경아, 너는 이제 나랑 영원히 함께야...
이번에 아큐브에서 난시용 렌즈를 신제품으로 출시했다고 하네요. 이번에 나온 5개의 아큐브 오아시스 난시용 광고 시리즈를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EKDYTbPK6k
https://www.youtube.com/watch?v=j0rCXXt7n8I (야구 편)
https://www.youtube.com/watch?v=q4ziptDNppA (쇼핑 편)
https://www.youtube.com/watch?v=fOOliosHfX0 (테니스 편)
https://www.youtube.com/watch?v=JPZjARsHc8Q (프레젠테이션 편)
멀리서 오는 버스 번호가 안 보이고, 공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글자가 안 보이는 등의 곤란했던 상황을 5가지의 시리즈로 나타내었습니다. 안 보여서 잘못된 버스를 타 모르는 곳으로 가버리거나, 빔 프로젝터를 정확히 못 다뤄서 회사생활이 꼬이지 시작한다든가, 백십만 원을 지불한다든가... 하는 등으로 결국 좋지 못하게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밑에서 이야기할 난시 체크용 그림이 나오고 광고가 끝납니다.
사실 이 크리에이티브는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난시일 때 뭐가 불편하니?'라는 질문으로 나올 수 있는 전형적인 대답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상황들은 저를 포함한 많은 난시인(?)들이 겪었을 일이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겠죠. 그리고 상황에만 그치지 않고 광고 주인공은 결국 난시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크리에이티브를 완성시켰습니다. 이야기 구성 또한 '난시다 → X됐다(!)'의 단순한 흐름이어서 소비자들이 광고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을 것 같군요. 창의성이 있는 광고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공감, 제품과의 연관성은 확실히 확보한 광고 시리즈네요.
광고를 쭉 살펴보고 약간 의아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건 분명 아큐브 오아시스 난시용 렌즈라는 제품 광고입니다. 광고를 하는 이유는 결국 제품을 알리기 위함일 텐데요. 하지만 이 광고 시리즈에서 제품이 등장하는 시간은 짧고, 사진 또한 작습니다. 반면 광고 내용은 난시에 대한 불편함, '난시, 지금 확인해봐'라는 내레이션, 그리고 난시 검사용 그림 등 때문에 '당신이 난시인지 아닌지 한 번 알아보세요'라는 메시지가 제품보다 더 강해진 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제품을 홍보한다기보다는 난시 방지 홍보대사 같은 느낌이 더 셉니다. 제품의 존재감이 너무나 작죠.
그러면 제품을 적극적으로 광고에 넣어야 하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억지스럽게 제품을 넣었다가는 크리에이티브가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과도한 드라마 PPL처럼 제품을 강조하면 광고 흐름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제품 소개가 너무 최소한으로 들어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제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내레이션을 '난시를 확인해라'가 아니라 '난시일 땐 아큐브 오아시스 난시용'으로 바꾸거나, 마지막에 제품 사진을 한 번 더 보여주는 식이라면, 크리에이티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을 그래도 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영상 광고로는 특이하게 직접 난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화면을 짧게 제공해 주었습니다. 일단 저는 난시이기 때문에... 오래 보면 눈이 아파오는 이미지에는 '나도 난시?'라는 글이 숨어있습니다. 혹시 저 메시지가 보인다면, 안경원에서 난시인지 체크해보라는 글을 넣었군요. 순간 왜 안과가 아니고 안경원일까 했지만 렌즈를 파는 곳이 안경원이라서 그렇게 썼군요.
하지만 이 난시 검사용 사진은 그 역할을 해내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시력이 좋은지 나쁜지, 난시인지 아닌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체스트용 화면은 정해진 크기대로, 거리는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실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컴퓨터, TV 등 다양한 곳에서 이 난시 테스트용 그림을 접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조그마한 화면으로 볼 것이고, 어떤 사람은 아주 큰 TV에서 보겠죠. 일반적으로 난시 그림은 작으면 작을수록 난시가 아닌 사람들도 메시지를 보기 쉽습니다. 반면 이미지가 클수록 난시인 사람도 메시지를 보기 힘듭니다. 난시는 물체 간의 경계선 구분이 흐릿해져 잘 보이지 않는 것인데, 이 현상은 이미지가 작아지거나 멀리서 봤을 때에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 화면을 보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조건이 아닌 만큼, 이 그림은 확실한 난시 검사용 그림으로서는 신빙성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통일된 화면 크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신문 광고나 영화관에 이 화면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여러 광고 연구에서 소비자들에게 기억에 잘 남는 광고의 조건으로, 크리에이티브의 독창성과 소비자의 공감,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와 제품의 연관성, 이 3가지를 주로 언급합니다. 연관성은 요새 뜬금없는 광고, 기승전 광고 등의 크리에이티브의 범람으로 많이 약해져 있다 쳐도, 소비자의 공감은 절대 사수해야 할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아큐브 오아시스 난시용 렌즈 광고 시리즈는 난시일 때의 전형적인 상황을 광고 소스로 활용하여 독창성은 평이하더라도 소비자들의 공감을 최대한 이끌기 위한 광고를 제작하였습니다. 거기에 적절한 유머와 모델의 추해지는 연기가 더해져 좋은 광고가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