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린갓 Oct 20. 2017

택진이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어린 광고 리뷰 04. 리니지M

요새 모바일 게임 광고를 살펴보면 모델을 적극 활용하여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무언가 빅 모델에 치중되어 있는 것 같은 광고들이 정말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게임 내용은 하나도 나오질 않습니다. 유저들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게임의 콘텐츠일텐데 말이지요.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일까를 생각해보면, 게임 자체에서 내세울 만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빅 모델을 기용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만 주력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나온 리니지M 광고 아닌 광고는 그 모델이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바로 리니지M을 제작한 게임회사, NC소프트 사의 대표, 김택진 대표이사입니다. 이번에는 가장 최근에 나온 두 편, 스페셜 영상 IV, V 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jfPc0cT2kM

리니지M 스페셜 무비 IV (출처 : NCSOFT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5FSDPro966Q

리니지M 스페셜 무비 V (출처 : NCSOFT 유튜브)




ㆍ 리니지 M 게임을 만든 회사의 진짜 대표가 광고모델

네, 그렇습니다. 진짜 대표이사가 광고모델로 출연한 광고되시겠습니다. 별이 다섯 개임을 외치는 돌침대같이 사장이 나와 직접 제품을 어필하는 중소기업의 광고들은 뜸하게 나오지만, 대기업의 경영자가 직접 광고모델로 나오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특이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광고도 '대표가 모델이다'라는 소스를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사실, 어느 서비스업체의 대표자가 모델로 나와 어필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대표자가 직접 뭇매를 맞고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을 드러내는 좋은 징조입니다. 경영상으로 보면 자신이 빠져나갈 비밀 뒷구멍을 막아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까요. 거기에 온화한 미소의 이미지까지 더해져 광고에 대한 호감을 일으킬 여지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 두 편의 광고에 출연하는 NC소프트 김택진 대표(이미지 출처 : NCSOFT 유튜브)



ㆍ 대표인 걸 모르는 사람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광고

하지만 아쉬운 것은, 두 광고 시리즈 모두 광고모델이 김택진 대표라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광고를 시청할 경우 내용이 전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돌침대 광고처럼 대표가 나와서 '우리 돌침대는 굉장히 좋습니다! 별이 다섯 개!'를 외친 것과는 다릅니다. 돌침대 광고는 그 모델이 대표든 아니든 일절 상관이 없지만, 이번 리니지M 광고는 사장같은 높은 직책이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야구장 편은 아님). ‘도대체 택진이 형이 누구길래 욕을 하는데 옆에서 당황하는 거야?’, ‘왜 저 중년 남자는 뜬금없이 쿠폰 얘기를 하는 거야?’, ‘저 사람은 누구길래 왜 수줍게 레벨 높은 걸 자랑하는 거지?’ 등의 의문이 쏟아질 만합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광고와 두 번째 광고 모두 김택진 대표가 출연하지만, 내용과 느꼈던 점이 조금 달라 따로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리니지M 스페셜 영상 IV) 광고 강화 실패  

   

ㆍ 아이템 강화에 실패해 욕먹는 대표

모든 MMORPG 게임(쉽게 말하면 몬스터를 사냥하여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 게임)이 그렇듯, 아이템의 능력치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야 몬스터들을 더 잘 때려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고로 아이템 능력치를 더 올리기 위해 ‘강화’라는 것을 시도하는데, 일정 확률에 따라 성공할 수도, 단순히 강화만 실패할 수도, 운이 좋지 않으면 강화 단계가 오히려 내려가거나 아이템이 파괴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아이템 강화를 시도했다가 아이템이 파괴되어버리기라도 하면 그 날 하루 기분은 잡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들인 게임머니와 노력, 심지어는 현금까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이니까요.


대부분 실패해 안 좋은 기억만 남는 ‘강화’를 광고 소재로 활용하였습니다. 택진이 형이 꿈에 나와 강화를 시도하고, 강화에 실패하자 분노하며 택진이 형 욕을 합니다. 그런데 바로 옆 자리에 택진이 형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몰라봅니다. 택진이 형은 식당을 나서며 ‘쿠폰이 어디 있더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광고는 끝납니다.


- 아이템 날아가면 김택진 대표이사 욕을 하도록 하자(이미지 출처 : NCSOFT 유튜브)



- 내용과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분노하는 사람보다 헛기침하는 사람에게 시선이 몰리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이미지 출처 : NCSOFT 유튜브)



ㆍ 너무 숨겨서 쿠폰을 못 찾는다

마지막 즈음, 김택진 대표가 식당을 나서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쿠폰이 어디 있더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김택진에게 있어 쿠폰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게임사 대표이사니까, 게임사의 대표 권한으로 주는 아이템 선물이지 않을까요? 강화에 실패해 악에 받쳐 자신을 욕하는 사람에게 위로의 선물로 쿠폰을 주겠다는 의미가 숨어있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면,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더 좋은 보상으로 다가가겠다는 표현이 광고에서는 '쿠폰'으로 표현된 듯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쿠폰이라는 대사를 하기 위해 앞서 강화에 실패하는 장면을 넣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하지만 쿠폰의 의미가 너무 숨어있습니다. 이 대사는 광고모델이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아도 대사의 의미를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광고의 정황상 쿠폰이 식당 쿠폰이어서 도장 찍으려는 게 아니냐, 입막음(?)용으로 저 사람에게 쿠폰을 주고 나쁜 리뷰를 못 쓰게 하려는 게 아니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상 이 광고의 메인 대사는 '쿠폰이 어디 있더라'가 될 텐데, 광고 막바지에 저 대사를 했음에도 이해를 못한다는 건, 대사가 잘못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쿠폰의 의미가 제 생각대로 '유저들에게 다가갈 더 좋은 보상'이라면, 애초에 강화 실패를 저 멀리서 지켜보는 방관자의 입장이 되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내포하는 의미를 야동 숨기듯 너무 숨겨버린 안타까운 대사 '쿠폰이 어디 있더라'(이미지 출처 : NCSOFT 유튜브)





두 번째(스페셜 영상 V) 광고 레벨 자랑     


ㆍ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첫 번째 광고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다고 쳐도, 두 번째 광고는 저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광고였습니다. 실제 CEO가 모델이라는 소스도 활용을 전혀 하지 못했고, 내용도 단순 무식합니다. 레벨이 높아서 관심을 받고 내심 뿌듯한 것이 주 내용이라니요, 그러다가 응원하는 NC 야구팀이 갑자기 홈런이라도 쳤나요? 환호하다가 끝납니다.


첫 번째 광고와 달리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내용으로 억지 추측해보건대, 대표까지 레벨을 71까지 높여놓을 정도로 재밌고 빠져들만한 게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마 레벨이 높아야 사람들에게 관심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광고 속에서의 대화 소스가 레벨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여러분, 열심히 사냥해서 레벨을 올리세요!


- 정녕 게임 레벨이 높아야 존경받는 것인가(이미지 출처 : NCSOFT 유튜브)



ㆍ BJ? 난 TJ!

사실 제가 놀란 부분은, 'BJ? 난 TJ!'라는 황당무계한 대사였습니다. 음... 좀처럼 의미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난 TJ야! → 난 김택진이야! → 내가 NC소프트 대표이사야!(자부심) 정도로 해석해야 할까요? 이렇게 억지스러운 대사가 들어간 이유로는, 굳이 야구장 편 광고에서는 김택진 대표가 모델로 출연하지 않고 그냥 중년 남성이 모델로 등장했어도 차이가 없었을 광고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강화 실패 편은 나에게 불이익을 안겨준 대표를 욕하기라도 했지, 레벨 높은 것이 꼭 대표만 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광고를 만들 때도 그걸 알았는지, 레벨이 높은 아저씨에 대한 호기심의 행동,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BJ?'라는 대사를 집어넣었고, 'BJ? 난 TJ!'라는 이상한 대답까지 함으로써 김택진 대표가 이 광고에 출연했어야 하는 명분을 억지로, 그리고 어설프게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합니다.


- BJ가 아닌 TJ(택진)라는 것에 홈런이 폭발했다!(이미지 출처 : NCSOFT 유튜브)




ㆍ 리니지M 광고가 아니다, 아이건 김택진 광고다

도저히 쓸 내용이 없어 고민하다가(...) 이 광고에서 김택진이 메인 모델이니만큼 이미지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문득 생각이 들어 살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극적이지만 온화한 미소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옆 사람과 같이 붙어서 환호합니다. 첫 번째 광고에서는 대놓고 욕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인 모습도 나오고 말이지요. 옆에 있던 젊은 남자 두 사람은 리니지M의 유저일 것이고, CEO는 온화하게 유저들과 거리낌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겠다는 (리니지M과는 크게 상관없는) 회사의 경영철학을 은연중에 알리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너무 은연중에 알려서,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미스터리합니다.


- 유저들과 거리낌없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CEO(이미지 출처 : NCSOFT 유튜브)



ㆍ 이례적이라고 꼭 좋은 건 아니다

물론 대기업의 대표 경영인을 모델로 사용한 것부터가 특이했고, 리니지M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는 호감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대표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고, 광고의 난해함에 아예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안녕하세요 김택진입니다. 우리 게임은 별 다섯 개도 아닌 별 여섯 개!'라는 B급 광고라도 했거나, 기존의 방식대로 최민식 같은 연예인을 기용해 영화처럼 찍었다면 어땠을까요. 하지만, 이것들도 썩 좋은 광고는 아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광고!! 톡톡톡!! 트로피카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