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광고 리뷰 03.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예전부터 제가 다니는 학교의 모든 자판기에는 트로피카나 스파클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김없이 두 칸을 차지하고 있죠. 지금까지 한 번도 사 먹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9월 20일,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오렌지, 청포도, 포도 편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이미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온 사과, 복숭아, 망고 편의 후속작(?)입니다. 내용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달라진 건 춤하고 색깔뿐이죠. 그런데도 중독성은 여전합니다. 덕분에, 자판기에서 트로피카나를 한 번 먹어보게 됐습니다!
광고 스킵을 막으려는 초반 쌩(?) 버전
요새 들어 광고를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영상 하나 보려면 원하지 않는 30초 광고를 인내해야 합니다. 동영상 중간에 난데없이 광고가 나와 우리를 습격하기도 하고요. 지상파 방송에서도 중간광고가 생겨나고 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와중에도 광고가 떠 내 데이터를 깎아먹습니다. 아무리 제가 광고를 배우는 학생이라지만, 원활한 이용을 방해하는 광고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동영상 하나를 보려고 하면 어김없이 광고가 나옵니다. 하지만,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광고는 도대체 이건 뭐지? 할 정도로 초반에 쌩버전이 등장합니다. 아무 편집도 하지 않고 그저 파란 배경에 한 여성 모델이 활기차게 숨을 헐떡이면서 춤을 추는 모습이 전부입니다. 숨찬 모습이 심지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자연스럽게 스킵은 저 멀리 하게 되고, 한 눈 팔린 사이 본 광고인 트로피카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미 광고는 끝났고, 광고를 본 사람은 무장해제. 방금 뭐가 지나간 건지 모르겠네요!
광고 시장에서 스킵하기 버튼을 최대한 누르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는 계속됐지만, 딱히 효과가 있었다고 할 만한 광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트로피카나 스파클링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광고 스킵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생각합니다. 재미와 애처로움을 동시에 담은 초반 생춤 영상이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죠. 호기심을 들게 합니다. 다만, 호기심의 방향이 ‘우와! 이게 뭐지?’가 아닌 ‘도대체 이게 뭐냐..?’이기 때문에 마냥 좋은 이미지 전략은 취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일단 광고를 보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 장땡!
단편적인 메시지 전달이 현재 트렌드
그럼 본 광고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뭘까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저 톡톡톡 튀는 과일이 있다, 트로피카나↗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죠. 그저 계속해서 같은 가사만을 읊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의 영상 시청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사람들은 복잡한 정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한 시간짜리 TV 프로그램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고 몇 분짜리 재밌는 부분만 잘라 보는 클립 영상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올라오는 동영상들 중 몇 분 이내의 짧은 것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죠. 단순하고, 짧은 영상이 현재의 영상 트렌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짧은 영상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영상을 보게 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이고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트로피카나 스파클링은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표현했다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하나에 1000원 정도 하는 순간순간 사 먹는 가벼운 제품이기 때문에 더 단순한 광고가 가능한 것이겠죠.
모델이 곧 광고요, 광고가 곧 모델이로다
아이돌 걸그룹 모모랜드의 주이는 과장된 발랄함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춤으로 망가지는 것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끄러워하면서 웃긴 춤을 추는 게 더 웃긴가요, 아니면 진지하게 웃긴 춤을 추는 게 더 웃긴가요? 당연히 후자겠죠! 모모랜드 주이는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광고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막춤 아닌 막춤을 춰 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춥니다. 게다가 신나 하는 표정까지. 특유의 병맛 콘셉트를 제대로 살렸습니다. 모델이 춤을 추는데 수줍어했다면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는 그저 그런 광고가 되었을 겁니다. 콘셉트를 먼저 정하고 모델을 섭외한 건지, 모델을 섭외해 놓고 콘셉트를 짠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모델의 이미지를 한껏 살린 광고라 할 수 있습니다.
과유불급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광고는 큰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대표적으로 트위치라는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이른바 ‘영상 도네이션(개인방송인에게 돈을 지불하여 영상을 틀 수 있는 후원방식)’으로 크게 성행했습니다. 짧고 굵은 인상을 남기는 영상을 주로 틀기 때문에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광고는 영상 도네이션으로 딱 맞는 영상 콘텐츠였죠. 이에 너도나도 트로피카나 광고를 틀어대기 시작했고, 수준이 도를 넘게 됩니다. 이에 사람들은 트로피카나 광고에 노이로제까지 걸리게 됩니다. 광고주님(?)의 입장에서는 좋으면서도 안 좋은 소식이 되겠군요! 사실 강렬하기만 한 콘텐츠는 소모 속도가 빠릅니다. 금세 지루해질 수 있어요. 때문에 트로피카나 광고의 이슈를 길게 끌고 가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운 3편이 나왔으니, 또 새로운 폭풍을 몰고 올진 봐야 알겠습니다!
그래도 트로피카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싫어한다는 것은 그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인지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확실히 이 광고 시리즈는 광고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에 많이 퍼지게 되었고, 수많은 패러디 영상을 양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직접 찾아보고 즐겼습니다. 점점 광고 시청을 기피하는 현상을 정확히 역행한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광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 것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한 것 역시 확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