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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갓 Sep 26. 2017

와이파이 열어 기술 들어간다

어린 광고 리뷰 02. KT 기가만사성

지하철 4호선에서 선바위역과 남태령역 사이를 지나다 보면 지하철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 어쩌고가 바뀐다고 합니다. 저는 지하철 와이파이를 항상 사용하는데, 그 역 사이를 지나가면 지하철 와이파이는 어김없이 끊기곤 합니다. 지하철 내의 불은 금새 들어오지만, 와이파이는 몇 정거장이 지나도 활성화가 되질 않습니다. 한 달에 겨우 1.3기가 데이터를 쓰는 사람으로서, 환장할 노릇입니다.
  
집에 왔다고 걱정없이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동생은 와이파이 느리다고 투덜대고(주로 내가 집에 있을 때 투덜댑니다), 와이파이 공유기 힘이 약한 건지 겨우 몇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안방은 와이파이가 아예 터지질 않습니다. 화면 한가운데의 로딩 중을 나타내는 동그라미만이 수도 없이 휘몰아칠 뿐입니다.
  
그런데 KT 기가만사성 광고에서 얘기하기로, KT 공유기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고 하네요. 하루에 한 두 번은 꼭 와이파이에 관한 불만이 생기는지라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KT 기가만사성 광고를 제 어린 시각에서 리뷰해 보겠습니다!
 

기술을 대놓고 소개하는 광고!!. (이미지 출처 : tvcf)



평소에 느꼈던 불편함이 공감으로
  
가끔 집으로 돌아오면 동생이 제 방에 누워 빈둥대고 있는 걸 봅니다. 자기 방엔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진다고. 그럼 전 나가라고 합니다. 안 나갑니다. 그러면 자비로운 제가 나갑니다.(?) 게다가 온 가족이 집에 있는 밤에는 엄마가 소리칩니다. “와이파이 좀 껐다 켜봐. 안 된다.” 네. 제 경험담입니다.
  
기가만사성 광고 시리즈의 처음은 와이파이의 불편함에 대한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동생 방에 침입한 누나, 늦게까지 온 가족이 와이파이를 사용해 느려진다고 투덜대는 엄마, 거실일 때와 방일 때 일일이 장소에 맞는 와이파이를 연결해야 하는 게 불편한 친구. 실제로 많이 겪을 법한 와이파이 상황을 광고 시리즈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상황들은 어쩌면 인터넷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가정이 겪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KT 기가만사성 광고는 와이파이에 관련하여 불편한 상황을 꾸밈없이 그대로 광고에 녹여내었습니다. 저는 이 광고 시리즈를 보면서 격하게 공감이 되더군요. 다 제가 겪은 일이니까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소재를 굉장히 잘 발굴하였다. (이미지 출처 : tvcf)



  
  
불편함을 해소해 준다면 아무리 설명쟁이라도 환영받는다.
  
제 강력한 공감을 이끌어 낸 영상 뒤에는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기가 와이파이 웨이브)의 기술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부분이 나옵니다. ‘우리 제품은 동시에 여러 기기에 와이파이를 쏩니다, 와이파이 신호를 상황에 맞게 알아서 바꿔줍니다, 와이파이를 모든 방향에 골고루 퍼트립니다’를 돌려말하지 않고 대놓고 말하죠. 제품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설명만 하는 게 마냥 좋을까요? 우리는 설명만 해대는 광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설명을 좋아하는 설명쟁이의 설명을 위한 설명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앞서 와이파이의 불편한 상황에 대한 확실한 공감을 이끌어냈고, 그 표현 또한 사실적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앞으로의 얘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게 설명쟁이라도요.

이미 공감을 이끌어낸 후라면 대놓고 우리 제품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어도 설득력 있는 광고가 된다. (이미지 출처 : tvcf)


공감을 이끌어내면 아무리 코난같은 설명쟁이라도 그 얘기에 집중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모델들의 조금 어설픈 연기가 재미를 떨어트린 것 같아 아쉽다.
  
‘친구의 양다리’ 편은 연기가 꽤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나의 습격’ 편과 ‘쏘리맘’ 편은, 아쉽게도 현실 남매와 현실 가족을 잘 드러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연기가 아쉽기 때문인데요. 와이파이 공유기의 고객층은 다양하지만, 그래도 젊은 층에 속합니다. 재밌는 영상을 찾아다니는 젊은 층을 공략해 더욱 더 맛깔나는 혼신의 남매 연기, 엄마 연기를 펼쳤다면 이 광고는 재미로 유명해졌을 겁니다. 선례로 tvN 드라마 <감자별>과 그 유명한 짱구엄마가 있죠. 무엇보다 드라마 <감자별>의 남매싸움은 계속해서 SNS에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현실 남매를 제대로 표현해 재밌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이 노출되고, 각인이 되었습니다. 그에 비해 기가만사성의 밋밋한 남매와 엄마 연기는 참 아쉽습니다. 실제로 현실 남매는 저렇게 투덜대는 걸로 끝나지 않아요. 더 격렬합니다. 거기에 현실 엄마들은 저렇게 점잖게 말씀하지 않아요. 더 무섭다고 합니다. 게다가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 빨리 자라고 하는 엄마는 없습니다!!

현실 남매를 제대로 표현한 것으로 감자별 드라마와 짱구엄마. 맛깔나게 남매연기, 엄마연기를 해냈다면 SNS상에 널리 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유튜브)



이걸 15초로 압축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TV광고는 한 편 당 15초입니다. 물론 30초, 60초 광고도 있지만 광고비가 비싼 프로그램에 30초 광고를 방송하기란 어렵습니다. 때문에 대부분 15초의 광고를 내보내죠. 처음 기가만사성 광고시리즈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현재의 30초짜리 광고를 15초 버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그게 가능할까?’였습니다. 30초에서 15초로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강조할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필요없는 부분을 빼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기가만사성 광고는 뺄 내용이 딱히 없어 보입니다. 공감하는 부분을 줄이자니 공감이 안 되고, 설명하는 부분을 줄이자니 그러면 공감만 하고 끝나기 때문이죠. 크게 임팩트를 주는 크리에이티브가 아닌, 시간을 들이는 설명쟁이 방식의 광고이기에 줄이기는 더 힘들다 생각합니다.
 
  
내가 보고 싶은 건 응답하라 SHOW!
  
재밌으면서 핵심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는 광고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의 SHOW 만큼은 아니더군요. SHOW 대부분의 광고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SHOW 티머니 광고가 있겠네요. 택시를 탄 한 남자가 통곡을 하며 한강 어느 다리 중간에서 내려달라 얘기합니다. 택시기사는 목숨은 소중한 거라며 남자를 말립니다. 알고 봤더니 돈이 3000원 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이에 휴대폰 티머니가 출시되어 그럴 걱정이 없다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SHOW 광고는 유쾌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강했습니다.

택시비가 3000원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 티머니의 필요성을 재미있게 표현한 SHOW 티머니 광고(이미지 출처: tvcf)




아쉽지만 그래도 잘 만들었다!
  
이번 기가만사성 시리즈 광고에 큰 크리에이티브는 없지만, 그래도 공감을 크게 이끌어내었고 거부감 없이 제품을 제대로 각인시킨 것으로 보아 굉장히 잘 만든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광고의 재미는 조금 덜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아쉬웠던 연기 때문이겠죠.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면 충분히 웃길 수 있는 KT인데, 충분히 웃길 수 있는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결과물이 나와 개인적으로 미련이 남습니다. 만약 이번 기가만사성 광고가 SHOW 때처럼 약을 시원하게 한 번 들이켜고 만든(?) 광고였다면, 전 광고를 몇 백번이고 돌려봤을 겁니다.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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