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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갓 Oct 28. 2017

2% 아쉬운 카카오T 광고

어린 광고 리뷰 05. 카카오T

며칠 전이었나요, 소중한 스마트폰의 생명연장을 위해 잠시 전원을 껐다 켰더니 어김없이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가 시작되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카카오T라는 처음 보는 애플리케이션이 성공적으로 깔렸다는 메시지가 뜬 겁니다! 아니 이게 뭐지! 24개월 약정에 묶인 내 소중한 폰이 바이러스에 걸려 이제 아무거나 설치를 해대는구나 한탄하던 저는 이것의 정체를 밝혀야겠다 싶었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순식간에 카카오T 어플을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카카오택시 삭제를 안 했었구나. 여름방학 때 인턴으로 일하면서 택시로 홍보센터와 회사를 오가야 할 일이 있었거든요. 전 3개월 만에 카카오T 어플과 이별을 고했습니다. 어차피 저 택시비도 법인카드로 긁은 거였고, 전 가난한 대학생이라 택시도 못 타고 대리운전은 차가 없으니까 꿈도 못 꾸기 때문에 어차피 쓸 일이 없어요!


나중에 알아보니 카카오T는 기존의 각자 노선을 걷던 애플리케이션인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라는군요! 오, 괜찮습니다. 때마침 광고도 나왔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카카오T 광고를 다섯 번째 리뷰의 소재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CEIgvEERNg

카카오T 주말오후 편


https://www.youtube.com/watch?v=B2S2FSG8SV4

카카오T 퇴근길 편





ㆍ 소중한 시간을 택시와 엮다니! 대단하다

전 내레이션의 대사 중 '생각해보세요. 답답한 이동 시간이 짧아진다면, 당신의 소중한 시간은 얼마나 더 길어질까요?'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참 감탄한 건, 인간이란 소중한 존재에 정말 약하다는 걸 정확히 알고 그걸 활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팍팍한 현실에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힐링, 어차피 인생은 한 번이니까 나를 위해 움직이는 YOLO가 괜히 생기는 말이 아니죠. 카카오T는 그 많은 소중한 것들 중 시간을 하나의 광고 소재로 택했고, 거기에 카카오T 서비스의 핵심 키워드인 '이동'까지 잘 버무려지면서, 굉장히 자연스럽고 멋있는 말이 됐습니다. 어떻게 택시나 대리운전을 소중한 시간과 함께 엮을 생각을 했는지, 대단합니다. 옛날에 옆동네는 택시를 무과장이 영업하는 대부업체랑 묶어서 배 터질 정도로 욕을 팍팍 잡쉈는데 말입니다.


물론 카피라 하기엔 길이가 좀 깁니다. 어차피 광고 전체의 핵심 메시지가 아닌 내레이션의 일부분이고, 카피로 의도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냥 보고 놀란 거예요.



ㆍ 돋보이는 영상

광고 전체를 원테이크처럼 보이는 기법을 활용하였습니다. 카메라가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파노라마처럼 한 번에 훑어 지나가는데, 이는 상황 하나하나와 전체의 풍경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을 때 유용한 방법입니다. 거기에 슬로우까지 걸면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죠.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땐 이만한 게 없습니다. 퇴근길 편을 볼까요? 누구보다 빠르게 퇴근하기 위해 택시 경쟁을 하는 사람들, 술에 거하게 취해 대리운전을 부르랴, 취한 동료 챙기랴 정신없는 직장인들을 보며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마다의 삶을 꿋꿋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요?


이 기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광고의 목적이 간단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카카오T를 새로 론칭했습니다, 카카오T는 교통 관련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수준으로 그쳤기 때문이죠. 만약 앱 안에 무엇이 있고, 하는 방법이 이렇고, 이런 장점이 있고 등 광고주의 욕심이 가득가득 들어갔다면 다양한 사람들로 어우러지는 풍경을 광고에 담을 수 있었을까요? 못 담았을 걸요?


사람들이 겪는 일상생활을 파노라마처럼 나타내었다(이미지 출처 : 카카오 유튜브)



하지만 이 기법은, 영상을 예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광고에 활용하기에는 부적절합니다. 광고는 알리고자 하는 제품에 시선을 쏟도록 해야 하는데, 이 기법은 카메라 렌즈에 비치는 전체적인 풍경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체를 본다는 건 당연히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강조해야 할 것을 강조하지 못한단 이야기가 되겠죠. 카카오T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전체의 모습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던 것이지, 다른 광고들이 이렇게 했다간 '그래서 뭘 광고하고 싶은 거야?'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장면 전환을 위해 삽입한 사물(오토바이, 풍선, 지나가는 사람 등)이 너무 크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 분명 장면이 바뀌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전환을 위해 전체를 가릴 정도로 사물을 크게 만든 것 같네요. 하지만 초점이 너무나도 흐릿해 저는 그런 사물들이 광고의 일부분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영화 보는데 앞에 사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TV 보는데 누가 큰 거 하나 얼굴에 들이민 것처럼 화면을 싹 가려 답답하고, 원활한 광고 시청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으어어 안 보여(이미지 출처 : 카카오 유튜브)



ㆍ 내레이션에 집중이 안 돼

카카오T 광고에서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은 내레이션입니다. 영상은 그저 예쁜 것에 불과합니다! 영상 기법 특성상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리라도 그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참 거슬렸던 것은, 차가 빵빵거리고 애가 울고 소리를 지르는 정신없는 효과음이 계속해서 들린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게 내레이션과 같이 들립니다. 그 효과음들이 잔잔한 음악이나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리였다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온갖 짜증을 유발하는 소리들이라는 것 문제죠. 내레이션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차피 영상으로도 정신없는 상황이라는 걸 아는데, 굳이 소리까지 넣어 확인시켜줄 필요는 없습니다. 내레이션이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온갖 효과음은 완전히 빼야 합니다.


웃긴 건 초반부 불편한 상황에서는 잡음이 들리는데, 후반부 소중한 시간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때에는 잡음이 일체 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차라리 반대로 했으면 나았을 텐데...


칭얼대는 아이, 경적, 대리운전 부르는 소리, 내레이션의 절묘한 불협화음! (이미지 출처 : 카카오 유튜브)



ㆍ 카피가 조금 난해해

이 광고의 핵심 카피는 '택시만 부르던 T에서, 모두의 이동을 위한 T로'입니다. 택시를 넘어 그 외적인 것도 포함시켜 더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잘 표현되어 있네요. 그런데, T가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일단 카카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잘 알지만, T가 뭔지 모릅니다. 게다가 카카오T는 이제 막 론칭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T의 의미를 더 모를 겁니다. 글을 쓰는 저는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을 하나로 합친 게 카카오T라는 걸 알고 글을 쓰기에 조금은 익숙하지만, 다른 소비자들은 아직 그렇지 않죠. 또, 광고 시청자들은 카피를 보고 절대 해석하려 들지 않습니다. 보자마자 이해를 했다면 아는 거고, 모른다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죠.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내용이지만, 사람들은 두 줄의 글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습니다. 한 번 휙 보고 지나갈 뿐입니다. 결국 보고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카카오택시가 애초에 이름을 카카오T로 론칭해 사람들이 택시와 T의 연관성을 인식이라도 하고 있었더라면 저 카피는 꽤 괜찮은 카피가 되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택시만 부르던 T'의 T가 바로 카카오택시를 의미한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되고, '모두의 이동을 위한 T로'를 통해 카카오택시에 뭐가 더 추가된다는 것을 알아차렸겠죠. 뜬금없는 T의 습격에, 저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T가 택시 또는 교통의 T라는 건 알지만, 한 방에 와 닿는 카피는 아니다(이미지 출처 : 카카오 유튜브)



ㆍ 메시지 전달력은 글쎄

본디 TV광고가 라디오 광고보다 영향력이 큰 것은 물론 사람들이 TV를 더 보는 것도 있긴 합니다만, 라디오는 청각만 사용하지만 TV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여러 개의 감각을 사용할수록 받아들이는 정도의 크기가 다릅니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T 광고의 맹점은, 영상과 음성이 따로 논다는 겁니다. 내레이션 이야기를 할 때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영상은 대리운전 부르랴 주차하랴 정신이 없는데 내레이션은 느리고 상냥하고 부드럽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집중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쉽게도 카카오T 광고는 멋있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감각 사이에 이질감이 들어 메시지에 집중하기에는 조금 산만한 점이 있습니다. 잘 안 들리는 내레이션도 덤이고요. 영상과 음성을 조금이라도 더 일치시키고 메시지 전달을(내레이션이 더 잘 들리도록) 위해서는 영상에 슬로우를 더 걸어야 하고, 풍경에서 나오는 잡음들을 완전히 빼야 합니다.




ㆍ 뭔가 아쉽다

'와, 광고도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를 알게 해 준 광고였지만, '아, 역시 이건 좀 어렵구나'까지 느끼게 해 준 광고였습니다. 분명 영상과 내레이션, 멋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생소한 단어(T)를 쓴 카피와 내레이션 소리를 방해하는 소음 때문에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영화에 나올 법한 멋진 영상이 돋보이는 광고이고 다른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 멋있는 광고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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