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의 제목은 너와나의 만남 . 인물은 없지만 우리는 두사람이 이 집안에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만남에 집중하기위해 배경은 단순화했다. }
두달전 아이패드를 산뒤로 오래동안 쉬었던 드로잉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엔 오랫만에 하는 드로잉인데다 아이패드라는 툴도 낯설어서 어색하고 답답한 느낌이 많았다.
하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 점차 새로운 툴에 익숙해지면서 여러가지 시도들이 가능해지고 그릴 수 있는 스타일도 늘어서 너무 즐겁다.
예전 일하던 작업들을 돌아 보면 나의 한계가 보인다. 잘그리고싶지만 역부족이었던 그때의 감정이 생각난다.
요즘 일이 아닌 자유로운 드로잉을 하다보니 그때 내가 왜 힘들었는지 이제야 알것같다. 먼가 나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되는 컨텐츠를 피상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요구되는 스타일도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 클라이언트 잡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 작업에 요구되는 사항들을 모조리 넣게 되고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그림체를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지나치게 해석을 시도했다가는 그야말로 투머치 토커가 되어버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긴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일 자체는 재미있기도 하고 한권한권을 해나갈때마다 조금씩 성장도 도모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항상 갈증있었던것은 사실이다.
요즘은 육아를 하느라 일도 끊긴지 오래이니 이 참에 내가 원하는 그림이나 실컷 그려보자는 마인드로 매일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일로 그림을 그릴때와는 사뭇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진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게 된 것이다.
어느날은 단순히 어떤 스타일에 반해서 그걸 연습하려고 컨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어느날은 컨텐츠를 표현하기위해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를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컨텐츠와 스타일의 조합을 매일 매일 실험하고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렇게 작업을 하다 요 며칠은 형태나 명암 ,색등은 조형요소들을 단순화 시키는 드로잉을 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예전에는 어느 상황에 눈에 보일만한 것들을 모조리 사실적으로 채워 넣어여 한다는 강박이 좀 있었다. 꽉차게 다 그리고 똑같이 잘그려야 할 것 같은 강박말이다.
그러나 어느순간 아무리 극 사실주의를 한다한들 그 상황의 공기 ,햇빛 ,바람 ,감정 같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까지 담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화면에서 중요한 것 ,일명 요즘 말로 '찐'을 표현하려면 무언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사진작가들을 보면 어떤 장면을 포착하기위해 몸을 날리며 앵글을 잡아내지 않는가. 그런 몸을 날리는 액션에 해당하는 것을 그림작가도 작업을 할때 취해야 하는게 아닐까 . 그렇다면 그림작가는 어떤 액션이 필요한것인가.
어린왕자를 보면 어린왕자가 주인공에게 양을 그려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최선을 다해 양 그림들을 그려주지만 어린왕자는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 지친 주인공은 상자 하나를 그려주며 " 이 안에 네가 원하는 양이 있어. "라고 말해준다. 그제서야 비로소 어린왕자는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문득, 어린왕자의 이 장면이 떠올랐다. 맞다. 그림작가는 이런 액션을 취해야 하는것이다. 어차피 총체적인 실체를 똑같이 그려 낼 수 없다면 진짜 중요한것을 느낄수 있는 '찐'만 빼고 나머지는 단순화해야 하는것이다. 중요한 키만 남기고 단순화된 그림을 볼때 감상자는 자신의 상상을 그림에 대입해보며 비로소 스스로 그림을 완성하고 미소지을 수있는 것이 아닐까? 감상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그림.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그림이 마음에 오래남는게 아닐까.
이제는 힘을 뺄곳은 빼고 힘을 주어야 할곳에만 힘을 주는 드로잉을 해봐야겠다. 나머지는 감상자가 상상으로 채울수있도록 말이다.
아 핵심을 그린다는것 여전히 큰 과제이다. 하지만 잊지말자. 잘 ,꽉차게 그리려는 마음은 '찐'에게 양보하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