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다 헤어지자, 나의 아가
그냥 내일 또 마음이 바뀔까봐 오늘의 다짐을 적어본다. 연두를 빠르게 수술시키려 했던건 폐에있는 종양(이때만해도 양성추정)만 제거하면 모든게 끝날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술비로 책정된 8백만원이 나에게 적은돈은 아니었지만 그 돈 들여 애를 '완치' 시킬수 있다면 돈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수술끝나고 깨어나면 천만원이로 이름을 개명하고 10년을 놀려먹겠다고 농담을 하며 수술을 잡았다.
수술 직전 찍은 CT에서 갈비뼈며 심장이며 전이가 발견되었고 수술이 중단되었다. 그래서 모든게 일시 정지. 완치 희망도 일시정지. 내과+외과+고양이전문 선생님이 모여 이래저래 논의를 한 결과 1. 폐에있는 큰 종양은 계획대로 자르고 2. 갈비뼈에 붙어있는 전이된 종양 채취를 위해 갈비뼈를 자르고(갈비뼈가 하나 없어도 사는데 문제는 없다고) 3. 기약없는 항암을 하는 치료 계획이 마련되었다. 그렇게 치료하면 연두는 몇주 입원은 기본이고 살아있는 동안 매주 혹은 격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그렇게 연두는 운좋으면 몇년, 운나쁘면 4-5개월의 묘생을 연장할수 있는거다.
의사선생님은 1. 매주 병원 방문할 시간이 되는지, 2. 치료비용 감당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모든것은 가치관의 차이니 어떤 결정을 해도 자기 입장에 맞는 결정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하셨다. 내 입장에서는 답이 명확했던 초등학교 수학문제에서 갑자기 수능시험 난이도가 되어버린거다. 반나절을 합정 길바닥에서 질질 짜며 돌아다니다가 연두를 데리고 집에 왔다. 연두가 밥을 못 먹을 때를 대비해서 코에 생명연장 줄을 달고... 코에 줄이 불편한지 연두는 차에서 화를 냈다. 그렇게 화내면서 집에 와놓고는 집에 오자마자 좋다고 골골송을 불렀다. 코에는 여전히 불편한 줄이 달려 있었지만, 집에왔다고 골골송을 부르는 바보를 보며, 연두가 가장 좋아하는 집에 가장 오래 있는 선택이 맞는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돈도 없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항암비용은 어마무시 하더라.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두를 '완치' 시킬 수 없는 치료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연두의 마지막 몇 개월을 하루에 한번밖에 면회가 안되는 병원에서 보내게 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두야! 우리 밤 7시가 되면 지금처럼 리클라이너에 함께 앉아 TV를 보자. 언제까지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게 1년이든 4개월이든, 의외로 10년이든, 그렇게 있다가 안녕해야할 때가 오면 그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그 평화로운 모습으로 안녕하자.
언니가 오늘부터 츄르 두개씩 줄게! 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