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햇살 Mar 02. 2021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엄마가 되길..

사교육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어릴 땐 놀아야지!!"

이런 개똥철학으로 하고픈 거 하며 실컷 놀기만 하고, 학원이라곤 태권도, 미술과 같은 예체능만 다녀봤던 아이들. 그만큼 사교육 시장에 대해 무지한 엄마인 내가 '이제 고학년인데 관심을 좀 가져야 하나?'하고 알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수학 학원이 있었다. 최상위 심화 수준의 수학을 가르친다는 학원. 입학시험을 치르고 커트라인 안에 들어야만 다닐 수 있는 학원이었다.


수학 선행을 하지 않았지만, 수학을 좋아하고 여러 권의 수학책을 읽으며 수 개념을 일찍 잡은 터라 한 번 해봐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에 아이에게 슬쩍 물어보니 좋다며 시험을 쳐보겠다고 했다. 그동안 수학 문제집을 꾸준히 풀며 실력을 쌓은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을 때 하다가 또 손 놓아 버려서 하는 둥 마는 둥 해왔는데, 일단 해보자며 입학시험을 신청했었다.


아이는 늘 그렇듯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예상치 못한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고 당황했었나 보다.

심지어 울고불고하면서 이 문제가 제대로 출제된 게 맞냐고 선생님께 항의까지 했었다고 했다. 시험 치고 돌아오던 길에 눈물, 콧물 흘리며 속상해하던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달래기가 도통 쉽지 않았다.


그리고, 시험의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

그래도 한 문제 차이로 커트라인 밖으로 밀려났길래 나름 선방을 했구나 싶었는데, 아이의 자존심에는 상처가 났었다. 원장님께서 전화 오셔서 "아이가 애살이 많아서 꽤 속상해하던데, 다들 시험 준비를 해서 와요. 최상위 수학을 풀면서 두 달 동안 연습하고, 2월에 시험이 있으니 그때 다시 치러 오세요."라고 하셨다. 아이는 꼭 그 학원에 가고 싶다며 문제집을 사달라고 했고, 스스로 두 달 계획을 세우고, 매일 꼬박꼬박 문제집을 풀었다.


새벽 6시, 눈 뜨자마자 공부.

숙제를 면제해주는 날에도 수학은 빠질 수 없다며, 꼬박꼬박 풀었고, 뒤로 갈수록 문제 푸는 시간이 길어지자 새벽 6시에 깨워달라고 해서 공부를 했다. 6시에 일어나기 위해 9시에는 무조건 자러 들어가고, 6시에 눈 뜨면 바로 수학 문제부터 풀고 그렇게 두 달 동안 문제집 한 권을 끝냈다.


마지막 경시대회 문제를 풀면서 점수가 오르자,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어제보다 10점 올랐으니 잘했죠?
이 정도면 합격하겠죠?"


"엄마는 주하가 10점 오른 거도 잘했지만,
그거보다 매일 꼬박꼬박 공부하는
주하가 더 대견해서 그걸 칭찬해주고 싶어~"  


점수가 올라서 들뜨고 기대하는 아이에게 시험 점수보다 아이가 노력한 과정을 칭찬해주고 싶었기에..

혹시나 또 떨어지면 그 좌절감은 어쩌나 싶어 걱정도 되고, 벌써부터 경쟁사회에 뛰어든 것 같아 짠하기도 했다.

사교육 시장에 휘둘리는 건 영 내키지 않지만, 아이가 원하고 그걸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기에 꼭 합격했으면 싶었다.




드디어 디데이!

시험장에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왔길래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시험 치고 나온 아이의 얼굴은 밝았다.

지난번보다 더 많이 풀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이틀 뒤, 입학 확정 문자를 받았다.

지난번 시험에 비해 점수를 두 배 올려서 안정권으로 입학을 하게 된 아이.


이게 뭐라고.. 고작 학원 입학시험인데,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합격, 불합격을 떠나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노력해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그저 뭉클하고 대견하기 그지없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노력한 과정을 알기에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아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첫 아이는 너무 작아 부러질 것 같은 갓난쟁이일 때도, 키가 훌쩍 커버린 10대가 된 지금도 늘 항상 나에게 '처음'을 접하게 해 준다. 그래서 어렵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짠한 마음이 앞서기에 마냥 예뻐하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어미 마음. 무지한 엄마가 아이를 발가벗긴 채로 덜컥 집 밖으로 내놓은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졸이기도 했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또 한시름 놓는다. 입시를 위해 모두 달려가는 교육시스템이 영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걸 감자 싹을 잘라내 버리듯 싹둑 끊어낼 수는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원하는 대로 해볼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길을 묵묵히 함께 걸어 나가는 것.

우리가 함께 마라톤 연습을 할 때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나답게 해주는 그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