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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윤 Aug 20. 2022

어젯밤에 생긴 일

열애와 야구 시즌의 공통점

시카고의 식품회사에서 근무하는 대니(롭 로우 분)는, 당연히(?) 컵스의 열광적인 팬이다. 소프트볼 경기에서도 쓴 모자는 팀의 것이 아닌 컵스. 여기에 회사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그의 머리 위에는 컵스 모자가 있다. 상사와 대판 싸운 뒤 회사를 그만둘 때도, 컵스 모자만 챙겨서 나온다. ‘야생야사’가 아닌 ‘컵생컵사’(컵스에 살고 컵스에 죽는다)의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런 대니가 사랑에 빠진다. 상대는 소프트볼 경기에서 상대 팀을 응원하러 온 데비(데미 무어 분). 서로 한눈에 반한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한다. 즉, 소프트볼, 야구가 맺어준 ‘야구 커플’이다. 그런 만큼 데이트 장면에서도 야구가 자주 등장한다.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와 그 주변. 음식점에도 컵스의 삼각기가 보인다. 대니가 컵스의 광팬인 만큼 당연한 데이트 코스. 그 가운데 백미는 리글리 필드의 경기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야구장이 아닌 주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컵스의 경기를 내려다본다. 컵스의 승리를 위해 성원을 보내면서 둘은 사랑을 확인하듯 키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며, 야구 커플다운 데이트인가. 둘은 야구 팬의 로망을, 판타지를 착실히 연기한다.


물론, 두 사람의 사랑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며 부딪히는 엇갈린 감정들. 그것이 오해를 낳고, 그것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 대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데비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 점에서 열애는 야구의 시즌과 닮았다. 첫눈에 반해 불타오르는 감정은 희망으로 가득 찬 스프링캠프다. 캠프 중에는 희망과 기대가 섞인 소식만 전해진다. 그러다가 시즌이 시작되면 부상자가 나오거나 선수단 내부의 알력 등 잡음도 생긴다. 연애 과정에서도 이런 고난이 파도치듯 밀려온다. 그 파도를 뛰어넘은 팀이, 연인이 결실을 이룬다.


어쨌든 '어젯밤에 생긴 일'(About Last Night/1986년)을 보다가 느끼는 점은 롭 로우의 야구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소프트볼 경기에서 보여주는 수비는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다. 사실 로우는 어린 시절, LA에서 리틀야구 선수로 뛰었다. 포지션은 투수. 빠른 공을 던지는 그 지역에서는 나름 유명한 투수였다고 한다. 결국, 그 센스가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덧붙여서, 로우의 옆 지역에 라이벌과 같은 빠른 공 투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바로 영화 ‘메이저리그’의 와일드씽 찰리 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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