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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Mar 09. 2018

아이, 토냐

'분노의 주먹'을 이을만한 여성 전기영화. 통렬하게 담아낸다.

영화 - 아이, 토냐 中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고 로비, 세바스찬 스탠, 앨리슨 제니, 폴 월터 하우저, 줄리언 니콜슨이 출연하고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연출한 '아이, 토냐'를 보고 왔습니다.

우선 올해 3월은 정말 좋은영화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전 이 영화도 작품상 후보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미국 최초의 피겨 스케이팅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토냐 하딩'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여성 전기영화입니다.

자국 내에서도 온갖 스캔들을 몰고 다니며
문제의 중심에 놓여있던 인물이기도 한데,

얼핏 '영화를 통해 미화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쉬운데다 이미 '악녀'와 '트러블 메이커'라는 이미지가
뿌리 박혀 있는 인물을 그려낸다는 것은
사실 연출자나 프로듀서에게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입니다.

저에겐 마치 1980년대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인
스콜세즈의 최고 걸작이라고도 일컫는
'분노의 주먹(혹은 성난 황소)' 을 이을만한
또 하나의(여성)전기영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화이기에 설정자체도 당연하지만
실제 '분노의 주먹'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기도 하구요.

전기영화를 만들 때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일종의 모범삼아 가르쳐 주기라도 하듯 만든 작품같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형식적인 선택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오프닝에서 문구로 이미 '직설적인 실화'라고 표기하면서
'반박의 여지가 매우 많은' 이라고 명시하며 시작합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는 영화의 시작은
단순히 상황설명만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저절로 떠올리게도 하고,

각각의 인물을 따로따로 분리하며 보여주는
형식은 영화 그 자체로 한 인물에 대해
포박하고 규정하는 것에서 부터 거리감을 두기 위해
묘사하고 있는 것 처럼도 보입니다.

한 예로, 인터뷰에 나온 인물들은
명확한 사실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
모두 똑같은 말을 하지만,
서로의 상황과 생각이 다른 부분에서는
모두가 각기 다른 말을 합니다.

이러한 형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토냐 하딩'의 캐릭터를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게 합니다.
(저에게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은
'토냐 하딩'을 '~이러이러한 인물'이라고
일절 판단하지 않으려 하는게 느껴집니다.)

그 몫은 관객들에게 전부 돌리곤
영화에는 유보시키는 선택을 하게되지요.
(미화 혹은 동정이라고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영화이지만,
그 이전에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습니다.)

인물들이 카메라를 향해 직접 말을 거는 방식도
스콜세즈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생각하게 하는 연출입니다.

일종의 거리감을 두며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관찰하고 듣게 하려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겠지요.


이 영화 플롯에서 중요한 분기점은 3번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엄마와 함께 스케이팅 장을 처음 갔을때,
(4살때 처음 스케이팅을 밟는 부분이죠)
두 번째는 전 남편 '제프'를 만났을 때,
세 번째는 자신의 라이벌 '낸시'에게 벌어지는 어떤 사건이지요.

가장 중요하면서 길게 풀어내는
세 번째 분기점은 미국 전체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와도 연결지어 단순히 '토냐 하딩'의
문제만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가십과 결과로만 판단하는 언론의 행태,

'제프'와 '션'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권력'과 '폭력'을 어디에서 어떻게 행하는지에 대한 부분,

특히, 션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인터뷰 중 걸프전을 언급하며 말하는 부분은
사실상 '걸프전'과 '낸시'의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코멘트 합니다.
(그 이전, 레이건 사진이 커다랗게 나오는 것도 의미심장 하지요.
엄마 '라보나'를 묘사하는 방식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 안의 심판들과
빙상연맹에 관한 부분들을 통해
'토냐 하딩'이 원래 문제적 인물이라서
'인과응보' 당한 것이다, 라는 식의 지적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 최초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켰음에도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지 못한데에서
당시 빙상연맹과 함께 미국 분위기가
얼마나 보수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는지를 연결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결국, 자신의 색깔대로 표현하지 않고
빙상연맹과 심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건 사고 때문에 낙인찍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부분을
통렬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라이벌 '낸시'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음에도
은메달을 땄다라고 언급을 하지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앨리슨 제니'를 필두로 '세바스찬 스탠' '폴 워터 하우저' '줄리안 니콜슨'의
연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결국 '마고 로비'의 영화일 텐데
'마고 로비'의 연기를 보기 전까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들어갈만한 연기일까 라는
선입견을 가졌었지만

그 선입견을 어느 정도 깨주는
충분히 자격있는 연기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영화 보기 전까지 저는 '마고 로비' 대신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브루클린 프린스'가 들어갔으면 했습니다. ^^)

종반부 올림픽 중요한 스케이팅을 앞두고,
화장을 시퍼렇게 하며 긴장과 두려움, 울분이 같이 섞여,
그럼에도 눈과 입술은 당차게 지으려는 연기는
저에게 충분히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폭력을 당한 시퍼런 멍이 얼굴에 드리워도
눈빛은 또렷이 말은 당차게,
캐릭터 해석을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연기와 더불어 영화를 장악하고 있는
형식과 편집또한 상당히 좋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교차편집은
극 자체의 리듬감을 불어넣어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핵심으로까지 작동하고 있어 신뢰를 더욱 줍니다.

거기에, 트리플 악셀을 처음 성공 시킬때도
우아하거나 클래식한 음악을 집어넣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식대로 본인의 색깔대로 해야 하기에
스케이팅 할때도 3개 정도의 음악이 나오는데,

이는 '토냐 하딩'이 어떠한 인물인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중간에는 음악을 거세 시킴으로써
스케이팅 연기 자체로만
평가할수 있도록 연출을 짜고 있습니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도 저에게는 크게 다가옵니다.
영화의 제목이 왜 'I am Tonya'가 아니라
'I, Tonya' 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지요.

직역한다면 '나는 토냐입니다'가 아닌
'난, 토냐'라는 점은, 영화의 형식과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는 제목 센스로도 보입니다.

'1인칭 주어'와 '명사(이름)'를 분리 시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그 자체로 보여지게 하지요.

엔딩에서 '이게 진실이야'라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는 것이
그러한 의도를 다시 한 번 짚어주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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