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빔면 Aug 16. 2021

도요타는 하고 폭스바겐, 현대자동차는 하지 못한 것

알 리스,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읽고

25년 전에 출판된 마케팅 책이
의미가 있을까?



세상엔 수많은 마케팅 관련 서적들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듯 마케팅 서적도 끊임없이 세상에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25년 전에 출판된 마케팅 책이 의미가 있을까? 이미 시장에서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된 낡은 이론과 사례들이 진부하게 나열돼있는 건 아닐까? 마케팅은 항상 트렌디하고, 톡톡 튀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제목은 상당히 도발적인 느낌을 준다. 나아가 학계의 자만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목차를 보니 22가지 법칙이 있다. 영역의 법칙, 기억의 법칙, 독점의 법칙 등등 말 하나는 잘 짓는다고 생각했다. 1가지 법칙만 읽어보고 책을 덮으려 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평소 인식하고 있던 ‘마케팅의 기본’이 여기서 나온 거구나라는 생각에 22가지 법칙까지 다 읽어보게 되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알 리스, 잭 트라우트 저. 2008. 비즈니스맵) 이 처음 출판된 것은 1993년이다. 저자는 초판 발행 이후 마케팅 환경이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래되고 진부할 것이 분명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단 한 가지를 말한다. 마케팅’전략’의 중요성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전술’은 계속 변하지만, 좋은 마케팅’전략’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저자 알 리스는 마케팅전략 전문 기업인 리스 앤 리스(Ries&Ries)의 회장이다. 삼성전자가 그의 고객 중 하나이며,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그가 정신적 멘토라고 했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들을 위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 세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공동저자인 잭 트라우트는 전 세계 13개국에 지사를 가진 마케팅 전문 기업 트라우트 앤파트너스(Trout&Partners)의 사장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광고부에서 알 리스가 경영하는 광고대행사, 마케팅전략회사까지 30년에 가까운 경력을 갖고 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은 무려 25년 전에 출간되었음에도 일부 법칙들은 지금도 파격적인 주장처럼 다가온다. 그 이유는 우리가 가진 마케팅 상식, 통념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당시 주장으로는 훨씬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라인 확장의 법칙(The Law of Extension)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아이템이 특정 영역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이후 그 아이템의 브랜드는 다른 영역으로까지 발을 뻗치는 걸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 또는 라인 확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 운동화가 성공적이었다면 아디다스 향수를 내는 식이다.


 회사 내부에는 브랜드의 자산을 확장시키려는 거역하기 힘든 압력이 존재해 이런 라인 확장이 습관적으로 행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모든 소용이 되어주려 하다 보면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스테이크 소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A1 소스업체가 그 사례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쇠고기에서 닭고기로 옮겨가고 있으므로 A1 소스업체는 닭고기 소스 출시를 준비한다. 그리고 닭고기 소스에도 A1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A1이라는 훌륭한 스테이크 소스 제조업체가 닭고기 소스를 만들었다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A1’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명이 아닌 스테이크 소스 그 자체다. 식사를 하다가 “A1 좀 주시겠어요?” 하고 묻는데 “어떤 A1 말인가요?” 하고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광고예산만 1800만 달러를 들였는데도 불구하고 A1 닭고기 소스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폭스바겐이 선보인 소형차’비틀’은 미국 수입 자동차 시장의 67퍼센트를 차지하면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 성공에 힘입은 폭스바겐은 소형차 외에도 중형, 대형, SUV 등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을 팔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폭스바겐은 모든 모델에 ‘폭스바겐’이라는 같은 브랜드명을 그대로 붙여 사용했다. 하지만 꾸준히 팔려나간 차종은 오로지 조그만 ‘비틀’ 뿐이었다.


 반면에 도요타는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 때 ‘도요타’라는 기존 브랜드명 대신 ‘렉서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리고 렉서스를 도요타와 확실히 분리시켰다. 현재 도요타는 북미 고급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BMW, Audi와 같은 쟁쟁한 독일 브랜드들 사이에서 점유율 2위로 선전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출시를 준비할 때 이야기다. 현대자동차는 알 리스 측으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제의를 했다. 결론적으로 업무제휴가 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알 리스는 새로운 브랜드를 현대로부터 분리시키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현대라는 브랜드와 분리하지 않고 출시를 했다. (독자 브랜드로서의 라인업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현대차의 판매망이 190여 개국에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별도의 마케팅을 하는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출시 이후 7년이 지나고 나서야 별도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현대차의 색을 벗고 도요타의 렉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저자는 “분명한 사실은 어떤 영역이건 리더 브랜드는 라인 확장을 시도하지 않은 브랜드다”라고 말하면서 라인 확장이 효과가 없음을 못 박는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닌 ‘인식의 싸움’이라는 절대 전제에 충실한 책이다. 물론 세상에는 절대불변이라는 건 없다. 현재 법칙보다 더 좋은 법칙이 있다면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저자의 법칙이 유효해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좋은 마케팅’전략’은 바뀌지 않았고, 그 전략을 가진 기업들은 계속 살아남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런던 올림픽에는 있고, 글로벌기업 GM에는 없었던 이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