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비상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주했던 이 길을,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우리 집은 2층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는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비상계단을 올라야 한다. 가끔 청소 아주머니가 계실 때면 선명한 물대걸레 자국이 찍힌 계단을 조심스레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 얼굴도 들지 못하고 후다닥 도망가듯 올라가 버린다.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왜 저렇게 후다닥 올라가나. 하실까. 방금 닦은 곳을 어떻게 바로 밟을 수 있나. 하실까. 아니면 하도 많이 밟혀서, 또 그랬나 보다. 하실까. 어차피 밟힐 거, 더러워질 거, 왜 계속 닦고 있는 건지. 하실까.
2층에서 전세살이를 한 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저층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창이 나무로 가려져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고, 그것을 타고 들어오는 벌레가 많으며, 지하실과 가까워 난방을 땔 때면 방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세살이를 하면서 느낀 것은, 친절하지 못한 주인을 만나면 수리도 안 된 낡은 집에서 살아야 하고, 그로 인해 겨울에 고장 난 베란다 문을 닫지도 못한다는 것,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쫓겨나야 한다는 것, 그렇게 도망치듯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생활마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생각을 한다. 최근 부모님을 보면서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엄마는 몸이 아파져 좀처럼 밥을 먹지 못하시고, 아빠는 일을 거의 관둬 수입이 없으시다. 내가 서른 살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부모님도 노년을 바라보고 계시는 것이다. 가끔 주변에서 부모님을 잃은 분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한다. 돈 문제로 허덕이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한다. 솔직히 그때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일 비상계단을 오르고 있다. 11월 말에 다시 2층으로 이사를 간다. 서울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반전세, 사실상 월세로 간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보다는 지대가 높아서, 그리고 지하실이 없어서,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는 엄마의 말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비상계단을 계속 올라야 할 것 같다. 누군가는 온 집이 불타는, 비상 시에나 탈 곳을 말이다. 청소 아주머니와 저층 사람들과 함께. 몇몇 사람들의 훼방받는 전유물인 그곳을. 견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