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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Nov 06. 2022

무제

"일상의 판에 박힌 행동의 열쇠가 끊어지면서 마음이 그 줄을  다시 이어줄 고리를 찾으려 하나 헛 일이 되는 야릇한 상태, 그것이 부조리의 첫 징후이다."

-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살고 있었다. 삶을 습관적으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기계처럼 살았다. 요즘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2019년부터 직장을 구하고 만 3년을 달려오면서 나는 나를 잊고 살았다. 왜 살고 있는지, 왜 자살하지 않는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맥락이 없는 문장 속에서 빠진 단어를 찾지 못하는 글쓴이처럼 나는 방황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본다. 그것은 나를 둘러싼 세상을 향한 투정이었고 반항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저 그런 삶을 살기 싫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 시절의 나는 패기가 넘쳤다. 가장 철이 없었고 가장 담대했다. 나는 내 맘대로 삶을 그렸고 아무 대답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의미하게 삶을 살아가는 30대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반복되는 삶과 막연히 쌓이는 연차. 오르락 내리락하는 주식과 적금 이자에 일희일비하는 인간. 스무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내가 가장 싫어하던 군상 중 하나가 되었으니.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어딘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일을 통해 그 기분이 아주 정확했음을 느낀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퇴사하게 되면서. 안타깝게도 타의에 의해서.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렸던 마음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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