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집 #13
사라지는 것들은
항상 그랬다
아랫니가 빠진 구멍으로
윗니가 세월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마치 애타는 손을 내미는 것처럼 보였다
같이 있고 싶어서
헤어지기 아쉬워서
우리 둘 누울 자리를 갖고 싶었다
먼지 쌓인 공연한 자취방
몇 번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쉽다고 건넨 말들이
사랑니의 통증처럼 묵직했다
멀리 가지 못하는 나를 두고
퍽이나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언제나 그런 미안한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먹고 나누다 별안간
마음껏 울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살이 채워지지 않는다
---
2022년,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자취를 할 때.
마음 한 편에 텅 빈 곳,
이를 채워주려 손을 뻗는
모든 일, 모든 사람, 모든 삶.
그런 모든 것들에 격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