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편 #1] 격리 중 만난 현실 중국어
나는 중국어를 잘 못한다. 전형적으로 한국에서 중국어를 배워 읽기 & 쓰기는 그럭저럭 하지만 듣기 & 말하기는 젬병이다. 그래서 현지 적응을 잘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건강도 아니오, 집도 아니오, 무조건 중국어라고 생각했다.
자가격리 중 매일 중국어 단어를 외우려고 통번역 책을 들고 왔는데 비행기에 타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게 다 교재잖아!! 현실 중국어가 넘쳐나는데 왜 교재를 봐? 앞으로 공산품에 적힌 중국어는 꼭 살펴보고 버려야겠다. 三明治(샌드위치)도 얼마 만에 보는 단어야!
그런 의미에서 자가격리 중 만난 현실 중국어 표현 몇 가지를 정리해볼까 한다.
1. 好滴(hăo dī)
2. 温馨(wēnxīn)
3. 应急(yìngjí)
4. 汇报(huìbào)
5. 实在不行(shízài bùxíng)
1. 好滴(hăo dī)
“나 드디어 중국 왔어!!”라고 중국 친구에게 연락했다가 친구가 알려준 표현.
갑자기 친구가 말한다.
“젊은 사람한테 이 표정은 보내지 마(你不要对年轻人发这个表情).”
응? 난 평소에 이 표정 잘 썼는데. 위챗에 가장 첫 번째로 뜨는 이모티콘인데?
“우리는 이 표정 안 좋아해. 이 표정은 가짜 웃음을 나타내. 기분 안 좋고 좀 이상한 느낌이야.”
我们不喜欢这个表情。这个表情代表着假笑,不高兴、阴阳怪气。
“응(哦), 응(嗯)도 안 좋아해. 젊은 사람들이랑 교류할 때는 이런 거 보내지 마. 응(哦)은 정말 예의 없어. 절대 응(哦)이라고 하면 안 돼.”
还有‘哦’,‘嗯’这种也不喜欢。所以你跟年轻人打交道不要发这些。‘哦’很不礼貌。千万不要说‘哦’。
*哦(ò): 아! 오!(납득·이해·동의를 나타내므로 여기서는 ‘응’으로 번역)
*嗯(èng): 응, 그래, 네(허락이나 대답을 나타냄)
아 그렇구나. 저어언혀 몰랐다. 지금까지 난 매우 예의 없는 사람이었구나.
“사람들이랑 말할 때 너가 나이스하고 친절해 보이고 싶으면 응(哦)은 그래(好的) 말고 그래~(好的~)랑 그랭(好滴)으로, 응(嗯)은 응응(嗯嗯)으로 바꿔 쓰면 돼.”
和同事说话的时候,如果想表达你很nice and kind, 哦你就代替为:好的~(not好的)、好滴,嗯代替为:嗯嗯。
*好的(hǎo de): 좋아, 좋아요(응대하는 말로서 여기서는 ‘그래’라고 번역)
*好滴(hăo dī): 오키, 넹(여기서는 귀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랭’으로 번역)
“그냥 그래(好的)라고만 하면 예의 없는 거야?”
“그래(好的)는 너무 차가워 보여. 물결표 하나를 더 넣으면 훨씬 귀엽고 나이스해 보이지.”
好的显得很cold。加一个波浪线显得很cute很nice。
와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설명이었다...! 중국 친구들이 ‘그랭(好滴)’이라고 쓰는 건 꽤 봤는데 ‘알겠습니당’, ‘좋습니당’처럼 귀여운 말투인 줄 알고 안 썼는데, 오히려 이렇게 써야 됐던 거다.
기억하자.
嗯은 嗯嗯
哦는 好的~, 好滴로
그리고 이 표정에서 가짜 웃음이 느껴진다면 성공이다.
그럼 상세한 뉘앙스를 알려준 친구에게 감사하며, 好滴~
(+) 내가 좋아하는 중국어 채널 쓰중알 어기조사 편에도 好滴 관련 설명이 있어 조금 더 추가해본다.
的: 예의와 격식을 갖추는 느낌을 주며, 매우 중립(中立 zhōnglì)적임
好的(de):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불분명함
好滴(dī ): 好的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하고 싶은(乐意 lèyì) 느낌
哒(dā): 상대방을 칭찬(称赞 chēngzàn)할 때 사용 가능
滴와 哒는 남자가 오프라인에서 쓰기에는 너무 귀여운 느낌. 그럴 때는 쿨하고 시원한 느낌(爽快大方(shuǎngkuai dàfang)의 嘞(lei) 사용. 털털한 여자(女汉子 nǚhànzi)도 사용 가능
吧(ba): 동의하지만 살짝 부정적인 어감. 好, 可以, 行 뒤에 사용하면 마지못해(勉强 miǎnqiǎng) 동의하는 느낌
哈(hā): 완곡한(委婉 wěiwǎn) 긍정(肯定 kěndìng ). 상냥하고 공감(随声附和 suíshēng fùhè)하는 느낌. 놀람을 나타내는 감탄사로도 사용
2. 温馨(wēnxīn)
내가 이번에 처음 접한 단어이자 자가격리 기간 중 자주 접한 단어다.
1) 첫 번째 대면: 생활 수칙 안내문
자가격리 첫날, 안내문을 보고 충격받았다. 아니, 제목도 모르다니. 심지어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겠어...
찾아보니 温馨(wēnxīn)은 ‘온화하고 향기롭다, 따스하다’란 뜻이고, 馨(xīn)은 ‘(먼 곳까지 퍼지는) 향기’란 뜻.
흠, 영어로는 ‘gently’라는 뜻으로 보면 되겠구나.
그럼 温馨提醒은 ‘gently notify, gently note’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그냥 ‘提醒’이라고만 쓰면 ‘주의 환기(reminder)’로 끝나니 좀 더 공손하고 조심스러운 뉘앙스를 포함한 표현이구나. 재밌네.
2) 두 번째 대면: 화장실
이 친구를 다시 만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열심히 화장실 청소하다가 똭!
温馨提示(wēnxīn tíshì)도 비슷한 의미네. 提示(tíshì)가 알림, 도움말이니까. 네이버 오픈사전에 보니 지하철 표지판, 아파트 관리비 용지 등에서 ‘알립니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고.
3) 세 번째 대면: 메이투완 와이마이
배달 앱을 다운 받고 언제나처럼 무심코 ‘同意并使用(동의 및 사용)’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와, 앱 안내문에도 温馨提示라고 쓰는구나. 이렇게 자주 쓰는 단어였는데 처음 봤네. 한국에 있으면 절대 접하지 못했을 단어를 알게 됐다. 또 어디서 만나게 될까.
3. 应急(yìngjí)
자가격리 첫날밤 직원분이 보내준 위챗 메시지에서 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房间有泡面,先应急一下(방에 라면이 있으니 급한 대로 드세요)”란 뜻이란 건 글자 자체에서 유추 가능. 하지만 나중에 내가 써먹어야 되니까 사전 찾아봐야지~
직원분도 应急 이 단어 하나만 쓰고 ‘먹다’라는 단어를 생략했으니 이 표현은 여러 동사를 대체해서 다양한 상황에 쓸 수 있겠다.
4. 汇报(huìbào)
중국 방송국 CCTV 채널에서 드라마 《创业年代(창업시대)》를 보다가 눈에 띈 단어. 정말 많이 쓰는 단어인데 중국어를 안 쓰다 보니 잊고 있었네.
한국말로 ‘보고하겠습니다’는 ‘报告(bàogào)’가 아니라 ‘汇报(huìbào)’를 많이 쓰더라. 报告는 项目报告(프로젝트 보고) 같은 단어에 쓰고, 汇报는 ‘请汇报一下’처럼 윗사람한테 보고하는 행위 자체로 더 많이 쓰는 느낌?
중국 사이트에도 두 단어 차이에 대한 질문글이 있는데, 읽어봐도 뭐가 다른지 정확하게 감은 안 온다.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 지켜봐야지...라고 글을 쓰는데 무심코 틀어놓은 TV에서 또 이 단어가 나온다!! 우와!
발표자가 PPT 발표를 마치고 나서 “我的方案汇报了”라고 말한다. 동사로 더 많이 쓰는 느낌.
“他说的不错”란 표현도 나오는데 他说得不错가 아닌가? 지난번에도 중국인 분이 说的不错라고 ‘的’를 쓰던데 이건 찾아봐야지.
“他比我可靠”란 표현도 기억해둬야겠다. 可靠(kěkào)는 ‘믿음직하다’란 의미로 정말 자주 출현할 듯. 靠谱(kàopǔ)도 ‘믿을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다’란 의미로 “你真靠谱”처럼 쓴다는데 같이 기억해둬야지.
5. 实在不行(shízài bùxíng)
식비를 위챗페이로 먼저 내라는데 결제 인증이 안된다고 하니 직원분이 보내준 메시지.
‘정 안되면’이라는 뜻. 最好와 같이 많이 쓰겠네. 기억기억.
확실히 현지에 오니 자연스럽게 중국어 표현을 익히게 된다. 한국에서는 머릿속에 욱여넣었는데 말이지. 앞으로 만날 표현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