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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uafria Jan 09. 2019

또르띠야(Tortilla) 이야기

멕시코 음식문화

© helloimnik, 출처 Unsplash

1995년 겨울 대학생이던 난 태어나 처음으로 이방인이 되었다.  그 해 제대해서 2학기에 복학한 후 삼 년의 간극을 메우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끙끙대고 있었고 이를  딱히 여긴 큰 형수의 배려로  비행기 티켓을 구해서 그 해 겨울방학 스페인어 현지 어학연수라는 핑계로 시간 강사 홍선배를 가이드 삼아 멕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는 국적기 직항이 없던 시절이라 JAL을 타고 일본과 캐나다를 경유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리바리한 복학생에서 먼 아시아에서 온 동양 이방인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나의 삶은 여러 면에서 그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콜럼버스가 라틴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인도라고 여긴 것과 달리 스페인어를 전공한답시고 나는 내가 가는 곳의 언어와 인종과 해당 국가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부했지만 현지에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은 당시 나의 인식 범주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먹거리이다. 멕시코인들은 주식이 쌀이 아니고 옥수수이다. 주로 삶은 강냉이로 먹는 우리와 달리 옥수수를 가루로 만들고 다양한 요리를 창조하는 기본 재료로 사용하고 다양한 소스(salsa)로 맛을 더한다.

익히 들어본 적 있을 법한 마야와 아즈텍 문명의 근간에도 풍족한 식량자원인 옥수수가 있었고 현지에서 7모작이 가능한 옥수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마야인은 신이 옥수수로 인간을 빚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라니 옥수수는 멕시코의 음식 문화의 뼈대이다.


옥수숫가루를 반죽해 전병처럼 넓게 만든 것이 바로 또르띠야(tortilla)다.

영어식 발음이라면 토르티야라고 쓰겠지만 현지인들은 또르띠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르띠야를 구워서 밥처럼 다양한 음식과 곁들여 먹는 것이 멕시코의 따꼬(tacos) 요리의 문화이다. 대한민국의 거리와 골목에 김떡순(김밥, 떡볶이, 순대) 가게가 흔히 볼 수 있다면 멕시코의 거리 또는 시장(tianguis)에는 따꼬 가게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차고 넘친다. 길거리 매대에서 구운 또르띠야에 취향에 따라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과 야채 그리고 환상적인 소스인 푸른 빛 살사 베르데(guacamole)나 붉은 색의 살사 로하를 얹어서 한 끼 해결하던 재미가 아직 기억에 선명하다. 멕시코 사람은 따꼬를 먹으며 또르띠야를 접시라고 생각하고 그 위에 오른 음식은 물론 접시까지 먹는다고 표현한다.

또르띠야 위에는 보통은 고기와 더불어 다진 양파와 토마토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향신료 실란뜨로(cilantro:고수)가 올라간다. 중국에선 샹차이(香菜,향채)라고 부르는 바로 그 야채이다. 그 위에 뿌려지는 라임과 미묘한 맛의 혼합이 무엇인지 모르고 거리에서 처음 따꼬를 먹었는데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중국 출장에서 현지 요리에 들어간 상차이를 처음 먹었을 때 그 향은 멕시코에서 먹던 따꼬를 상기시켰다. 실란뜨로는 지구적 향신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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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꼬 알 빠스똘(taco al pastor)은 돼지고기를 겹겹이 기둥처럼 쌓아서 돌려 구우면서 조금씩 잘라서 또르띠야에 올려 먹는 따꼬 요리이다. 보통 제일 위에는 파인애플 조각을 얹어준다.

고기를 꼬챙이에 층층이 쌓아 굽는 스타일은 원래 멕시코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고 레바논 이민자들이 들여온 방식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따고 알 빠스톨은 이슬람과 라틴 아메리카 문화의 조우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알 빠스톨은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의 또르띠야에 담겨 나온다. 학생으로 넉넉지 않던 당시의 주머니 사정에도 든든한 한 끼가 되어준 따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멕시코의 맛이다. 그리고 따꼬와 곁들여 먹는 라임향 꼬로나(corona) 맛이란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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