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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balCityRnD Jul 21. 2022

포스트 모던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

     뉴욕 타임스는 2015년 세계에서 방문할 만한 장소 상위 52개 중의 하나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Dongdaemun Design Plaza)를 선정했다.  서울에 소재한 건축물이 글로벌 도시의 유명 방문지 중의 하나로 뽑힌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뉴욕, 런던, 두바이 등 글로벌 도시 중심부에는 초고층 건물의 형상과 스카이라인이 사각형보다는 흔히 첨탑, 삼각형, 다층의 지붕 모양 형태의 건물로 세워져 있으며 건물의 외벽은 밋밋한 맨 벽보 다는 커다란 장식이 설치되어 있거나 상징적이며, 사각형 형태를 재 형상화한  해체주의적인 모습을 갖는 건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DDP는 세계적인 명성을 갖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세계 최대의 사각형이 아닌 건축물이다.  동대문 지역 중심에 위치한 DDP는 디자인 관련 쇼와 콘퍼런스, 전시, 이벤트와 모임을 위한 핵심 장소로 사용되며, 한국 디자인 산업의 가장 새롭고,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DDP가 들어선 이후 그 주변 동대문 봉제산업에 기반한 의류산업 지구의 무질서하고, 고단한 풍경과는 완연히 다른 이국적이고, 세련되며,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극하는 공간이 조성되었다. 

     ‘자하 하디드가 렘 쿨하스(Koolhaas), 렌조 피아노(Piano), 노만 포스터(Foster) 등과 함께 20세기 후반 최고의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하 하디드'의 DDP가 서울의 어버니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인가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거의 없다. 

     DDP는 서울이 관성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모더니즘 스타일의 도시 이미지에서 단절해 ‘포스트 모던’ 도시 이미지로 변모해가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 인가? 아니면 우주선이 착륙한 것 같은 특이한 외관을 갖는 이벤트성 건축물에 그칠 것인가? 


     DDP는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태그 되고,  페이스 북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있는 톱 5 장소 중의 하나이며, SBS 드라마 “별나라에서 온 당신”과 같은  영화 촬영 장소로도 종종 사용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건축물 형태의 특이성과 그 주변의 도시공간과 확연히 다른 체험을 선사하는 공간적 환상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보아오던 건축물의 사각형 형상과는 다른 비정형의 건축물이 서울의 한 복판, 가장 분주한 거리 중의 하나인 동대문에 자리 잡아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때문이다. 



     DDP는 2009년 건설이 시작되었고, 2014년 3월 21일에 준공되었다. 교통 네트워크로는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 지하철 2,4,5호선과 연결되어, 서울의 동서, 남북 어디서든지 대중교통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양호한 접근성이 보장된 장소이다.


     동대문 역사 문화공원은 다운타운 서울에서 가장 최근에 조성된 새로운 공원이지만 기존의 공원과는 개념이 확연이 구분되는 공간이다. 공원은 이음매 없이 DDP 지붕 위로 확장되어 사람이 자연적인 지형 위로 완만하게 걸어 오르고, 내리는 것처럼 지붕 위로 걸을 수 있는, 개성이 넘치는 공원이다. 또한 DDP는 서울에서 힘이 넘치면서도 정교한 곡선 형태를 갖춘 도시개발의  중요한 랜드마크이며 신미래주의적 스타일의 디자인이면서, 주변의 분주하고 혼잡스러운 도시형태와 차별되는 새로운 질서를 드러내며, 미학적 세련미로 동대문 지구의 중심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건물이 되었다.



공원의 부지는 조선시대 한때 군사훈련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1925년 일왕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체육 스타디엄으로 세워져 2007년 철거 시까지 다양한 국가적 스포츠와 축하 이벤트가 이곳에서 열렸다. 모더니즘 건축물을 상징하던 동대문 스타디움에서 ‘자하 하디드’의 DDP와 주변을 둘러싼 패션디자인 지구가 앙상블을 이루면서 주변의 동대문지구와 차별되는 전혀 새로운 풍경과 체험을 선사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공간으로 변모했다.


자본주의 산업화가 19세기 도시를 변형시켰을 때, 사람들은 기술, 민주주의, 건축, 소비주의, 도시생활의 집합체인 모더니즘을 말하기 시작했다. 모더니즘은 20세기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기간에 건축가와 계획가들이 주도한 운동을 통해 그 유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르 꼬르뷔제가 주도한 근대 국제주의 건축가 운동(CIAM)은 그 대표적인 모더니즘 운동이었다.  모더니즘의 정신을 구현한 어버니즘은 도시를 기능적으로 나누는 용도지역제(조닝)와 교통 회랑을 강조했으며, ‘공원 속의 타워’ 같은 오픈 스페이스에 의해 둘러싸인 초고층 건물을 선호하는 도시계획 원칙을 새로운 토지이용 원리로 제시했다. 


도시구조 차원에서 모더니즘은 도시구조를 동질적인 구획 단위로 묶어, 기능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데 용도지역제를 사용한다.  도시 중심에는 위계가 높아 강한 지배력을 갖는  상업 중심지가 배치되며,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지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공간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모더니즘 도시계획은 전체적으로 질서 있는 계획된 도시를 추구하며,  공간은 사회적 목적에 기여하도록 형태를 만든다.


모더니즘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사이에 서구 사회에서 폭넓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진행된 모더니스트 운동이다. 모더니즘은 전통적인 형태의 예술, 건축, 종교, 사회조직이 점차 시대에 낙후되었다고 느끼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일어난 운동이었다. 모더니즘은 계몽주의 사상을 배척했으며, 전지전능한 창조주 신의 존재를 배척했다.  또한 모더니즘은 금세기 전환기 들어 빠르게 변하는 기술 주도, 문화 심리적으로는 예술가들이  1차 세계대전의 공포스러운 결과로 상처를 받고 정신적으로 마비되는 것을 극복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다. 모더니즘은 의도적으로 전통과 단절하고자 한다. 기성의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대량 생산체제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모더니즘은 리얼리즘에 구현된 보수적인 가치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에 반해 포스트 모더니즘은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에 법, 문화, 종교뿐만 아니라 문학, 드라마, 건축, 영화,  저널리즘, 디자인 분야에서 새로운 설명을 하려는 시도이다. 실제로 포스트 모더니즘은 인문학에서는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서 이해되며,  종종 차이, 다원성, 텍스트성, 회의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건축과 도시계획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는  찰스 젱크스에 의해 1970년대 현대건축을 비평하면서 소개되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모더니스트의 기하학적이며 사각형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붙이는 부착물을 폐기하고 그것을 외벽의 장식에 사용하며 물 흐르는 듯한 디자인으로 대체했다. 포스트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축은  장난기 있으며, 아이로닉 하고, 과거의 역사와 유산을 이용하는 절충적 ‘꼴라쥬’를 즐겨 사용한다. 그리고 대중적 이라기보다는 전문적 취향의 소비자가 만든 틈새시장을 위해 생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각국의 도시지역이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도시구조가 다소 혼란스럽지만 결절 구조를 특징으로 하며, 도시가로의 경관이 매우 서사적인 이미지를 조성하곤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이테크 기술을 이용한 회랑을 즐겨 사용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도시계획은 사회적 목적보다 미학적 가치를 위해 디자인된 공간적 분절을 선호하며, 후기 교외지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포스트 모더니즘 산업은 서비스 부문에 기반해 있으며,  틈새시장을 노린 유연한 생산을 추구하며, 글로벌화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텔레커뮤니케이션 발전에 기반한 소비 지향적이다. 유럽 같은 도시에서는 인종적 다양성을 담는 혼합적 기능분류가 인종적으로 동질화된 단조로운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데 이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도시의 특징이다.


잘 지은 건축물은 도시를 변화시킨다. 서울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새롭게 세워진 건물들은 새로운 거리 풍경과 거리환경을 만들어 낸다. 새 건물을 짓는데 만 열중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변화라는 특성을 살리고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설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DDP는 독창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의 건축물임에도, 한편으로 동대문 구장에 대해 추억을 갖고 있는 세대들로부터는 낭만적인 과거 장소성을 복원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단지 그 기형적인 형상 때문에 눈길을 끄는 일회성 메가 건축물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각에 있다.


하지만 동대문 패션지구는 DDP가 세워진 이후 1일 이용객이 150만 명에 이르고, 연중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서울의 ‘핫’한 장소로 변모했다.  서울은 더 이상 단일 중심의 모더니즘 도시구조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대도시로의 과도한 집중이 이루어지고, 도심에 고층의 오피스 건물이 도심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섰으며, 강남도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었다. 청량리, 미아리, 영등포, 천호, 영동 등의 부도심이 형성되었고, 부천, 의정부, 성남, 안양, 반월, 안양, 광명 등이 서울의 위성도시로 모습을 갖추었다.  서울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요구, 권역 간 격차 심화, 서울대도시권으로의 광역화, 대도시권 간 경쟁 심화 등의 복잡한 이슈를 안고 있는 인구 1 천만 명에 이르는 글로벌 도시이다.  서울 2030 도시계획에 따르면 서울은 3 도심 7 광역중심 12 지역중심으로 이미 다층화, 분절화되어 있는 도시공간 구조로써 포스트 모더니즘 어버니즘 양상을 띠고 있다. ‘자하 하디드’의 DDP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20-30층 높이의 현대적인 ‘박스’ 형상의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이 들어서서 동대문 패션지구를 더욱 답답하고, 매력이 없는 평범한 지역으로 전락시켰 을 것이다. 이런  도시구조의 맥락에서 DDP가 연출하는 환상성은 21세기 서울이 보다 포스트 모더니즘 도시로 변모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21세기 서울의  한강변은 캐나다 밴쿠버 수변 레크리에이션 부지, 강남은 뉴욕 맨해튼,  강북 도심은 오래된 런던의  리젠시 지구처럼 역사를 보존하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공간적 분절성과 스펙터클한 가로 이미지,  보행자를 위한 수준 높은 공공공간을 갖춘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하 하디드’의  DDP는 ‘포스트 모던’ 서울을 만드는 영감의 원천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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