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성 뇌손상으로 재활 중인 남편 보호하기

보호자이자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하루 기록

by 희능이

남편은 작년 12월 초 뒤로 넘어지면서 뇌에 손상을 입었다.

(이제 이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계속 그날의 새벽에 머무르곤 한다. )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재활치료 중인데

지금은 집에서 통원치료 중이다.

내가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남편이 서서히 좋아지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서이다.

갑작스럽게 보호자이자 가장이 된 나에게 조금 더 이 시간이 빨리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글을 써서 현재의 남편 상태보다 점점 좋아지는 오빠를 보면서 나의 정신건강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남편이 갑자기 회사에 가겠다고 한다.

와이셔츠를 꺼내 입는다.

점심약도 챙긴다. 회사 가서 먹어야 한다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는데 왜 가야 하는지 잘 모른다.

막상 오면 치료 잘 받을 거면서..

나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하면서 멀리 도망갈 거라고 한다.


하지만 뚜렷이 좋아진 점도 있다.

요즘 알약(아침 알약 무려 9알)을 너무 잘 먹고,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하며 자기 스스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

잘 걷고(어떨 때는 뛰려고 하기도 한다), 간간이 첫째와 사진 찍을 때 웃기도 한다.


처음에는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나를 알아봐 줘서 고맙다.

밥을 먹어줘서 고맙다.

잘 자줘서 고맙다.

휠체어 안 타고 걸어줘서 고맙다.

그랬었는데..

점점 내가 바라는 게 많은가 보다.

가끔 소변 때문에 축축해진 상태로 침대에서 안 일어나려고 힘주는 오빠를 볼 때면

나도 허리가 아프다며 짜증도 내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 옆에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야지..

이렇게 얼굴만 봐도 좋은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겠다 오늘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