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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Apr 23. 2024

필수적인 감정

기대를 하면 따라오는 것.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감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사이코패스처럼 감정을 못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감정도 잘 모르는 게 아닌데. 일상을 지내며 주변인들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이제는 쉽게 제어하고 케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즐거움, 기대감, 서운함, 불안감, 실망감, 행복, 사랑 등 이 중에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정은 잘 아껴두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정은 9초 안에 머릿속에서 털어내자는 주의이다. 말이 쉽지 생각보다 어려운 이 자세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 난 다이어리를 매일 쓰며 글로 털어내고 있다.

사소한 것에 서운해하지 말고, 그걸 감정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는가


최근 들어 20년 가까이 되는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다가 친구의 연애소식에 불을 켜고 달려들며 조언을 해주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 친구의 연애는 응원하지만, 아니다 싶은 사람과의 연애는 뜯어말리고 싶은 우리네 마음을 토해냈다. 오랜만의 연애 소식을 전한 그 친구는 서운함과 속상함을 내비치었다. 자신이 원했던 친구들의 반응은 이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이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아끼는 20년 지기 친구가 맞춰가기 어려운 성향을 가진 사람과 연애한다면 뜯어말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고 아직은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 이 연애를 아껴주고 조금 더 오래 지켜봐 주며 응원해 주길 바랐을 것이다.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결국 한 명의 다른 친구가 말했다. "우리가 널 아껴주는 친구이기에 이런 반응에 서운해할 필요가 없지". 결국 그 친구는 눈물을 보였다.


우리는 어떨 때 서운함을 느낄까? 그 친구는 친구들이 자신의 연애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지 않아서?

우린 생각보다 주변인들에게 쉽게 자신이 원하는 반응을 기대한다. 그리고선 본인의 기준에 맞춰지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서운하다는 말을 내뱉는다. 왜 그러길 바라는 걸까? 그 사람이 나도 아니고, 모든 인간들은 다 다른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데. 그러나 사실 사회는 모두가 함께 사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아는 사람, 아는 지인, 회사 동료, 가족 등 어느 관계에 묶여있거나 소속되어 있는 사회가 있다면 그 기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가 그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 필요하다는 기준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있으니, 너 또한 나에게 기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를 존중해 주면 안 되냐고. 정말 사소한 것에 기대하고 서운해하며 그걸 감정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봐주며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아닌, 내가 귀찮으니 너 또한 나를 내버려 두길 바라는 방임과 회피의 자세를 말한다. 상대가 나에게 바라는 게 없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일 수 있고,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관계를 맺기 위해서 그 어느 정도까지도 감수하기 싫다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고 그 사람이 나와 맞춰나가길 바라다 서운한 감정이 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내가 스스로를 너무 옭아매고 불편하게 만들 만큼의 서운함을 쉽게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기에, 서로 다른 세상의 기준을 들고 온 것이기에 조금 더 기다려주고 서운함을 가지는 그 기준을 맞춰나가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서운하다는 감정은 그만큼 나와 그 사람을 잘 알고, 그 정도 기대를 가질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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