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아니면 빌런
마치 내가 영웅인 것처럼, 내가 주인공인 세상에 살고 있다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일은 소설처럼 느껴진다.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에서 7월의 인사이동 시즌과 관련된 사연들을 듣게 되었다. 오늘 인사발령이 발표되는 날이다, 부서에 빌런이 있어 옮기고 싶다, 내가 빌런이 안되길 바란다 등 다양한 사연들이 쏟아졌다. 라디오 DJ는 사연들을 말하며 이런 얘길 했다. '세상 어느 곳에 가든 악당은 있기 마련, 그 세상에서 내가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된다면 스스로 더 단단해지고 성장해지지 않을까요?'
며칠 전 점을 보러 대구에 다녀왔다. 올해 이사 계획이 있는데 정말 옮기는 게 좋을지, 지역이동은 있는지 등 궁금한 부분을 속 시원하게 듣고 싶었다. 점사님께 질문을 하면 그분은 환영으로 어딜 다녀오시는지 눈을 한참 동안 감았다가 보이는 것을 얘기해 주셨다. 요새 들어 급속도로 안 좋아진 건강으로 인해 걱정이 돼서 올해 건강 얘기를 꺼내보았다. 무릎통증부터 장염, 저혈당 쇼크, 피로 등 저질체력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 말없이 점을 보시던 점사님은 '약간 얼굴이 퉁퉁한데? 통통한 건가? 퉁퉁하고 못생긴 여자분?'이란 말씀을 던지시며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새로 옮긴 일터에서 이번 한 해 동안 같이 일을 하게 된 분이 계시는데 딱 그분을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올해 남긴 글 중에서도 이미 그 분과의 일화가 있었다. 점사님은 '그 사람이 제일 스트레스구나'하시면서 나를 안쓰럽게 보셨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걸 잠깐 잊고 있었나 보다.
생각해 보면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모든 곳엔 나를 도와주는 착한 사람, 나와 함께 걸어가 주는 친한 친구들이나 동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악당들이 있기 마련이다. 올해 내 소설이나 드라마에선 점사님이 말씀하신 그분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이고, 난 주변 동료들과 함께 이 악당을 물리치며 더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스토리를 차곡차곡 써 나아가는 게 곧 나의 삶이기에 작든 크든 여러 일들을 겪으며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