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교보문고 개발자 매거진『리드잇zine』4호 中
함께 일하는 MD가 스무명이 넘지만 사실 MD는 함께보다는 혼자가 조금 더 익숙한 직업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전날 판매된 책들을 살피고 새로 등록된 책들 가운데 독자들에게 추천할 책을 찾는다. 주문이 들어온 책들은 바로 발송할 수 있게 재고를 챙기고, 독자들이 새로운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다. 구매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색다른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 출판사와 책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여러 요청사항을 처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글 쓰고, SNS를 운영하고, 종종 강의도 하는 등 독자들과 서점 밖에서 만나는 일도 늘어났다. 이 모든 게 혼자 하는 일인데 사실 엄격히 말해서 정말 혼자하는 일은 아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을 열거하자면 출판사에는 영업 담당자와 편집자, 마케터, 출고담당자가 있고 회사에는 동료 MD들,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구매팀 PM, 물류센터 담당자, 고객센터 담당자, 광고 담당자, 정산 담당자 등이 있다. 바깥으로는 사은품 제작을 위한 외부 거래처와 제휴 채널 담당자 등도 있고 MD라는 일의 시작과 끝인 독자도 있다. 안팎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을 세어보니 약 60~70명 정도가 되는데 그러고보면 일이라는 것은 관계의 연속이고, 사람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격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얼굴 본 지 꽤 오래된 팀원들도 생겨났다. 자리 배치를 고려하여 한자리씩 비우고 출근하도록 재택근무 스케줄링을 했기 때문에 내근 중인 직원들 간에도 얼굴 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어느날 모니터에 얼굴을 파묻고 집중의 시간을 보낸 후 고개를 들었는데… 팀원들이 자리에 없다. 썰렁했다. 조직이란 무릇 북적북적대고 사무실은 가득 차야 하는 것 아닌가. ‘함께’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어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DT인류인 우리에게는 줌도 있고, 게더타운도 있고, ZEP도 있다. (사실, 네이트온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ㅎ)
우리 팀은 함께 잘 해내고 있는걸까?
함께 일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하루 8시간 혹은 그 이상을 보내는 회사. 팀이라는 조직과 팀원이라 불리는 동료들. 한때 즐거운 직장 만들기가 중요한 목표였던 적이 있다. 어색한 팀원들끼리 점심 조를 만들어 ‘친해지길 바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팀장-팀원 간 정기 티타임을 하기도 했다. 억지로 하는 건 재미없다는 진리. 그런데 그마저도 살짝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요즘 팀원들을 만나면 그리 표정이 밝지 않은 건 내 생각이지만 다들 재미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회사 생활에서 갑자기 재미를 운운하다니, 언제 회사가 재밌었던 적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번 4호에서는 사람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만나는 횟수가 줄고 물리적 거리감이 심리적 거리감으로 전이되면 큰일이니까. 팬데믹 3년차인 지금,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서로의 소중함과 함께 일하기의 즐거움에 대하여 생각해야만 한다. 이해와 존중, 배려와 태도.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하는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지,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묻고 싶었다. 이번 4호 ‘함께 일한다는 것’에 수록된 17편의 글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감이 넘치는 멋진 글을 기고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 글은 개발자를 위한 격월간 매거진『리드잇zine』4호 (2022년 3월 발행)에 실린 editor's letter 글입니다.
『리드잇zine』(리드잇진)은 종이잡지로 발행 후, 재고 소진 후 전자책으로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종이책 버전 4호(https://bit.ly/3Mf747o)가 배포되고 있으며, 1호~3호(https://bit.ly/3FzJJve)는 인터넷교보문고 ebook으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리드잇zine 5호 원고 모집 안내 (https://bit.ly/3uJHoK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