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출발해볼까?
어느새 매거진을 발행한 지 1년. 격월로 발행하기로 했던 독자와의 약속, 그리고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조금(?) 어기고 있는 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6호의 발행이 늦어졌는데 내년에는 꼭 격월 발행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보며 이번 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당초 <readITzine> 6호의 주제는 ‘이직에 대하여’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이동에 대하여’가 되었다. 판교에는 웃으면서 넘어갔다가 울면서 돌아온다는 ‘이직의 다리’도 있다고 하고, 각종 커리어 플랫폼들에는 이직에 대한 질문과 고민들이 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요즘이니까. 그래서 직장인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직으로 주제를 한정하기에는 이야기가 한쪽으로 쏠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직이 일하는 공간의 물리적이고, 수평적 전환이라면 또 다른 형태(예를 들면 상하 방향의 이동)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특정 행위를 넘어서는 우리들의 다양한 ‘이동’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의 범주에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겠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개발자에서 관리자로. 팀원에서 팀장으로, 정체에서 성장으로, 사무실에서 집으로. 집에서 사무실로, 지식 소비자에서 지식 공급자로.
물리학에서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면 주체인 나의 ‘질량’, 즉 내 안에 포함되어 있는 내재 가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질량이 커질수록 움직이는 힘이 커진다. 또 다른 변수인 ‘속도’는 목표가 뚜렷할 때 빨라진다. 두리번거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한 걸음 내딛기 위한 용기.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방향을 바로잡는 일,
그리로 나아가기 위한 재료들을 모으는 일,
그리고 그쪽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일.
고여있는 물은 흐르지 않아 부패하고 주변에 나쁜 영향을 준다. 한때는 흐르는 물이었을 것이다. 고여있지 않도록 길을 내주자. 다시 흘러갈 수 있게, 더 큰 물줄기가 될 수 있게.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어떻게 하면 끌려가지 않고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방향과 속도, 그리고 질량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다. 이력(履歷). 밟고 지나온 나의 발자국. 오늘도 수많은 이력서에 이동의 기록들이 쓰이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력서에는 아직 빈 공간이 많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연필을 잡고 어떤 이력을 써 내려갈지 그려보는 것이다.
자, 출발해 볼까?
유한태 | 교보문고 컴퓨터/IT분야 MD
첫 직장에서 16년째 일하는 중이다.
※이 글은 교보문고에서 발행하는 개발자 매거진 <readITzine> 6호 editor's letter 입니다. 본 호는 11월 말-12월 초 발행되어 인터넷교보문고에서 컴퓨터 분야 도서 구매 시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