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딱 다섯 권만 남길 수 있다면-
인스타그램 피드를 죽 내리다가 기획회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발견했다. 안그래도 올 해는 맘잡고 글을 좀 써봐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였다. 얼마 뒤 서평단으로 첫 활동을 시작할 책이 도착했다.
599호. 우리가 사랑한 책
고백하자면 나는 천생 책쟁이라 책이라는 글자만 보면 사실 조금 떨린다. 아니, 설렌다고 하는 게 맞다. 교보문고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전에 대학 도서관에서, 책 대여점에서 일을 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학창시절은 거의 뭐 (살을 조금 붙이자면) 도서관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새 그득히 채운 사무실 책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특히 새 책 냄새를 좋아하는데 새 책이라고 다 같은 냄새가 나는 게 아니다. 어떤 종이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향이 다른데 남 몰래 새 책을 살짝 펼쳐서 코를 파묻고 킁킁거리는 것도 아주 소소한 행복이다.
기획회의는 17년전 신입사원 시절부터 종종 읽었는데 출판, 유통, 마케팅에 대해 까막눈이던 시절 많은 도움을 받았던 책이다. 매거진을 그것도 격주로 발행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컴퓨터 분야 MD로 일하며 <readITzine>이라는 개발자를 위한 작은 매거진을 만들었다. MD와 편집자로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영역에 양 발을 딛고 고객과 독자에게 전심을 다했다. 원고를 청탁하고 기고글을 받고 교정과 윤문작업을 거쳐 인쇄감리하고 매거진을 서점 사은품으로 등록해서 기획전을 구성하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며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 책을 만드는 사람과 출판이라는 업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절로 생겨났다.
그런데 이번 기획회의가 출판에 몸 담고 있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그런데 그 사람들이 사랑하는 책 이야기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주제 선정인가 생각했다. 어디에서 이렇게 사랑넘치는 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출판인들이 글을 잘쓴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안다. 활자생활자인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글을 잘 쓸수밖에 없다. 과연 그랬다. 책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이 사람들 글 정말 잘쓰네! 옆 자리에서 함께 일하는 소설 담당 구환회 MD의 글(‘내 책장에 꽉 차는 백 권같은 다섯 편’)이 있어 더 반갑다. MD들은 종종 책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곤 하는데 이들의 글 역시 재밌다. 음성지원까지 되니 글을 읽다 남들은 눈치못챌 미세한 웃음포인트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25명의 책쟁이들이 사랑한 125권의 책 목록이 장식하는데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되나 체크해보니 5권 남짓이다. 기획회의 599호를 읽다보면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데 얼마나 다행인가. 나에겐 아직 120권의 읽을 책이 있으니. 무슨 책 읽을지 한동안 고민할 필요는 없겠다.
올해는 서평단 활동을 핑계로 기획회의에서 발제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기록하는 1년을 보내야 겠다.
다음 책인 600호 타이틀은 ‘한국 출판마케팅의 현재와 미래’다.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