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텍스트힙의 시작이었을지도-
이번 <기획회의> 618호에서는 책의 에디션 트렌드에 대해 다룬다.
인트로. 좋은 책에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는 에디션 마케팅
그렇다. 리커버나 특별판, 에디션이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좋은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는 책을 살 때 콘텐츠 이상의 경험을 원한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뿐 아니라 책의 외형, 디자인 그리고 질감처럼 물성이 주는 감각적 경험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계가 선택한 유일무이한 마케팅 수단은 사은품이었다. 독자들은 굿즈에 반응했고 이는 한동안 유효했다. 시간이 지나고 서점의 굿즈에 더이상 새로움을 못느끼는 독자의 눈에 띈 것은 리커버 에디션. 교보문고를 시작으로 리커버 열풍이 시작되고 출판사들은 책 자체가 하나의 굿즈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한 때 하나의 책이 계절마다 커버를 바꿔가며 계절 에디션을 출간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책의 굿즈화'를 경계하며 '때마다 나오는 리커버나 한정판'이 독자에게 피로감을 줄것이라 한다. 맞는 말이다. 이번 기획회의 인트로 글을 쓴 박우현 로컬 콘텐츠 PD는 에디션 마케팅 전략이 정말로 종이책 독자를 '늘리면서' 출판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는지 묻는다. 리커버나 한정판 에디션 마케팅이 작금의 출판 불황을 극복하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한편 책 본연의 텍스트(내용)가 가장 중요하다고 되짚는다. 그리고 출판사나 서점이 관심을 가지고 신경써야 할 부분은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책의 껍데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발견하지 못한 좋은 책의 에디션을 만들어 더 많은 독자들이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디션을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것
<날마다, 북디자인> 김경민 저자의 글이다. 그 역시 무분별한 에디션 마케팅에 경고를 날린다. 수많은 에디션이 '양산'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에디션을 만드는 출판사에 질문을 던진다.
"에디션의 양산이 정말 옳은 일인가?"
"판매만을 위한 에디션의 유행은 정말 옳은 일인가?"
"출판은, 좀더 본질적으로 이야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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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입장에서)
에디션은 어떻게 마케터의 무기가 되는가
출판사 프런트페이지 권영선 대표의 글이다. 에디션은 판매 측면에서 분명히 확실한 효과가 있다. '베스트셀러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사골마케팅이라고 비꼬는 이들도 있지만 공급과 수요관점에서 출판사가 오랜기간 에디션 마케팅을 해오고 있다는 것의 이면에는 독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배경이 있다. 계절 에디션의 성공사례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누적으로 3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이미 독자들은 책의 굿즈화를 받아들였고, 오히려 텍스트힙이니 과시용독서니 새로운 신조어에 반응하며 새로운 독서문화로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책이 있어도 바뀐 표지가 예쁘면 또 산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결국 독자들이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업출판은 출판사에 돈을 벌어다 주어야 하고, 독자의 수요가 있는 상품을 계속해서 개발하여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버전의 에디션은 독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서점MD가 제언하는)
좋은 리커버의 조건
교보문고 소설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구환회 MD의 글이다. 구MD는 2016년 리커버K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내 출판시장에 '리커버'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된 책은 교보문고와 민음사가 만든 세계 책의날 에디션 <셰익스피어 4대 비극>과 <제인 에어>다. 리커버 혹은 에디션 마케팅의 트렌드를 리딩하고 있는 구MD가 말하는 좋은 에디션 마케팅의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리커버와 개정판 구분하기 : 구간 스테디셀러를 리뉴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기 리커버'가 아닌 '전면 개정'을 진행하자.
2. 리커버 진행 원칙 세우기 : 출간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책은 리커버를 진행하지 않는다. 같은 책을 두 차례 이상 리커버하지 않는다. 등
3. 세밀한 부분까지 공들여 챙기기 : MD, 마케터, 편집자, 디자이너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에디션의 완성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특별함이 있는 특별판'을 만들어야 리커버 마케팅의 의의와 실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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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션 마케팅에 대한 글을 읽고 나면 기획회의가 시리즈 기획으로 싣고 있는 '2024 동네서점대상' 섹션과 '로컬X컬처 키워드' 섹션이 나온다. 이번 동네서점대상은 군산 마리서사 서점의 임현주 대표의 글을 실었다. 군산 출신의 조예은 작가의 책 <적산가옥의 유령>을 소재로 로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컬X컬처 키워드 섹션에서는 기찻길옆골목책방 윤찬영 대표의 글이 실렸다. 전북 김제 '조용한 시골 거리에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를 제목으로 죽산삼거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늘 많은 배움을 얻는 <기획회의> 다음 호를 기다리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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